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장로의 성경 속 수학 이야기 (4)
원을 그렸을 때 그 원의 둘레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에 누구나 쉽게 대답하는 공식이 있다. 즉, 원둘레는 지름에 파이값을 곱하면 된다.
원둘레를 그 원의 지름으로 나눈 값을 원주율이라 하는데 이 값은 원의 크기와 상관 없이 항상 일정하다. 1706년 영국의 윌리엄 존스가 주변이나 원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periphery의 약자로 π를 사용하면서 파이 기호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파이값은 이미 아브라함 시대인 기원전 2000년에 바빌로니아인들이 파이값을 3.125로, 이집트인들은 3.16으로 사용하였으며 서기 264년 중국의 유휘는 원에 내접하는 3,072각형의 도형을 이용하여 파이값 3.14159를 구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노력을 한 것이다.
파이를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 있는데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열광적인 파이의 펜들이 3월 14일 오후 1시 59분이 되면 한데 모여서 해피 파이데이 노래를 부르며 축하연을 시작한다고 한다. 3분 14초 동안 묵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초부터 이러한 행사가 열리는 것을 가끔 뉴스로 접해 본곤 한다. 포항공대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젠 고등학교에서까지 이 날을 축하한다.
파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취미 그룹을 형성하는데, 파이를 30자리까지 외우면 초보자 그룹, 100자리까지 외우면 아마추어 그룹, 1000자리까지 외워야만 가입이 허용되는 프로그룹들로 구분한다. 그런데 성경이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회의론자들이 제일 먼저 예로 드는 항목이 바로 파이값이다.
열왕기상 7절 23절에 솔로몬의 성전 안에 만든 놋으로 부어 만든 바다에 대한 크기가 나온다. ‘또 바다를 부어 만들었으니 그 직경이 십 규빗이요 그 모양이 둥글며 그 고는 다섯 규빗이요 주위는 삼십 규빗 줄을 두를만하며’.
즉, ‘지름이 10규빗이고 둘레가 30규빗이었다’라는 이야기인데 지름 곱하기 파이가 원둘레라는 기초 수학지식만 있더라도 파이값이 3이 된다는 계산 결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성경 내용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회의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기독신자들의 일반적인 답변은 너무나 방어적인 자세가 보통이다. 즉 성경에서 반올림한 값을 사용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또는 바다의 모양이 원통형이 아니라 타원형 모양일 것이며 지름을 잰 위치에 따라 길이가 달라질 것이라는 해명도 해 본다. 이 세상에 있는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는 원형 보다 타원형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답은 자신이 없이 그냥 어려운 질문을 회피해 보고자 하는 소극적인 태도일 뿐이다.
또 다른 변론은 파이값은 3.14159로 정확히 사용하였지만, 지름 값이나 원둘레 값이 어림수일 것이라는 대답이다. 즉 지름이 9.549이상 9.7이하면 둘레가 30에서 30.47 사이가 되므로 지름 10, 둘레 30의 범위에 들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파이값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성경에 나오는 직경이나 둘레를 반올림한 수로 간주할 다름이다.
그러나, 지름이 10이면서 둘레가 30이라는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파이값 3.14159가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경 말씀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다의 모양이다. 열왕기상 7장 26절 말씀을 보면 ‘바다의 두께는 한 손 넓이 만하고 그 가는 백합화의 식양으로 잔 가와 같이 만들었으니...’라고 바다의 윗 모양이 백합화 꽃이 핀 것처럼 가장자리가 비커 모양으로 몸통 밖으로 넓은 그림을 그려보면 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솔로몬의 바다는 위에서 본 원통 전체의 지름이 10 규빗이지만 원통의 중간부분은 그 지름이 10 규빗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얼마나 작을까 하는 문제는 원둘레를 계산할 정도의 실력이면 도전해 볼 만한 문제이다. 원둘레 30 나누기 파이값 하면 그 지름은 9.549 규빗을 얻는다. 요즈음 계산기에는 파이값을 그냥 쓸 수 있는 키가 있어서 소수점 몇 자리까지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단지 파이 키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또한 바다의 중간 부분 속 지름은 위에서 계산된 바깥 지름에서 두께(한 손 너비 : 1/7규빗)의 두 배를 빼면 얻을 수 있다.
‘바다의 두께는 한 손 너비만 하고 그것의 가는 백합화의 양식으로 잔 가와 같이 만들었으니….’(왕상 7:26)
우리는 솔로몬 바다의 여러 수치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보았다.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을 억지로 풀기 보다는 수학적 사고를 통해 그 확실성을 계산으로 증명해 볼 때 회의론자들이 더 이상 시비를 걸 수 없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