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법 “‘여성’의 ‘법적 정의’, 생물학적 性에 기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여성 인권과 법적 명확성 위한 역사적 판결

▲방청석에 있던 여성들이 판결 소식에 환영하고 있다.  ⓒ스카이뉴스 보도화면 캡처

▲방청석에 있던 여성들이 판결 소식에 환영하고 있다. ⓒ스카이뉴스 보도화면 캡처

영국 대법원이 최근 ‘여성’의 법적 정의에 대해 생물학적 여성을 기준으로 하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여성 인권 보호와 법적 명확성 회복 측면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18년 공공기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의 성별 대표성에 관한 법률’(Gender Representation on Public Boards Act 2018)을 제정했다. 이 법은 ‘여성’의 정의에 ‘성별 인식 증명서’(GRC)를 받은 트랜스젠더를 포함시켰다.

이에 여성인권단체 ‘포 위민 스코틀랜드’(For Women Scotland)는 해당 법안이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하급심에서 두 차례 패소한 끝에 대법원까지 올라가 마침내 승소했다.

대법원 부소장 패트릭 호지(Patrick Hodge) 경은 판결문을 통해 “법적으로 ‘여성(woman)’과 ‘성(sex)’은 2010년 평등법 아래에서 생물학적 의미를 갖는다”며 “이분법적 성 개념을 무너뜨릴 경우, 법률 적용이 모호해지고 비논리적으로 변질된다”고 밝혔다.

호지 경은 특히 “‘성별 재지정’(gender reassignment)은 평등법에 따른 독립된 보호 특성으로, ‘생물학적 성’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sex)’ 개념의 명확성을 확보함으로써 오히려 모든 집단의 권리 보호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판결은 누구의 승리도 패배도 아니다. 정의는 명확해야 하며, 그 명확성은 권리 보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법의 언어가 현실을 반영할 때, 권리도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 소식에 여성인권단체뿐 아니라 J. K. 롤링(J.K. Rowling) 작가와 보수 기독교 단체 등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롤링 작가는 SNS를 통해 “세 명의 용감한 스코틀랜드 여성이 전 영국 여성들의 권리를 지켜냈다”고 밝혔고, ‘섹스 매터스’(Sex Matters)는 “법적 정의가 현실을 반영하게 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의 파급 효과는 실질적이다. 여성 전용 피난처, 병원 병동, 탈의실, 스포츠 경기 등에서 ‘생물학적 여성’만을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참여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불안과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일이 늘었다”며 “이번 판결이 그러한 역차별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보수당 케미 배드노크(Kemi Badenoch) 대표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고, 이제는 법적으로도 사실이 아니”라며 “당연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직장을 잃은 모든 여성들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포 위민 스코틀랜드’(For Women Scotland)는 여성의 법적 정의를 놓고 6년간 스코틀랜드 정부 및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에 맞서 싸운 끝에 승리를 거두며, 여성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와 사법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판결은 스코틀랜드나 영국을 넘어, 성별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는 전 세계에 중요한 법적 기준과 사회적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생물학적 현실과 정체성 간 균형을 모색하는 사회에서, 이번 결정은 법과 권리의 경계를 되짚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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