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교회가 연합할 때, 복음은 더 크게 울린다
연합
콘래드 음베웨 | 이재국 역 | 생명의말씀사 | 136쪽 | 13,000원
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교회는 교파가 없었다. 예수님의 제자들 1백여 명이 다락방에 모여 시작된 교회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확장됐지만, 동시에 서로 나뉘고 갈라지는 방식으로 분열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분별 차이가 생겨 함께할수록 문제가 심화되고, 그래서 어떤 경우 따로 모이는 것이 더 유익할 수도 있다. 가령 물 뿌리는 방식의 세례를 지지하는 무리와 침수를 고집하는 무리가 함께 모이면, 본질적 문제가 아닌데도 그것으로 인해 연합이 깨질 수가 있다. 서로 지역교회로서 분리돼 자기 분별에 따라 예식을 행하되, 한 형제자매로 서로를 영접하고 받아들이고 섬기는 방식으로 동역하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
많은 교단이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면, 중세 시대처럼(가톨릭으로 하나의 연합을 가졌던 때) 나만 옳다는 독단과 교만에 빠지는 것을 서로 경계하고 각자의 분별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 성경의 본래 의미에 서로를 더 가깝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리브스는 ‘복음대로 삶’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해 ‘복음대로 삶’, ‘겸손’, ‘용기’에 이어 ‘연합’이라는 책을 콘래드 음베웨를 통해 출간했다. 싱클레어 퍼거슨, 개빈 오틀런드, 조 리그니에 이어 시리즈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 음베웨는 잠비아 루사카에 있는 카브와타 침례교회 목사이자 아프리카 크리스천 대학교 창립 총장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 처음 소개됐지만, 많은 책을 저술했고 강연가로도 활발한 사역을 하고 있다.
필자는 매년 3월에 LA에서 열리는 셰퍼드 콘퍼런스에서 음베웨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그는 아프리카식 영어 발음으로 중요한 성경의 가르침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훌륭한 강사였다.
무엇보다 음베웨를 비롯해 보디 바우컴, 폴 워셔 등 세계 각지 강사들이 TMAI 심포지엄에서 함께 강연할 때는 음베웨가 쓴 ‘연합’이 실제로 이뤄지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인종과 언어, 민족과 나라, 교단과 분별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리스도와 복음으로 하나가 되는 참된 연합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역별로 또는 본질적이지 않은 분별 차이로 교회가 따로 모인다는 사실 자체가 연합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음베웨가 이 책에서 말하는 중대한 원칙이 요구하는 복음으로 하나 됨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필수 사항이다. 복음이 다른데 하나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이 기독교 이름으로 하나 되려는 노력은 그래서 번번이 실패했다. 언제나 성경의 복음을 지지하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이 만들어내는 강제적 연합은 성경의 진리를 타협하는 방식으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안 머리는 복음주의가 분열하게 된 역사를 다룬 책 <분열된 복음주의>에서 역사가 증명하는 잘못된 연합의 문제를 생생하게 고발한다(부흥과개혁사, 2009).
많은 사람이 연합을 말할 때, 그것이 예수님이 간절히 바라시고 아버지께 구하신 대제사장적 간구였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그들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요 17:22)”.
하지만 ‘하나가 되신 하나님’은 모두 진리 안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하나님이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모두 아버지의 말씀 곧 진리로 거룩하게 하나 되기를 바라셨다(요 17:17).
종종 진리를 귀하여 여기며 절대적 권위 아래 순종하려고 애쓰는 교회가 오히려 연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동역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반드시 일치를 봐야 하는 진리가 무엇인지, 중요하게 여겨 성경의 근거로 우리가 믿는 바는 분명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함께 교제하고 동역할 수 있는 교리는 무엇인가?
음베웨는 이 짧은 책을 통해 우리가 연합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그것을 힘써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우리에게 그리스도께서 주신 명령인 ‘연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제안한다.
교회는 내부적으로 또 외부적으로 항상 파당과 분쟁의 문제와 싸운다. 죄가 갈등을 빚어내고 거짓이 서로를 밀어내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를 하나로 만드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우리를 새 언약 아래로 모은다. 육신의 정욕과 싸우는 성령의 소욕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고 하나 되는 길로 인도하신다. 천국에서 교회는 참 연합을 이뤄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왕이신 그리스도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교회는 연합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시기와 분쟁, 투쟁과 분열이 가득한 세상 모든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르지만 그리스도의 이름과 사랑 아래 강력한 하나 됨을 보여주는 교회의 간증만큼 복음을 실제적으로 또 아름답게 선포하는 방법은 없다.
음베웨의 <연합: 참된 그리스도인의 하나 됨>을 읽는 모든 독자가 자신이 속한 교회와 교단 안에서 연합을 실천하는 지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