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204

건강한 나무가 되려면 그 나무의 줄기가 곧고 힘 있게 뻗어나가야 하듯이,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힘 있게 일구어 가려면 투철한 복음적 정신 자세가 필요하다. 그 투철한 자세란 구체적으로 주님과 함께 죽고 주님과 함께 고난을 받겠다는 제자로서의 정신을 말한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 16:24)
이런 정신을 지니고 행하는 이들을 통하여 공동체는 점차 그리스도께 대한 온전한 헌신의 공동체로 자라난다.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있는 영적인 유기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 바라시는 가장 큰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거듭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성령과의 인격적인 교제와 그분께 대한 복종에 힘쓰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성도의 표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줄 알고 그 대신 주 예수의 뜻을 복종하는 것이다.”(C. S. Lewis) 그러므로 구성원 각자가 순간마다 온 마음을 다해 성령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는 것, 그리고 공동체의 모든 논의와 행사 속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이 나타나게 되는 것, 그것이 공동체를 향해 바라시는 하나님의 기쁘신 뜻이다.
그러면 공동체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매사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잘 분별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할 때면, 실제로 성령의 인도하심보다는 평소에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욕망이나 순간적 감정을 따르게 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회의 중에 서로 의견이 갈라져 다투거나 또 회의의 결과가 올바르게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무엇보다도 선행될 것은 각자의 선입견이나 편견 등을 내려놓고, 다 같이 모여 성경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를 통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기 위해 힘쓰는 일이다. 물론 이런 실천은 당장 하루아침에 익숙하게 되는 일이 아니므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어 성령과 동행하는 훈련 속에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더욱 친밀히 행해 가도록 인도하신다. 이러한 삶을 ‘성령의 주 되심’(Lordship of Holy Spirit)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령의 주 되심의 삶이란 어떤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규범과 실천, 그리고 계율을 철저히 준수하며 살아가려는 자기중심적 삶과는 전혀 다르다.
그 대신 성령의 주 되심이란 자신의 전 존재를 주님 앞에 복종시키고 오직 순간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다. 성령의 주 되심이란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되어 하나님 그분과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그 아무 것도 즐거워하지 않는 영혼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만일 우리가 성령께 순복하는 삶을 살아가기만 한다면, ‘공동체 속에서 성령의 아름다운 열매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 모든 “성령의 열매”(갈 5:22)는 다 주님의 품성이기 때문에, 단지 그분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갈 때, 그분은 자신의 품성을 우리의 공동체 속에 열매 맺게 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전심으로 성령과 동행하며 살아갈 때, 그 공동체 속에서 그리스도의 품성은 그들의 삶의 순간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품성의 열매는 사랑이다.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이것은 성령의 주 되심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최대의 실천 덕목이다. 성령의 능력을 통해 공동체 속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사랑,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사랑으로 나타난다. 완전한 사랑의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의 영혼 속에 ‘그리스도의 태도’가 있고 또 매사에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려는 열정과 신념이 있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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