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븍뉴스 서평] 명화를 통해 마주한 거룩한 순간들
나는 미술관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박정욱 | 생명의말씀사 | 208쪽 | 17,000원
1517년 일어난 종교개혁은 중세 유럽 사회에 많은 변화를 안겨다 주었다. 교회와 예전, 교황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성경과 삶, 세상을 향한 인식이 새롭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라틴어와 사제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성경을 일반 백성들도 소유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이런 종교적·사회적 변화는 당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특히 종교개혁은 문화, 예술, 철학에 많은 영향을 주어, 종교개혁 이전과 이후를 구별하는 기준이 됐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성경의 보급이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성도들에게 성경에 나타난 내용과 교리를 가르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성화(聖畫)와 성상(聖像)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유럽의 많은 성당(聖堂)을 방문하면 다양한 그림과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성경의 사건을 시각화한 성화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로마 시대 이후 중세와 종교개혁 시대를 지나면서 역사에 등장한 화가들의 명화를 바라보면, 각 시대에 맞는 독특한 색채와 명암과 구도적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나는 미술관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의 저자 박정욱은 재활의학과 의사이다. 그는 의대 본과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활자로만 알고 있던 성경 내용을 입체적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명화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 후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면서 하나님을 경험하게 됐다.
책에서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20개 사건을 3가지 주제로 구분하며, 그 사건과 연관된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각 사건에는 주제와 맞는 그림에 대한 깊은 배경적 설명이 담겨 있다.
과거 유적지를 방문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유적지와 관련된 배경적 지식이다. 배경을 알면 아는 만큼, 유적지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입체적으로 들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16-18세기 미술 작품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의 배경과 화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럴 때, 작품에서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미술관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에서 저자는 각 장을 시작할 때,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주제에 맞는 성경적 내용을 설명하고,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적용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구성을 지닌다.
특히 인상주의 회화 마니아라고 소개한 저자가 말하는 인상주의 회화 성지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고흐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오르게 할 정도로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매우 현실과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아내와 함께 방문한 크뤨러 뮐러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미술관이 호헤 벨루에 공원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그 숲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족과 함께 한 경험은 저자가 평생 잊지 못한 황홀한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그런 감동적 경험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색다른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미술관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에 소개된 20개 주제에는 소제목이 첨가돼 있다. 「나아만 장군과 엘리사」의 소제목은 ‘세상에서 구별된 자로 살아가는 일’, 「가인과 아벨」의 소제목은 ‘마음을 지키는 일’,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나도 버림받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인생이었다’ 같은 소제목은 저자의 적용점을 짧게 고백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가면서 각 주제마다 읽어가면서 느낀 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하기도 했다.
책에서 두 명의 화가가 특별히 등장하는데, 한 명은 고흐이고 다른 한 명은 렘브란트이다. 특히 렘브란트 작품 가운데 색채와 명암에 대한 설명은 곧 어두운 배경과 밝은 부분의 대비를 통해 절망과 상실감, 내면적 고통과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그 시대 미술 기법을 잘 설명했다. 또한 구도적 설명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부 첫 번째 주제인 「예레미야의 애가」에서 렘브란트의 ‘예루살렘의 파괴를 슬퍼하는 예레미야’의 구도를 설명할 때, 예레미야가 화면 중간에 위치한 것은 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예레미야의 얼굴과 손을 통해 불타오르는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예레미야의 감정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깊게 패인 주름, 슬픔에 잠긴 눈, 입술은 예레미야가 느끼는 절망을 드러내며, 오른손은 성경을 잡고 있는데 이는 신앙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것을 암시함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설명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성경적 내용, 개인적 적용이 상세하고, 솔직하게 기록돼 있다.
성경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미술 작품을 통해 성경의 사건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유럽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도슨트(Docent)의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미술과 성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대구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