[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모든 그리스도인은 부르심 받은 사역자다
너의 부르심을 보라
고든 D. 피 | 노종문 역 | 성서유니온 | 136쪽 | 12,000원
종교개혁은 성직만이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일로 치우쳐 생각한 중세의 산물을 성경의 관점으로 바꾸는 일에도 획기적 개혁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고든 D. 피 같은 학자가 <너의 부르심을 보라>라는 책으로 ‘그리스도인의 소명, 일, 사역에 대한 바울의 이해’를 설명하려 애쓰는 것은,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소명의 일부로 여기지 않고 소명과 아무런 상관 없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편지하면서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지내라”는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독신이면 독신으로, 기혼이면 기혼으로, 재혼을 할 수 있으면 주 안에서 하고, 믿지 않는 배우자가 갈라서고 싶어하면 갈릴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고 권면한다.
무슨 말인가? 하나님의 ‘부르심’은 우리 결혼 여부나 하는 일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든 피는 “이 부르심을 살아 내는 삶이 모든 상황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40쪽).
여전히 사역을 교회에서 목사 등 직분을 가진 자만이 영적인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교회에서 공적으로 진행하는 종교적 봉사와 섬김에 참여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저자 고든 피는 고린도전서 12장과 14장의 은사를 설명하면서, 결론적으로 “새로워진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세상을 향한 섬김에 내어 줌으로써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사역자(124쪽)”라고 선언한다.
2002년 고든 피가 리젠트 칼리지 목회자 콘퍼런스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된 <너의 부르심을 보라>(성서유니온, 2025)는 지금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성경의 시각을 제공한다. 일터에서 하나님의 사역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일상을 허비하는 이들에게, 모든 일터가 하나님이 부르신 곳이고 모든 일이 하나님을 위한 사역임을 상기시킨다.
고든 피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사이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바울 신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이 있고, 휘튼과 고든콘웰, 리젠트 칼리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학자이자 교수다.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바울의 이해’를 조명한다. 바울의 개인적 이해가 아니라 성령의 영감을 받아 바울이 기록한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고든 피는 바울이 당시 문화와 시대 배경에서 어떤 의미로 본문을 기록했는지 관심을 가지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그 시대, 그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원칙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고든 피는 성경 주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독자에게 어떻게 성경의 본래 의미를 오늘날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지 정확하고 합당하게 제시한다. 바울의 이해가 우리의 이해가 되도록 돕는다.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 직장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봐야 성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교회는 직장 생활을 하도록 권면했고, 필자는 2년 정도 영업직에서 일하면서 일터에서 경험하는 고충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제대로 경험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이 보장되지 않는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터를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사역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도전이었고 생각의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야 하는 과제였다.
종종 선교사를 만나면 그들 또한 마음을 새롭게 하는 훈련을 수시로 해야 한다고 고백한다. 수년간 선교지에 있으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부르심’을 받아서 모두가 ‘사역’이라고 말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든 피가 이 강연을 목회자들을 위해 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목회자는 성도에게 이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주 강단에서 성도들을 위한 말씀을 선포할 때,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복음의 능력과 은혜가 충만한 설교를 전달하면서, 그 말씀의 능력이 성도들이 흩어져 일하는 그곳에서 그들의 부르심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사역에 충성하겠다는 결단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고든 피의 책은 학구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이 책 주제가 흥미롭다. 독자는 저자의 설명을 통해 성경 본문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과 소명, 사역에 관한 바울의 이해를 제대로 알아,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버리고, 개인의 삶과 직장에서의 삶을 개혁하는 데 유익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