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5]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다하브 할머니와 저는 아치형 교회 정문을 통과하여 성당 뜰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거기엔 회색의 둥근 돔 지붕의 육중한 8각형 성당 건물이 물을 잔뜩 마신 두꺼비처럼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순례자는 신발을 벗어들고 다하브 할머니를 따라 남쪽 문(오른편 문) 입구로 들어갔는데, 여자들 가운데 저 혼자만 남자였습니다. 남자들의 전용 출입구인 북쪽 문(왼편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만 엉뚱하게도 여자 신도들의 전용 출입구인 남쪽 문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정교회는 어느 성당이든 3개 또는 4개의 출입구가 있습니다. 동쪽 출입구는 지성소로 연결되는데 사제들만이 출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남자들이 서서 기도 드리고 있는 현관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사제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는 본당 입구가 어디일까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한 젊은 안내자가 다가오더니 본당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 100비르(약 12 달러)를 지불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예배 중일 때는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데, 이 안내자는 물질에 눈이 어두워 외국인 예배 참례자에게 돈을 요구한 것입니다. 저는 그 돈을 교회 주일 예배 헌금으로 봉헌하는 셈치고 순순히 응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국교가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국가적인 혜택과 우선권을 받고 엄청난 부동산(교회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국교나 다름없습니다. 인구(약 7천3백만)의 약 45퍼센트가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이며, 약 35퍼센트가 무슬림이고, 약 15퍼센트는 토착 신앙인 정령(精靈) 숭배자들이며, 나머지 5퍼센트가 복음교회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크리스천들입니다. 에티오피아에 처음으로 복음의 씨가 뿌려진 사실을 사도행전 8장 27절 이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어나 가서보니 에티오피아 사람 곧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큰 권세가 있는 내시(內侍)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데 병거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여행길에서 빌립으로부터 복음을 전해 듣고 세례까지 받은 그 이름 없는 재무장관 내시가 척박한 산악의 나라 에티오피아 땅에 복음의 씨를 뿌려 에티오피아가 오늘날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가 된 것입니다.
기원전 5백년 경에 에티오피아의 북부에 있는 티그라이(Tigray) 고원 지방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진보적인 악숨(Axum) 왕국이 세워졌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악숨의 한 왕이 시리아 수도승 프루멘티우스와 시리아의 다른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듣고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이집트의 콥트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신도들이 성당이나 제단을 향하여 세 번 절하고 심지어는 맨땅에 엎드려 절하는 예배 형식은 유대교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악숨 왕국의 건국자이며 제1대 왕인 메넬리크 1세 왕이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구약의 자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메넬리크 1세 왕이 언약궤를 예루살렘에서 악숨으로 옮긴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모든 교회들은 사제들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언약궤의 거룩한 증거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교회는 초대교회 때의 예배의식을 지금도 그대로 전승하여 집례하고 있습니다. 악숨 왕국의 절정기였던 중세기에 많은 교회들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라고 분부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높은 절벽이나 바위산에 교회를 세웠는데, 오늘날 그 대표적인 교회 건물들을 에티오피아 북부 월로(Wollo) 지방의 랄리벨라(Lalibela)와 같은 성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이 글을 쓴 ‘평화의 순례자’는 본 선교 여행기를 출간해줄 신실한 출판사를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