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레 리바노스 수도원의 학살 사건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4]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5

에티오피아 인구의 9퍼센트를 차지하는 시다마(Sidama) 족의 생업 터전은 서남부 지방입니다. 시다마 족은 시다마 주족(主族), 헤디야 족, 캄바타 족, 알라바 족, 데라사 족 등 소 그룹의 다섯 부족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이 정령 숭배자들인 시다마 족은 곡물, 연초, 엔세트(#32 참조) 등을 경작하는 농부들입니다.

에티오피아 인구의 6퍼센트를 차지하는 소말리(Somali) 족은 절대다수가 모슬렘입니다. 이 소수 종족은 소말리아와 경계를 두고 있는 에티오피아 동남부 지방의 반사막 저지대에서 유목 또는 반유목민으로 살아갑니다. 씨족 사회 중심의 소말리 족은 이슬람 계율로 결합되어 있으며, 구성원으로부터 충성을 요구합니다. 물이 희귀하고 자원이 적은 열악하고 혹독한 환경의 지배를 받는 소말리 족 사회에는 일부 극렬한 무장 단체들이 출현하여 국경 너머의 소말리아를 침입, 먹을 양식과 마실 물을 약탈한다는 서글픈 소식도 들립니다.

▲1937년 데브레 리바노스 교회와 수도원에서는 이탈리아 군에 의한 대학살 사건이 있었다(현재 교회는 복원된 것임).

▲1937년 데브레 리바노스 교회와 수도원에서는 이탈리아 군에 의한 대학살 사건이 있었다(현재 교회는 복원된 것임).

에티오피아 인구의 4퍼센트를 차지하는 아파르(Afar) 족은 대부분이 모슬렘입니다. 에티오피아의 동쪽에 접한 에리트레아의 남쪽과 지부티의 서쪽에 이르는 광범위한 반사막 지역인 다나킬(Danakil) 평원에서 유목민으로 살고 있는 자존심이 강하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알려진 아파르 족에 관한 이야기가 #44와 #45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셈 족에 속한 종족으로 에티오피아 인구의 2퍼센트에 불과한 구라게(Gurage) 족의 생업은 목축과 농업입니다. 엔세트(#32 참조) 재배는 그들의 전문적인 농사일입니다. 일 잘하고, 손재주가 좋고, 임기응변에 능하고, 모조품도 잘 만드는 사람들로 이름난 구라게 족은 무슨 일이든 맡겨진 일에 적응을 잘 합니다. 그런 연유로 많은 구라게 사람들이 산지에서의 계절 노동일에 취업하기도 합니다.

셈 족에 속한 하라리(Harari) 족은 중세 성벽 도시 하라르를 중심으로 한 하라르 지방에 살고 있는 개성이 강하고 종교와 문화를 사랑하는 종족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하라리 여성들이 울긋불긋한 전통 의상을 입고 하라리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라르 시에 관한 인상적인 풍속도가 #39, #40, #41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 오색찬란한 성화로 장식된 데브레 리바노스 성당 내부. 유아 세례가 있던 날 성도들이 제단 앞에 모였다.

▲ 오색찬란한 성화로 장식된 데브레 리바노스 성당 내부. 유아 세례가 있던 날 성도들이 제단 앞에 모였다.

자, 에티오피아의 여덟 종족에 관한 소개를 이 정도로 마감하고, 여행 채비를 하고 있던 새벽 시간의 아디스 아바바로 다시 돌아갑시다.

다마케사 씨의 우정 어린 도움으로 순례자는 6시30분 발 바히르 다르(Bahir Dar) 행 버스를 여유 있게 승차하여 좌석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디스 아바바를 출발한 시외버스는 104km를 달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이름난 성지 중의 하나인 데브레 리바노스(Debre Libanos)에 잠시 정차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하차하여 교회와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수도사들과 함께 경건한 묵상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 여행 목적이 성지 순례가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점령했던 1930년대 후반, 데브레 리바노스 수도원은 반(反) 이탈리아 저항운동의 온상이었습니다. 악명 높은 그라찌아니 총독의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진 직후, 이탈리아 파시즘 신봉자들은 이 성지에서 유례없는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1937년 5월 20일 그라찌아니는 그 보복 대상으로 데브레 레바노스 수도원의 수도승들 267명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형했습니다.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은 그라찌아니는 일주일 후 교회의 젊은 집사와 평신도들을 합하여 모두 129명을 총살했습니다. 마침내 만족한 그는 본국의 무쏠리니에게 ‘수도원 폐쇄-임무 완수!’라고 타전했습니다. 이 천인공로할 잔학 행위로 인하여 에티오피아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이탈리아가 영원한 사탄으로 남아 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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