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학적 도전에 대응하는 살아있는 전통, 신칼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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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풍성한 신학으로의 초대

신칼뱅주의
코리 브록, 나다니엘 수탄토 | 송동민 역 | 다함 | 608쪽 | 45,000원

코리 브록(Cory Brock)과 나다니엘 수탄토(Nathaniel Sutanto)의 공저 『신칼뱅주의: 풍성한 신학으로의 초대』는 19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신칼뱅주의 운동의 신학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연구서다.

이 책은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와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의 사상을 중심으로 신칼뱅주의의 철학적·신학적 체계를 재구성하며, 역사적 발전과 현대 교회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연구한다. 저자들은 신칼뱅주의를 단순한 문화 운동이 아닌 개혁파 신학 전통의 확장으로 규정하며, 그 독창성이 현대 신학적 논의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신칼빈주의의 등장과 배경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점에 있었던 장 칼뱅의 신학을 칼뱅주의(Calvinism)라고 한다면, 그의 사상을 기초석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출현했다. 이들의 사상이 신정통주의(Neo-Orthodox)와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이다.

먼저 신정통주의를 추구한 칼 바르트(Karl Barth)다. 바르트는 성경무오와 축자영감을 부정하고, 다만 계시로서의 성경을 바라보았다. 또 하나의 흐름은 개혁신학이다. 개혁신학은 구(舊) 프린스턴 신학(Old Princeton theology)과 웨스트민스터 신학(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칼뱅주의(Neo-Calvinism)는 이러한 흐름 가운데 네덜란드 카이퍼 와 바빙크가 추구한 정통주의 신학을 현대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칼뱅주의는 19-20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하나의 운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신칼뱅주의는 당시 자유주의 신학과 현대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카이퍼는 1872년 『헤라우트메이르 신문』을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을 정치·교육 분야에 적용할 것을 촉구했으며, 1880년 아브스르돈 신학교 설립을 통해 신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바빙크는 1901년 『개혁교의학』을 출간하며 개혁신학 체계화에 기여했다.

신칼뱅주의는 종교개혁기 칼뱅주의의 교리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문제에 대한 응답을 시도했다. 바빙크는 “칼뱅주의는 진보를 중단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과학 발전과 문화 변화 속에서 신학의 지속적 갱신을 주장했다. 이는 17세기 정통주의와 달리 역동적 교의학을 표방하는 특징으로 나타났다.

삼위일체론적 세계관(보편성과 현대)

신칼뱅주의의 삼위일체론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창조 질서의 원리로 해석한다. 카이퍼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성이 가정, 교회, 국가 등 사회 구조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바빙크는 이를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 공동체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이 관점은 개인주의적 신학을 넘어 공동체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 체계를 제시한다. 특히 저자 브록과 수탄토는 신칼뱅주의 교회론이 세상 속의 거룩한 공동체 모델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지만 고립되지 않으며, 성례전 공동체로서 문화 변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 ⓒ위키

▲(왼쪽부터)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 ⓒ위키

계시와 이성의 조화

신칼뱅주의는 계시(revelation)와 이성(reason)의 관계를 상호 보완적으로 재정의한다. 카이퍼와 바빙크는 계시가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지만, 이성이 계시의 진리를 탐구하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바빙크는『개혁교의학』에서 “계시는 이성의 빛을 소멸시키지 않고, 오히려 완성한다”고 강조하며, 과학과 신학과의 화해를 주장했다. 이는 창조 질서에 대한 신적 통치와 인간 이성의 자율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유기적 지식론으로 발전했다.

일반 은총 신학

일반 은총(common grace) 개념은 신칼뱅주의 사회 참여 이론을 지탱한다. 카이퍼는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타락한 세계에서도 하나님의 은총이 문화, 예술, 과학을 통해 나타난다고 보았다.

바빙크는 이 개념을 확장해 창조 질서의 잠재적 선함과 구속의 보편성을 연결하여 논구했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세속 영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의 수행을 강조하는 실천신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의 유기적 영감

신칼뱅주의자들은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며, 성경 영감을 기계적 기록이 아닌 유기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카이퍼는 성경 저자들의 개성과 문화적 배경이 신적 영감과 조화를 이룬다고 보았다. 그래서 학문의 유기체를 올바로 판단하기 위한 성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판단의 근거는 곧 성경의 권위이다.

이에 바빙크는 하나님 말씀인 성경은 인간 언어로 응축된 현상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성경의 권위를 누룩으로 표현하며, 로마가톨릭 및 루터파와의 차이점을 역설했다. 또 성경과 다른 학문의 연관성을 강조했으며, 유기적 학문관을 적립할 필요성을 어필했다.

바빙크는 이원론과 성경주의를 거부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성경의 관점이 우리 삶 전체에 신적 권위를 지닌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은 성경의 무오성과 동시에 역사-문학적 분석의 필요성을 동시에 수용하는 현대 성서학의 토대가 되었다.

영역 주권의 철학

카이퍼의 영역 주권(sphere sovereignty) 이론은 신칼뱅주의 사회철학을 대표한다. 그는 국가·교회·가정·예술 등 각 영역이 하나님에 의해 고유한 주권을 부여받았다고 보았으며, 이는 개신교 민주주의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1898년 프린스턴 스톤 강연에서 그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 활동은 동등한 신성함을 가진다”고 선언하며, 직업 소명의 신학을 재해석했다.

이 책은 신칼뱅주의가 교의학과 실천신학의 통합을 시도한 방법론적 혁신을 강조한다.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은 역사적 신학·철학·실천적 적용을 종합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는 20세기 개혁신학 학제 간 연구 모델로 발전했다. 유기적 계시관은 성경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설명하는 틀을 제공했다.

특히 신칼뱅주의는 포스트모던 시대 진리 문제에 대안을 제시한다. 브록과 수탄토는 카이퍼의 ‘진리의 파편화’ 비판이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 진리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논리적 기반이 됨을 지적한다. 또 일반 은총 이론은 생태 신학과 과학-신학 대화 분야에서 활발히 재해석되고 있다.

코리 브록과 나다니엘 수탄토의 연구는 신칼뱅주의를 21세기 신학적 도전에 대응하는 살아있는 전통으로 재정립했다. 신칼뱅주의는 계시와 이성의 통합, 창조 질서의 신학적 이해, 문화 참여의 실천적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교회가 직면한 분열과 세속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학문적 측면에서 비교 신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특히 비서구 신학과의 대화에서 신칼뱅주의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교회는 이러한 통찰력을 현장 목회에 적용함으로써, 복음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대구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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