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서울 선언이 다원주의적? 복음의 유일성 유연히 표현한 것”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로잔교수회, 춘계 콘퍼런스서 로잔신학 분석

▲기념촬영 중인 참석자들. ⓒ한국로잔교수회

▲기념촬영 중인 참석자들. ⓒ한국로잔교수회

한국로잔교수회(회장 안희열 박사)가 21일 오전 강남중앙침례교회 왕십리 성전에서 ‘서울 선언문에 나타난 로잔신학’이라는 주제로 춘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2번의 발제와 전체토론으로 진행됐으며, 안희열 박사(한국침례신학대 선교학), 변진석 박사(한국해외선교회 2대 원장), 최형근 박사(서울신학대 선교학),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대표), 구성모 박사(성결대 선교학) 등이 발제와 논찬에 나섰다.

한국로잔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한 한철호 선교사는 ‘로잔 서울 선언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시대적 이해’ 발제에서 “로잔운동의 신학은 로잔 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의 계보를 잇는 복음주의의 흐름 위에 서 있으며, 서울 선언은 그 연속선상에서 복음의 본질을 현대적 언어로 문화적 맥락 속에 전달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선언은 겉보기에는 표현이 부드럽고 서사적이며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했으나, 실질적으로 배타주의적 복음 이해를 분명히 고백하고 있다”며 “‘표현의 유연성’과 ‘다원주의적 해석 가능성’이 있고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명시적 선언’이 부족하다는 일부 보수 신학자들의 비판은, 표현 방식의 문화적 차이를 간과한 데서 비롯한 ‘착시’”라고 반박했다.

한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은 복음의 진리성과 절대성을 강조하며, 보편성은 복음의 포괄성과 선교적 적용 범위를 확장시킨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지만, 그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선포돼야 할 소식’이라는 고백은, 로잔운동이 다원주의, 혼합주의, 종교 상대주의에 맞서면서도 문화적 감수성과 선교적 전략을 함께 고려한 선포 방식을 모색하게 된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선언은 철저히 기존 로잔 신학을 계승하고 있다. ‘표현의 유연성’은 선교적 전략이지 신학적 후퇴가 아니다. 오히려 포스트 서구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복음 서술 방식의 모델로서 서구 중심의 개념적·철학적 언어에서 벗어나 서사적이고 문화에 번역 가능한 복음 이해를 시도한 것”이라며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 ‘유일성’을 전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서울 선언은 특정 국가의 신학자가 아닌 다양한 문화, 교단, 배경의 신학자들이 참여한 공동 작업의 결과로서, 신학적 포용성과 공동체성을 구현한 것”이라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이야기 문화권에서는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수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리를 전달하려는 ‘선교적 언어 전략’을 시도했다. 복음은 특정 언어나 문화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의 어떤 문화에서도 그 의미가 전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구성모 박사는 “본 발제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변색이나 탈색하지 않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로잔 운동의 방향 설정의 중요성을 확인해 줬다”면서도 “이야기 신학이 신학적 명확성과 교리적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문화적 번역과 신학적 타협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서울 선언은 다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해 배타적 언어 대신 포용적이고 유연한 표현을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복음의 고유성이 침식될 수 있다”고 논찬했다.

▲발제와 논찬을 맡은 참석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형근 박사, 변진석 박사, 안희열 박사, 한철호 선교사, 구성모 박사. ⓒ강혜진 기자
▲발제와 논찬을 맡은 참석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형근 박사, 변진석 박사, 안희열 박사, 한철호 선교사, 구성모 박사. ⓒ강혜진 기자

‘로잔 문서에 나타난 복음주의 총체적 선교 신학’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변진석 박사는 “서울 선언문이 복음주의자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복음과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로잔운동의 전통을 새로운 형식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며 “로잔의 총체적 선교신학은 서울선언문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먼저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주님의 지상대위임령에는 복음적 과업과 목회적 과업이라는 동등하게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선교명령을 단순히 전도 명령으로 이해하던 것을 넘어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고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는, 즉 총체적 선교를 감당하는 제자를 양육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또 “서문에 다음세대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 주목된다. 비록 서울 선언문 자체에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대회 기간 중 마태복음 28장 20절에 기록된 지상명령에는 모든 나라, 열방, 족속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제자화가 포함된다는 도전이 있었기에 크게 다가왔다. 이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지역뿐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19세기 말부터 에든버러 선교사 대회와 20세기 말 로잔 2차 마닐라 대회까지 반영돼 있던 ‘이 세대 안의 세계 복음화’와 달리, 하나님의 선교에 우리가 초대받아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커다란 선교신학적 전환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로잔운동이 발전시켜 온 총체적 선교에 대해 여전히 석연치 않아하는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선교가 일차적으로 교회나 선교사의 과업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에 우리가 초대받아 참여하는 것이며, 선교는 성경이 보여주는 바 하나님의 본성 및 모든 민족과 모든 창조세계를 포괄하는 하나님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총체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최근 로잔 문서들이 복음과 선교를 ‘창조의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또 “창조 명령과 복음 명령은 두 가지가 아니라 실제로 한 가지 명령”이라며 “복음주의 성경 신학의 발전 또한 그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교회를 창조하셨다. 이제 하나님과 화목된 백성으로서 재창조된 교회는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회복될 인류의 모습을 미리 맛보며 공동체로서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창조의 관점에서 선교를 다시 바라보게 될 때 그리스도의 복음을 모든 인류를 위한 ‘공적 진리’로 세상에 더 담대히 선포할 수 있다. 우리의 선교 과업 또한 하나님의 온 우주를 향한 창조 목적을 이루는 일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로잔의 총체적 선교 신학이 위와 같은 복음과 성경에 충실한 내용을 발전시킴으로 세계 복음화에 크게 공헌해 왔다고 믿는다”고 했다.

논찬을 맡은 최형근 박사는 “한국교회가 로잔언약, 특히 복음전도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우선순위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과정은 교파적 이해와 사회·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로잔운동에서 촉발된 복음전도의 우선순위 논쟁은 제4차 로잔대회를 전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회 역사는 수많은 비본질에 매몰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고 살아낸 하나님 나라의 가치, 즉 하나님 백성이 일상의 삶에서 복음의 본질을 구현하는 ‘복음의 해석’의 역사다. 지난 26년 동안 로잔운동에 참여하며 논찬자는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교회의 궁극적 목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개인과 사회,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총체적으로 변혁하고 갱신할 수 있는 신학적 탐구와 성찰, 그리고 선교적 실천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진 전체토론 시간에는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에 로잔운동을 더욱 잘 알리고 선교 현장에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 목회자가 “로잔을 반대하던 교인이 교회를 떠났다. 그 이후로 교인들에게 로잔에 관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며 조언을 구하자, 최형근 박사는 “로잔운동의 책임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성경이다. 예수님께서도 율법 중심의 견고한 유대교에 들어가 선교하실 때 많은 오해와 박해를 받았다. 그들의 눈과 귀가 멀어 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잔운동에 대한 잘못된 확증 편향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삼키고 있다. 한국교회가 로잔 운동을 잘 모른다. 단어와 용어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러나 어떤 대회가 있든지 반대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오히려 더 로잔문서를 가지고 성도들과 나누며 오해를 풀면 좋겠다”고 했다.

안희열 박사는 “로잔과 관련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사실이 정확하게 전달된다면 오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 캄보디아 선교사는 “선교 현장에는 로잔 신학이 거의 전혀 적용되지 않고 교단 신학이 적용되는 곳이 90%다. 50년 동안 대회를 거치며 중요한 문서를 만들어냈는데, 이를 어떻게 확장시키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나눴다.

안 박사는 “한국교회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경험했다. 한국교회가 이미 몸담고 있고 한국교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미전도종족, 영적전쟁, 10/40창, 오럴바이블(구술성경) 등이 로잔대회에서 나온 전도 전략이다. 로잔을 통해서 물려받은 수많은 전략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로잔 운동이 선교 현장에서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구성모 박사는 “2년 동안 로잔교수회 활동을 하면서 로잔운동이 모든 사람들에게 확장되는 데 걸림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로잔을 말하다’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이를 확장해 나갈 것인가 구체적으로 논의해 가야 한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이 무엇인지 알리고, 생명의 접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에 앞서 진행된 예배에서는 마민호 교수(한국로잔교수회 총무)의 사회로, 박형진 교수(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가 기도, 장훈태 교수(한국로잔교수회 2대 회장)가 설교, 안희열 교수(한국로잔교수회 회장)가 공로패·감사패 증정, 김재훈 목사(성광교회 담임)가 축도했다.

▲콘퍼런스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콘퍼런스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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