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한국인 선교사 부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7]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순례자가 에티오피아에서 선교 순례 활동을 폈던 2003년에는 이 나라에 우리나라 선교사가 단 두 사람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순례자가 목표로 삼은 선교 순례 여행지는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바로 이웃나라인 수단이었습니다. 내전 중에 있는 수단 남부 지방에 가서 노예로 잡혀있는 수많은 크리스천 형제자매들을 구출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수단으로 떠날 계획이었는데 수단 정부는 나에게 입국 사증을 발급해 주지 않았습니다. 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너 명의 선교사들의 주소를 어렵게 입수하여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회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도 가운데 불가피하게 에티오피아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베를린 주재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는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현역 선교사에 관한 일말의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순례자는 아디스 아바바 주재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한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종국, 장은혜 선교사 부부가 바로 그분들입니다. 두 분의 슬하에는 나이로비에 있는 국제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지연이(17살)와 딸 다연이(15살) 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다음날 SIM(Serving in Mission) 사무처를 찾아가 박종국 목사(48)를 만났습니다. 1887년에 창설된 SIM은 에티오피아의 유일한 개신교 국제선교 단체입니다. 1994년 대한예수회장로회(합동)로부터 에티오피아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박 목사는 SIM의 일원으로 에티오피아의 남서부 지방인 짐마의 선교 신학교에서 현지 공용어인 암하라어로 신학과 성경을 가르치는 것으로 선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일찍이 독실한 신앙 가정에서 성장한 박 목사는 총신대학에서 목회학을, 그리고 영국 버밍햄 대학에서 선교학을 전공한 뒤에 목사 안수를 받고 루마니아 선교 사역을 준비하고 있던 중 소말리아 난민 구호 현장과 에티오피아를 잠시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13년간 같은 나라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젊은 원주민 부부와 그들의 모친에게 세례를 주기 위해 연못을 찾은 박종국 선교사.

▲젊은 원주민 부부와 그들의 모친에게 세례를 주기 위해 연못을 찾은 박종국 선교사.


그는 훌륭한 은사 교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났다고 간증했습니다. 신학을 본격적으로 수학(修學)하면 신앙의 경지에 도달할 것으로 알았는데, 신학의 길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학과 신앙에 대한 회의에 빠져들었던 대학원 시절, 그는 원로 성경학자 박희천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며 말씀 중심으로 설교하시는 교수님을 만나고부터, 그는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시며 기도하는 자의 심령 속에 임재하심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을 위한 신학을 가르치시며 삶으로 신앙을 보여주시는 노 교수님을 통하여 그는 참 목회자상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개혁주의와 칼빈주의를 기본으로 하여 설립된 총신대학과 신학대학원의 모토인 ‘사람이 되라, 목회자가 되라, 교사가 되라’는 교훈을 통하여 참된 목회자상의 꿈을 키워왔다고 그는 고백했습니다.

박종국 선교사는 지금까지 십여년간 아디스 아바바를 비릇하여 에티오피아 전역에 18개의 협력 개척교회와 7개의 단독 개척교회를 세웠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었습니다. 제가 박 선교사를 만난 날 오전 중에도 그는 일주일 예정으로 SIM 선교사들과 멀리 남부 지방으로 선교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느라 눈코뜰새 없었습니다.

▲ 박 선교사는 10여 년간 에티오피아 전역에 20여개의 협력 및 단독 개척교회를 세웠다.

▲ 박 선교사는 10여 년간 에티오피아 전역에 20여개의 협력 및 단독 개척교회를 세웠다.


박종국 선교사는 아직 복음이 들어가지 않은 광활한 에티오피아 내의 미전도 지역을 탐사하고 연구하는 사역과 SIM의 자매 교단인 ‘생명의 말씀’(Word of Life) 교단의 아디스 아바바 노회와 협력하여 목회자 제도를 만드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목회자 훈련원과 현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대학 설립을 위해서 기도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건강할 때 소망은 결코 병들지 않는다(존 번연).” 이 말은 박 선교사의 좌우명입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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