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장로의 성경 속 수학이야기 (6)
치맛바람 이야기가 성경에 있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인 세베대의 아내가 예수님께 자기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그리고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이다. 다른 열 제자들은 이 두 형제에 대해서 분히 여겼다는 이야기이다.
이 어머니의 열성적인 꿈을 1500년 후에 이탈리아 화가 다빈치가 이루어줬다. 다빈치가 1495년부터 3년간 그린 ‘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 식당 벽에 그려져 있는데 그 크기가 8m여서 마치 식당 저편에서 한 그룹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매년 몰려드는 35만명의 관람객들 때문에 보존이 문제시되고 있기도 한 이 그림과 관련된 일화 중 하나는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의 모델을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마침내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만나 다빈치가 모델이 돼 달라고 했을 때 그 사나이는 자기가 몇 년 전 바로 예수의 모델이었던 사람이었다는 눈물어린 고백을 했다고 한다. 인간의 모습이 이렇게 예수의 모습과 가룟 유다의 모습 양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빈치는 이 그림에서 예수님을 중앙에, 그리고 요한과 야고보를 예수님 좌우에 배치해 두 아들의 어머니 소원을 풀어드린 셈이다.
최후의 만찬 그림을 자주 대하게 되지만, 그림 속의 제자들 이름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그림 좌측에서부터 열거해 보겠다. 바돌로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 가룟 유다(손에 칼을 쥐고 있음), 베드로, 요한의 순서이고 예수님 옆에 야고보, 도마(얼굴은 야고보보다 더 예수님과 가깝다), 빌립, 마태, 다대오, 시몬의 순서다. 예수님 좌우편에 앉은 야고보와 요한은 확률적으로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이다.
여기서 여러 가지 수학문제를 생각해 보자. 즉, 열두 제자 중 어느 한 제자가 예수님 좌우에 앉을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왼쪽에 앉을 확률, 오른쪽에 앉을 확률을 구해볼 수 있겠다. 또 다른 문제로는 최후의 만찬 그림에 있는 것처럼 제자들을 3명씩 묶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12명의 제자들을 3명씩 4그룹으로 나누는 방법의 가짓수를 계산해 보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최후의 만찬 그림은 다빈치의 일렬식 그림 외에 원탁에 앉은 그림도 있다. 그렇다면 위 문제들에 대해 원탁에 앉을 때의 확률과 가짓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는 수학문제이다.
또한 이에 대한 응용문제로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행진할 때 배치한 각 지파들의 위치를 정해 보는 것도 훌륭한 수학 연습이 될 것이다. 성경을 읽다가 또는 자녀들에 대한 야곱의 축복을 감안해 자기가 받고싶은 축복 순서대로 족속들을 배치해 보는 것은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뛰어넘는 성경과 수학의 접목이 된다.
최근에 최후의 만찬 그림 속에 있는 빵이나 손, 얼굴의 위치를 대상으로 악보를 그린 작곡가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음악가 겸 컴퓨터 기술자인 팔라라는 사람이 4년동안 다빈치의 그림을 연구해 ‘숨겨진 음악’이란 악보를 그렸는데, 특이한 점은 음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배열해 40초짜리 음악을 발표한 것이다. 다빈치 시대의 음악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된 이 음악 CD가 잘 팔리고 있다 하니 다빈치 코드가 아닌 다빈치 음악이 탄생한 셈이다.
최후의 만찬 그림은 공간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는데, 조화로운 비례들이 있는 곳에 음악이 숨쉬고 있다는 다빈치 전문가들의 긍정적 평가도 이 음악에 대한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깜짝 놀란 제자들이 끼리끼리 얼굴을 맞대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장면에서 미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세기적 소설도 나오고 수학문제도 유출해 내고 또 음악도 작곡해 보고 있으니 이 다음에는 어떤 분야에서 이 그림을 연구하고 응용할지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