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셔먼호 타고 온 토마스, ‘제국주의적 선교사’였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토마스 선교사 복음 전래 160주년 기념 포럼 개최

대동강변서 성경 나눠 주고 나서 숨져
순교로 보기는 어렵다는 연구도 있지만
삶과 신앙, 선교사로서의 태도 계승해야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총신대학교 선교대학원과 예장 합동 제109회 총회 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마스 선교사 복음 전래 160주년 기념 포럼’이 14일 총신대 종합관 2층 주기철 기념홀에서 ‘토마스 선교사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런던선교회 소속 웨일스 출신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Robert Jermain Thomas, 1839-1866) 선교사는 권서인(책을 배부하거나 팔면서 전도를 했던 사람)으로 1865년 어선을 타고 황해도 연안에 한문 성경을 반포했다. 그는 1866년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평양에 왔다가 대동강변에서 순교했다.

사무엘 마펫(Samuel Moffett, 1852~1939) 선교사는 성공적인 한국의 선교 역사를 회고하며 “조선에 온 첫 선교사는 스코틀랜드 장로교인 토마스다. 그는 스코틀랜드성서공회 권서인으로, 1865년 어선을 타고 황해도 연안에 와 한문 성경을 반포했다. 1866년 런던선교회와 연관돼 있을 때, 그는 한문 성경을 가지고 제너럴셔먼호에 타 평양에 왔다. 그 배는 산산조각 나고, 그는 가지고 온 신약전서 사본들을 도시의 바로 아래 강변에서 나눠 주고 나서 죽었다. 필자는 그 책들을 받은 자들을 일부 만났고, 초기에 등록한 학습 교인 중 한 사람의 부친은 그 책 한 권을 집에 오랫동안 보관해 두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총신대 선교대학원 주임 유해석 박사. ⓒ강혜진 기자
▲총신대 선교대학원 주임 유해석 박사. ⓒ강혜진 기자

이날 ‘토마스 선교사의 생애와 선교 신학적 유산’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맡은 유해석 박사(총신대학교 선교대학원 주임)는 “토마스 선교사는 복음의 열정을 가지고 두 차례에 걸쳐 선교여행을 왔다가 한국개신교의 첫 번째 순교자가 됐다”며 “그는 17세기부터 설교하고, 1859년 웨일스 대부흥 운동에 참여했으며, 156회 설교를 전했던 신학도였다. 그는 순수한 복음을 전하고 이방인을 개종시키기 위해 선교사가 되기를 희망했고, 한국에 들어온 이유도 그의 신앙에 입각한 선교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초기 한국교회는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선일체를 내세우는 일본이 1937년 중일전쟁에 이어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미국의 조선 침략의 시도로 주장하며 토마스를 조선의 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조선전사는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최초의 조선 공격으로 강조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토마스의 죽음을 순교로 보기 어렵다는 한국 사학자들의 연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토마스에 비판적인 연구는 대부분 평양에 들어왔던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집중돼 있다. 제너럴셔먼호가 한국 내륙인 주영포에 도착한 날짜는 8월 16일이었다. 그때부터 그가 순교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7일이었다. 나라의 역사는 입체적으로 연구돼야 하며, 한 사람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고 했다.

이어 “기독교의 역사는 선교의 역사다. 선교의 역사는 선교사들과 그를 수용한 기독교인의 역사다. 따라서 선교사의 삶과 선교 활동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개입을 부정한다면 기독교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토마스 선교사는 19세기 제국주의적 선교사는 아니었으나, 제국주의 시대의 무역전쟁에 희생당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신학과 사관이 바뀐다 해도, 그가 살았던 삶과 신앙, 그리고 선교사로서의 태도는 오늘도 남아 있다. 그의 죽음을 순교로 바라보는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신앙과 사상을 연구해 계승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신대 명예교수 김성욱 박사. ⓒ강혜진 기자
▲총신대 명예교수 김성욱 박사. ⓒ강혜진 기자

‘한국선교 140주년의 의미와 회고: 초기선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성욱 박사(총신대 명예교수)는 “선교사역은 다시 오실 주님의 지상명령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건강하게 성장하고, 한국선교가 140년의 열매를 돌아보면서 현대 한국교회 문제들을 선교적 관점에서 해결하고 지속적인 선교사역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적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교회 성장이 그 열매이며, 교회의 부흥과 성장은 하나님의 뜻이다. 어려울 때 한국교회의 문제 해결은 선교적 교회가 대안이다. 그리고 개혁주의 성경적 교회론의 회복이 선교 부흥의 해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계적 신학의 정립, 교단과의 갈등 등 산재한 문제 속에서 대화와 화해를 통한 하나의 교회 회복, 국내 및 해외 선교의 정보 및 교육, 훈련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오늘 하나님의 절실한 명령 앞에 순종함으로 계속된 각성과 부흥을 유지하고 밖으로 선교에 힘쓰는 교회로서 자신을 정립할 때만 그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 성장의 정체와 맞물려 신학생 지원자와 선교사 지원자의 감소 시기를 말씀과 기도로 극복하는 사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이영식 박사. ⓒ강혜진 기자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이영식 박사. ⓒ강혜진 기자

이영식 박사(총신대학교 선교대학원 교수)는 ‘토마스 선교사 순교 관련 서지학적 연구’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고종실록(高宗實錄)」을 비롯한 국내 1차 문헌과 영문 2차 문헌, 국내 학자들의 연구 문헌을 통해 토마스 선교사와 관련된 연구와 주장들을 살펴봤다.

이 박사는 “제너럴 셔먼호 측에 있을 법한 자료는 모두 불타거나 사라졌기 때문에, 최후 순간 사료인 적의에 찬 우리 조선 측 보고문과 오문환 장로의 증인들을 통한 자료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우리의 한계”라며 “국내 선교사들의 영문 문헌에서는 초기에는 제너럴셔먼호에 대해 무장한 범선을 말하며 ‘선교사’, ‘성경 전파 대리인’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사건에 대한 관점이 ‘순교’ 쪽으로 진전되고 있었다. 이는 제너럴셔먼호에 대한 관점에서 선교사 토마스에게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교회사 학자들과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를 인정해 왔고, 그 순교적 정신은 한국교회, 그리고 사회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어 “토마스 선교사와 무장상선인 제너럴 셔먼호를 하나로 보는 게 아니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런던선교회와 토마스 선교사의 선교관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런던선교회의 선교관은 안정되고 상황이 무르익을 때 행동하는 것이었고, 토마스 선교사의 선교관은 대위임령을 ‘장애물이 있어도 상황을 돌파하며, 되도록 속히 땅끝까지 가라’는 명령으로 이해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토마스 선교사에 대한 연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그 기초를 놓은 오문환 장로의 헌신을 인정해야 한다. 토마스 선교사의 최후 장면에서 오문환의 증인들을 통한 증언이나 기존 전통적인 한국교회 인식에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별다른 자료 제시 없는 문제 제기는 혼란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역사적 저술과 관련해 문헌 비평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노력이 자신이 들고 있는 자료가 아닌 타인의 문헌에 지나지게 집중되거나 객관성을 강조하다 주관성을 관철하려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예배는 김영민 교수(선교대학원)의 사회, 예동열 목사(사무총장)의 기도, 장봉생 목사(부총회장)의 설교, 김동관 목사(부위원장)의 축도, 배만석 목사(위원장)의 인사말, 박성규 총장(총신대)의 축사로 진행됐다.

박성규 총장은 “토마스 선교사는 유능한 인재였으나 그의 마지막 순간은 조선의 대동강에서 피를 흘렸다. 그의 헌신을 통해 한국교회에 있어 토마스 선교사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들의 복”이라며 “토마스 선교사 복음 전래 160주년을 기념하는 이 시점에 그와 같은 유능한 인재가 새로운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기념촬영 중인 참석자들.  ⓒ강혜진 기자
▲기념촬영 중인 참석자들. ⓒ강혜진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유해석 박사가 영국 현지에서 새롭게 발굴한 토마스 선교사의 사진 등 관련 자료들도 함께 공개됐다.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가족들. ⓒFIM 선교회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가족들. ⓒFIM 선교회 

▲영국(잉글랜드)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영국(잉글랜드)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웨일즈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웨일즈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중국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중국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한국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한국에서의 토마스. ⓒFIM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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