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패러독스

|  

여인갑 대표의 성경 속 수학 이야기 (3)

				▲여인갑 대표(주식회사 시스코프, 감리법인 강산, 지구촌교회 장로)
▲여인갑 대표(주식회사 시스코프, 감리법인 강산, 지구촌교회 장로)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은 기원전 4세기에 분할의 패러독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패러독스, 나르는 화살의 패러독스, 경주장의 패러독스 등 4대 패러독스를 제기했다. 이 중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패러독스는, 당시 가장 빨리 달린다는 아킬레스가 몇 미터 앞에 세운 거북이와 경주를 할 경우에 아킬레스는 거북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즉, 아킬레스가 앞에 있던 거북이의 출발점에 이르면 거북은 아무리 느리더라도 몇 미터를 나갔을 것이고 아킬레스가 그 지점까지 달려가면 거북은 또 얼마만큼 기어갈 것이고 하면서 아킬레스는 달리기에서 거북을 이길 수 없다는 궤변이었다.
논리적 모순이라는 역설을 뜻하는 패러독스는 그리스어 파라독사, 즉 파라(para: 넘어서, 틀린)와 독사(doxa: 교리, 단독적 주장)의 합성어에서 유래되었다.

제논의 패러독스와 더불어 유명한 역설이 거짓말쟁이의 패러독스인데 성경에도 언급되어 있다. 패러독스는 논리적으로 생각해 가다 보면 어느덧 모순에 도달한다는 데 그 묘미가 있는 것이다. 논술고사가 중요시되고 있는 이 시대에 논리적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성경속에서 배우는 수학으로 입시생들의 사고력도 향상 시킬 수 있겠다.

디도서 1장 12절에 어떤 그레데인 선지자가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는 말씀이 나온다. 디도서는 바울이 그레데 섬에서 교회를 세우고 감독하는 일을 그의 영적 아들 디도에게 위임하면서 쓴 목회자의 역할과 성도들의 참된 삶을 위한 권면의 말씀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크레타 섬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이다”라는 말은 크레타 섬 사람인 철학자이자 시인인 에피메니데스가 기원전 6세기에 선언한 것이다. 이 말을 참이라고 주장한다면 결론은 이 말을 한 사람에게로 돌아가서 그가 한 말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낳는다. 크레타 섬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쟁이가 된다면 에피메니데스도 거짓말쟁이이고, 그러면 그가 한 말이 거짓말이 되고 만다. 이를 에피메니데스의 패러독스라고 말하는데 이 패러독스가 디도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수학사에서도 거짓말쟁이의 패러독스가 자주 언급된다. 이는 ‘한 남자가 자기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 것은 참인가? 아니면 거짓인가?’라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에우불리데스의 패러독스를 지칭한다.

성경을 읽다보면 많은 곳에서 패러독스를 만난다. 불순종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진노하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곧 심판하실 것 처럼 말씀하시다가도 회복시켜주시는 역사를 보면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로움도 큰 그림으로 볼 때 패러독스라 할 수 있다.

주전 610년경에 외쳤던 스바냐 선지자의 말도 처음에는 패역하고 더러운 곳 포악한 성읍에 무서운 심판이 있을 여호와의 날에 하나님 여호와께서 구원을 베푸실 것이니 이스라엘 백성은 노래하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라고 말한다. 패러독스인 것이다.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베데스다 못의 기적을 패러독스로 묵상해 본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베데스다 못의 물이 움직일 때 먼저 들어가는 자가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되는데 그 연못 주위에 있는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 모두가 신체적 결함 때문에 제일 먼저 물에 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러니 38년씩이나 못 가까이 앉아 있어 보아도 다른 사람이 먼저 물 속에 들어가는 바람에 치료를 얻지 못한 것이다. 앞 못보는 맹인도 그럴 것이고, 다리 저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낳는 것을 쳐다 보며 부러워 했던 것이다. 병자를 위한 기적이 중한 병자를 낳게 하기보다는 누구보다 먼저 못에 뛰어들어 갈 수 있는 건장한 신체를 갖춘 아주 경미한 병자 아닌 병자만이 낳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예수님을 만나면 해결 되는 패러독스이다.

예수님을 따라가며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우리의 삶은 패러독스의 삶이다. 고난을 통한 약속된 축복이 있기에 패러독스의 삶에도 불구하고 기쁨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고난 중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뻐하라는 바울 사도의 말씀도 역시 영원한 진리인 패러독스이다.

하나님 나라의 패러독스는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며,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막 10:43-44). 예수님께서도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고 도리어 섬기며 목숨까지 대속물로 주신 패러독스의 삶을 우리에게 본으로 보여 주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