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레아, 작년 한 해 기독교인 수감자 66% 증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 VOM “탄압 때문에 기독교 규모와 힘 더 확장되는 중”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는 에리트레아에서 신앙 때문에 수감된 기독교인이 300명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50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만에 66%가 증가한 수치다.

한국 VOM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정부가 집주인들을 상대로 기독교인에게는 세를 주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지난해 석방된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거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젊은 기독교인들이 계속 복음을 전파하고, 장기간 수감돼 있는 교회 지도자들은 감옥에서 젊은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에리트레아 교회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기독교인 체포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2002년 5월 22일 에리트레아 당국은 이슬람교와 정교회, 가톨릭과 루터교를 제외한 모든 교회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때부터 금지된 교회의 기독교인들이 체포돼, 정식 기소나 재판도 없이 무기한의 형량으로 투옥됐다.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 대부분이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 감옥’에서 20년 이상을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며,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손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기독교인이 수감돼 있는 에리트레아의 마이 세르와 교도소. 적색 윤곽선은 수감자들이 갇혀 지내는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를 나타낸다. ⓒ한국 VOM 제공

▲많은 기독교인이 수감돼 있는 에리트레아의 마이 세르와 교도소. 적색 윤곽선은 수감자들이 갇혀 지내는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를 나타낸다. ⓒ한국 VOM 제공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가족들과의 접촉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현숙 폴리 대표는 “가족들은 수감자를 면회하거나 음식을 가져다 주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수감자가 아플 경우, 교도소 측은 치료도 해주지도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3년째 수감돼 있던 80대 목사님이 치료를 거부당해 숨지고 말았다. 그 목사님의 아들도 7년 이상 수감돼 있다.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다가 기독교 신앙 때문에 체포된 그 아들은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에 수감돼 있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가 섬기는 한국 VOM은 전 세계 순교자의소리 동역 기관들과 협력해 수감자 가족을 지원하는 한편, 호의적인 교도관을 통해 돈과 음식과 의약품을 교도소 내로 밀반입해 수감자들을 돕고 있다. 한국 VOM을 비롯한 동역 기관들은 지난 3년간 800명의 에리트레아 청년 지도자들을 훈련했고, 그 가운데 200명에게 재정을 지원해 왔다.

한국 VOM은 동역 단체들과 함께, 감옥에서 풀려난 소수의 기독교인을 지원하는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11년간 구금돼 있던 수감자 한 사람은 석방돼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가족에게 의절을 당했다. 많은 가족과 집주인이 정부의 처벌이 두려워 감옥에서 풀려난 기독교인에게 주택을 제공하거나 어떤 종류의 도움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독교인은 감옥에 있는 동안 손에 관절염을 앓았는데, 치료를 거부당해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됐다. 지금 그 사람은 기독교인 형제자매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고, 한국순교자의소리가 주거비와 약값과 식비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에리트레아 정부가 기독교를 계속 탄압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탄압 때문에 기독교의 규모와 힘이 더 커지고 있다. 기독교인 수감자들의 간증과 관대함을 통해 감옥 내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주님을 알게 됐다.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우리에게 받은 물질적 도움을 다른 비기독교인 수감자들에게 나눠준다. 고난당한 결과, 많은 기독교인이 믿음이 더 굳건해졌고 더 신실한 사역자가 됐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12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4년 전 석방된 기독교인 여성을 실례로 들면서 “당국이 모임 장소를 급습한 후, 그 여성은 다시 체포돼 사막에 있는 감옥으로 보내졌다. 우리는 그 여성 때문에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그녀는 ‘이제 많은 수감자를 그리스도께 인도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외부인이 수감자와 소통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교도관이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인 수감자에게 호의적일 때 편지를 밀반입하거나 밀반출해 주는 경우가 있다”며 신앙 때문에 15년 이상 감옥에 갇혀 있던 에리트레아의 한 기독교인이 외부에 보낸 편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사랑하는 B 형제에게. 우리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따뜻하고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합니다. 기쁜 성탄과 복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B 형제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에 대해 말씀드리면, 형제님에 대한 사랑과 만나고픈 그리움을 제외하고는, 감옥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제 삶에 갑절의 은혜를 베푸셨고, 형제님의 기도 덕분에 제가 모든 면에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형제님은 마치 저와 함께 감옥에 있는 것처럼 고통을 나누었고, 제 가족 곁에 서서 고난에 동참했으며, 사랑으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주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형제님께 갚아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세요. 그분들의 기도가 우리 삶에서 큰 일을 이루었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주세요. 저와 함께 있는 모든 형제들이 형제님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의 은혜가 형제님과 함께 하시기를,
당신의 사랑하는 형제 ‘오네시모(가명)’가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국민운동본부’

한국교회 장로 1만 2천 명 “한덕수로 빅텐트를”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국민운동본부’(상임 추대위원장 김춘규)가 29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한국교회 장로 1만 2천 명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및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대외…

김문수 한덕수

종교·시민단체 연합, “김문수 지지 및 한덕수와 연대” 촉구

대한민국 종교 및 시민단체 연합 일동이 2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 김문수 전 장관 지지 및 한덕수 총리와의 연대 촉구를 표명했다. 이들은 “김문수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노동자의 땀을 기억하는 정치인이다. …

조선 근대화 서울 장터 시장 선혜창 선교 내한 선교사 140주년

내한 선교사들, 당시 조선 사회 얼마나 변화시켰나

19세기 말 선교사 기독교 전파 신앙, 한국 개화 동력이자 주체 ‘하나의 새로운 사회’ 형성시켜 복음 전하자, 자연스럽게 변화 1884년 9월 알렌 의사의 내한 이후 1985년까지 100년간 내한한 선교사 총 수는 약 3천여 명으로 파악된다(기독교역사연구소 조사). 내한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