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부활절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부활절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슬람과 유대교를 언급해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을 받았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찰스 3세는 17일(이하 현지시각) “세상에는 여전히 믿음, 소망, 사랑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메시지에서 “인간 삶의 이러한 역설은 부활절 이야기와 우리 눈앞에 매일 펼쳐지는 장면에 드러난다. 어떤 순간에는 인간의 고통을 보여주는 끔찍한 모습이 나타나고, 다른 순간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에서 다양한 인도주의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싸우는 영웅적인 행동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어 “몇 주 전, 저는 버킹엄 궁전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의 회복력, 용기, 긍휼에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목요일에 예수님은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배신할 많은 사람들의 발을 씻겨 주셨다. 그분의 겸손한 행동은 경계나 한계를 모르는 사랑의 표시였으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의 다음 발언이었다. 찰스 3세는 “그분이 이 땅을 걸으며 보여 준 사랑은 낯선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유대교 윤리를 반영했다. 이는 이슬람과 다른 종교 전통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인간 본능이며, 다른 이의 유익을 구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그가 부활절과 같이 중요한 절기를 기념하는 메시지에 다른 종교의 신앙을 포함시킨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그가 영국 국교회의 최고 통치자라는 공식적 역할과 영국의 군주로서 ‘신앙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했다.
찰스 3세는 2024년 성탄절에도 “모든 신앙이 동일하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전해 비판을 받았다. 그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원스 인 로얄 데이비드 시티’에서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거룩하신 우리 구세주’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고’, ‘가난하고 비천하고 낮은 사람들’ 가운데 살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을 통해 그가 만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셨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탄생 이야기의 핵심이며, 우리는 기쁨과 고통의 시기에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에 관한 ‘모든 위대한 신앙에 대한 믿음’(the belief of all the great faiths in the love and mercy of God) 속에서 그 고동을 들을 수 있으며, 우리가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비추게 한다”고 했다.
그의 이러한 메시지는 종교통합적이며, 도덕적이면서 자기수행적인 다양한 종교를 장려한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