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는 종말 전조?”… 트럼프 2기 노선과 한국교회의 대응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트루스포럼 주최 세미나

▲‘나라가 나라를: 21세기 국가주의와 종말론’을 주제로,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과 국제 질서의 재편을 논한 박정관 전 장신대 교수(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 ⓒ송경호 기자

▲‘나라가 나라를: 21세기 국가주의와 종말론’을 주제로,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과 국제 질서의 재편을 논한 박정관 전 장신대 교수(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 ⓒ송경호 기자

‘트럼프2.0 시대 국제질서 변화와 기독교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회장 양지청 그로스본 Founder)와 트루스포럼(대표 김은구)이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 예배에 이어 2부 세미나 시간에는 박정관 전 장신대 교수(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와 이지수 명지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사회는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김석준 전 안양대 총장이 축사를 전했다.

‘나라가 나라를: 21세기 국가주의와 종말론’을 주제로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과 국제 질서의 재편을 논한 박정관 교수는 “트럼프가 큰 소리를 내며 추진하는 정책 중 상당수는 사실 이전 행정부에서 조용히 진행해 온 것들”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불법 이민자를 500만 명 추방했고, 트럼프(1기)와 바이든은 각각 250만 명 추방했다. 수치로 보면 트럼프가 오히려 적은 수를 추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오바마와 바이든은 ‘쫓아내지 않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쫓아냈고, 트럼프는 쫓아낸다고 천명하며 실행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 대한 원조 삭감, 관세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등 트럼프의 외교 노선도 단순 돌출 행동이 아닌 “평소 느껴온 미국의 손해 의식, 동맹국의 무임승차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국은 여러 나라를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웃음거리, 매 맞는 아이가 되어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동맹국과의 관계마저도 ‘미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재편하려는 점에 주목한 박 교수는 “푸틴과는 호의적으로 통화한 반면 젤렌스키에게는 위협적인 태도로 임한 트럼프의 모습에서, 미국의 우방과의 신뢰 관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는 “키신저의 ‘역전략’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미국이 중국을 통해 소련을 견제했던 방식처럼, 이제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세계적 차원의 ‘국가주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박 교수는 “교역에 있어서 세계주의에서 국가주의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이러한 정책들이 결국 우방과의 충돌을 야기하고 국제질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국가와 세계 사이에서 복수의 정체성을 갖는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한국인’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인의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기독교인에게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등 대외 정책은 한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여기서 긴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 3부에서는 합심기도회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와 한국교회의 방향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경호 기자

▲세미나 3부에서는 합심기도회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와 한국교회의 방향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경호 기자

이어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세계 종교”라며 “기독교가 유대 ‘민족’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인 중심의 종교로 공표된 것이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회의였다. 그리스도인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또 종말론적 관점에서 국제정세를 진단하며 “‘민족 간 전쟁’, ‘기근’, ‘지진’은 단지 종말 직전에만이 아니라, 종말과 유사한 시대, 곧 국가적 파멸이 임박한 시기에도 반복해서 등장했다”며 “독일이 극도의 국가주의를 추구한 결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날에도 국가주의가 확산된다면 인류는 다시 파멸의 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정책은 국내적으로 기독교적 정신을 회복하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과도한 국가주의로 흐르고 있다”며 “미국은 우방국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자국의 이익과 국제 공동체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영적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국가주의적 충동과 종말적 경고 앞에서 성찰과 분별력을 가져야 할 때”라고 했다.

이지수 명지대 교수는 ‘최근 국제정세에 대한 대한민국 기독교인으로서의 이해’라는 발제에서 “국제 정세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분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새로운 세력 균형을 놓고 격돌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경제·안보·기술을 넘어서 신앙의 자유와 가치관의 충돌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대해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전환하면서 전통적인 우방국인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은 외교안보 이슈를 정치적 입장으로만 소비하지 말고, 어떤 국제 질서가 인류 전체의 자유와 신앙, 인간 존엄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지를 분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법률과 제도의 흐름, 세계교회와 선교환경의 변화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글로벌 ESG 정책, 팬데믹 이후의 국제보건권 이슈 등은 단순히 사회 정책이 아니라 기독교의 윤리적 정체성과 사명을 시험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국제정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반응만 하는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며 “이제는 교회가 세계의 흐름을 읽고 기도와 선교, 문화와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신앙적 통찰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 후 토론에는 황성준 전문화일보 논설위원, 김태황 명지대 교수, 강명구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 사무총장, 송다솜 씨(서울대 법대 박사과정), 민소연 씨(서울대 사범대 박사과정)가 참여했다. 세미나 3부에서는 합심기도회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와 한국교회의 방향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럼프2.0 시대 국제질서 변화와 기독교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 ⓒ송경호 기자

▲‘트럼프2.0 시대 국제질서 변화와 기독교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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