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티움 해전과 옥타비아누스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니고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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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52] 제3차 전도여행(39) 니고볼리(7)

윗부분엔 디도서 3장 12절 기록
아래엔 사도 바울 상상화 전시
사도 바울 니고볼리 방문 관련
고대 기록이나 구전 존재 않아
가능성 높지만 확실하진 않다
악티움 해전 기록물 등 전시돼

▲니고볼리를 만든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관련 전시물.

▲니고볼리를 만든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관련 전시물.

신(新) 니고볼리 박물관 안에서 사도 바울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던 필자는 박물관 속 여러 전시실 가운데 ‘로마시대 전시실’에서 드디어 바울에 관련된 전시물을 발견했다.

성경에는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없지만(디도서 3장 12절에는 바울이 니고볼리에 가서 겨울을 보낼 예정이라고만 돼 있다), 혹시 니고볼리 현지에는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했다는 구전(口傳)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실망스럽게도 그런 구전에 대한 기록조차 이곳에는 없었다.

가정집 출입문처럼 만들어놓은 바울에 관련된 전시물 윗부분에는 지난회(151회)에 올린 사진처럼 신약성경 디도서 3장 12절 말씀을 그리스어와 영어로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아랫부분에는 불투명한 유리에 사도 바울이 디도서를 기록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화로 그려 놓았다.

이것이 이 박물관 안에 전시된 사도 바울에 관한 전부다. 즉 전시물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한 후 전시하는 박물관의 학자와 직원들도 바울이 니고볼리에 예정대로 왔는지 아니면 오지 못할 일이 생겨 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어떤 기록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바울에 관한 전시물. 윗부분은 디도서 3장 12절 말씀, 아랫부분은 디도서를 기록하는 바울 그림.

▲바울에 관한 전시물. 윗부분은 디도서 3장 12절 말씀, 아랫부분은 디도서를 기록하는 바울 그림.

‘만약 구전에라도 바울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면, 구전이라는 설명을 붙여 전시해 놓았을 수도 있었지 않았겠는가?’ 혼자 생각해 보았다.

바울로부터 니고볼리로 오라는 편지를 받은 디도에 관해서도, 디도가 니고볼리를 방문했다는 성경 기록은 없고 니고볼리 현지에 그러한 구체적인 구전조차 없다.

구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도 있으나, 이들은 니고볼리에 세워진 교회당(바실리카) 여러 곳이 바울이 왔기에 세워진 것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이들 교회당이 세워진 것은 바울이 순교하고 나서 400년 이상 지난 뒤인 비잔티움 시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바울의 니고볼리 방문은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만약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한 것이 확실하다면 성경 뒤에 일반적으로 부착된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경로에 니고볼리 방문 경로도 포함시켜야 한다.

▲아랫부분 바울이 디도서를 쓰고 있는 상상화.

▲아랫부분 바울이 디도서를 쓰고 있는 상상화.

그럼에도 일부 목회자는 유튜브를 통해 마치 바울이 니고볼리에 간 것처럼 확정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그 목회자는 바울이 니고볼리를 방문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니고볼리는 로마의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를 상대로 싸워서 이긴 악티움 해전이 벌어진 곳이라고 유튜브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 자신인데, 어떻게 자신이 자신을 상대로 해전을 벌였단 말인가?

기원전 31년 일어난 악티움(Actium) 해전은 로마 제국을 만들어낸 해전이다. 카이사르의 양아들인 옥타비아누스는 이 해전에서 정적(政敵) 안토니우스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통치자인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의 연합 함대를 격파함으로써 로마 내전을 종식시켰다.

지난 회에 언급한 바와 같이 내전을 종식시킨 공로로 로마의 원로원은 기원전 27년 옥타비아누스에게 ‘존엄한 자’라는 의미의 ‘아우구스투스’라는 황제 칭호를 주었다. 이후부터 옥타비아누스는 원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사용했다.

니고볼리는 옥타비아누스가 황제에 즉위하기 전해인 기원전 28년부터 건설이 시작됐다고 한다. 옥타비아누스가 세운 ‘승리의 도시’ 니고볼리 면적은 약 60만 평이고 이곳에는 교회당(바실리카)도 7곳이 세워졌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모두 비잔티움 시대에 세워진 것들이다.

▲신 니고볼리 박물관과 필자. 군대라면 사족을 못쓰는 필자는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대한민국 육군 군화를 애용한다.

▲신 니고볼리 박물관과 필자. 군대라면 사족을 못쓰는 필자는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대한민국 육군 군화를 애용한다.

도시 북부 지역에는 로마식 반원형극장, 체육관, 경기장 등이 세워졌고, 이 지역에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이 지휘한 악티움 해전 승리를 기념하는 거대한 아우구스투스 승전 기념비(Monument)를 세웠다. 기념비 밑에는 해전에서 노획한 적 함선의 충각(衝角, Ram)들을 모아 기초석 대신 사용했다. 고대 해전에서는 적 함선을 침몰시키려고 군함 앞에 날카로운 철제 충각을 설치해 적 함선과 충돌했다.

악티움 해전과 옥타비아누스 없이 니고볼리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신니고볼리 박물관 안에는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전시물이 제법 있고, 악티움 해전에 대한 기록물도 전시돼 있다.

카이사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는 부친 카이사르처럼 뛰어난 군사적·정치적 재능을 발휘해, 서기 14년 사망할 때까지 로마 제국 초대 황제직을 수행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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