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3]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4
2월 27일 목요일입니다. 나일 강의 수원지와 에티오피아의 역사 유적지를 순례하기 위해 열흘간의 버스여행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바로 옆방의 아보쎄 다마케사 씨(73세)가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 친절하게도 나를 버스 터미널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거듭 사양했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터미널이 초행길의 외국인에게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기꺼이 동행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에서 받는 극히 적은 연금(월 550비르: 약 66,000원)으로 호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다마케사 씨는 천성이 온순하고 자상한 지성인입니다. 한번은 그에게 노년기에 혼자 사시는 것이 외롭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읽고 있던 책을 가리키면서 ‘책이 친구가 되어주니까’ 조금도 외롭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30대 초반에 공무원 장학생으로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다마케사 씨는 한때 재무부와 국립은행에서 고위 관리로 봉직했던 화려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평생 미혼으로 살고 있는 그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30대 중반) 역시 아버지의 운명을 이어받았는지 노처녀로 살고 있다며 홍소(哄笑)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다마케사 씨는 오로모(Oromo) 족입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처럼 에티오피아도 다(多)종족 국가입니다. 여기에 오로모 족을 비릇한 에티오피아의 주요 여덟 종족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전체 인구(7천3백만) 중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오로모 족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종족입니다. 원래 유목민이었던 오로모 족은 16세기 중반에 남쪽의 케냐에서 이주해온 종족으로 아디스 아바바 이남의 중부 지방과 서남 지방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북부지방에 사는 암하라 족이나 티그라이 족 보다도 민주적이고 자유와 평등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다른 종족에 비해 오르모 족은 키가 크고 구릿빛 피부색이 고운 늠름하고 잘 생긴 사람들입니다. 농업과 목축업이 생업인 그들의 종교는 기독교, 이슬람, 정령 신앙이며, 최근에는 오로모 족 사회에 개신교 신앙 부흥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오로모 족 시민들은 오늘날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비민주적인 티그라이 족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으며, 그리하여 오로모 족 정당인 ‘오로모해방전선’(OLF)은 에티오피아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국회에서 계속 투쟁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인구의 21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하라(Amhara) 족은 아디스 아바바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방과 서북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암하라 족은 1270년 이래 에티오피아의 정치, 사회, 문화를 지배해 왔고, 이 나라의 다른 종족들에게 그들의 언어인 암하라어와 문화를 강요했던 통치 계급의 종족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암하라 족은 대부분 정교회에 속한 크리스천들입니다. 그들은 토지 소유에 대한 자부심과 집착이 강하며, 농사짓기를 즐겨합니다. 그들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은 경작자이며, 이 나라 고유종(固有種) 곡물인 양질의 ‘테프’(Teff)를 생산합니다. 테프는 이 나라의 주식인 인제라(#9 참조)를 만들 때 사용되는 곡식입니다.
에티오피아 인구의 11퍼센트를 차지하는 티그라이(Tigray) 족은 암하라 족과 같이 독립심이 강하고,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농사짓기를 즐겨하는 종족입니다. 이 나라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그들은 대부분 기독교가 처음으로 전래된 북쪽의 티그라이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티그라이 족의 95퍼센트는 놀랍게도 정교회 크리스천들이며, 또 그들은 독실한 신자들입니다. 군사 독재자 ‘데르그’(#6 참조)를 무너뜨리는 일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티그라이국민해방전선’(TPLF)은 새로운 민주 정부를 세우게 되었고, 티그라이 족인 멜레스 제나위가 총리로 선출되었습니다. 티그라이 족에 의한 소수 종족의 정권 장악은 다른 종족들의 거센 반대와 항의를 일으켰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