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일 강의 수원 타나 호를 찾아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5]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6

청(靑)나일 강의 원류인 타나 호는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북서쪽으로 거리가 578km나 되는 첩첩산중의 고산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동차 길은 해발 2천 미터의 산허리를 꼬불꼬불 돌아 가야 하는 1차선의 비포장 산길입니다. 청나일 계곡과 거대한 산괴는 장관이었습니다. 도로는 신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버스는 힘든 주행을 해야만 했습니다. 운전자는 길을 잃기도 했지만 다행히 제 길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어두운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운전하는 그가 몹시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시속 20km 안팎의 거북이 속도로 달린 버스는 데브레 마르코스(Debre Markos)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정오가 조금 지나 타나 호의 호반도시 바히르 다르에 도착했습니다. 순례자는 ‘티스 아바이’(Tis Abay: 청나일)라는 예쁜 이름의 간판이 걸린 값싼 호텔을 숙소로 정한 후에 타나 호 순례에 나섰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넓이 3,600평방km의 타나 호에는 서른일곱 개의 섬이 점철해 있으며, 약 스무 개의 섬에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주요한 유산인 교회와 수도원이 있습니다. 이 교회와 수도원들은 아름다운 벽화와 성화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옛 에티오피아 왕들의 왕관과 의복들을 비릇하여 수많은 금은 보화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갈대 줄기를 엮어 만든 파피루스 보트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애용했던 배이다.

▲갈대 줄기를 엮어 만든 파피루스 보트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애용했던 배이다.


순례자는 타나 호반 길을 걸었습니다. 해발 1,860미터의 타나 호 수면에 파피루스 보트 한 척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수천 년 전 고대 왕조의 이집트 땅으로 돌아간 것 같은 환영에 사로잡혔습니다. 암하라어로 ‘탄크와’라 불리는 파피루스 보트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애용했던 배였기 때문입니다. 갈대 줄기를 엮어서 만든 파피루스 보트는 크기가 보통 2미터에서 3미터 안팎이며 긴 것은 10 미터 짜리도 있습니다.

타나 호의 맑고 검푸른 수면에서 나일 강 요정의 환영을 본 순례자는 여러 해 전 이집트 여행 때 카이로의 나일 강가에서 꾸었던 꿈이 이루어진 것을 놀랍게 여기며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나일 강은 이미 나에게는 사랑스런 연인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첫눈에 반한 이래 석양녘이 되면 숙소로 가기 전에 로다 섬 근처의 나일 강을 찾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던가 그날 해질 무렵 카이로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나일 강을 찾아가 강둑의 돌밭에 털썩 주저앉아 강물을 내려다보며 강의 요정에게 이렇게 속삭였던 것이 되살아났습니다.

- 에티오피아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난 네 분신은 솔로몬의 연인이었던 그 가무잡잡한 술람미 여자와도 같구나. 수천 수만리 여행하는 동안 너는 부끄러움 없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젖먹여 키워준 이집트인들의 어머니. 너 곧장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면 구름으로 휴거하여 멀리 동방의 한반도 아래 비를 내려 마른 빈들을 적시고 골짜기를 채워라. 장차 어느 날 고국의 땅 강가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 이 순례자는 날개 잃은 철새지만 너는 여전히 젖먹여 키우는 영원한 강의 여신이리라 -

▲청나일의 수원 타나 호에 살고 있는 펠리칸을 사람들은 거룩한 새로 여긴다.

▲청나일의 수원 타나 호에 살고 있는 펠리칸을 사람들은 거룩한 새로 여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청나일 강을 창세기(2:10-14)에 나오는 네 개의 낙원 강 가운데 하나인 ‘기혼 강’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옛 지명 구스는 에티오피아를 가리키는데 노아의 아들인 함의 맏아들 구스가 이 지역(동아프리카) 민족의 시조이므로 그 땅에 그의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이튿날 순례자는 청나일 폭포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타나 호를 떠난 청나일 강은 동남쪽으로 30여km를 흘러가다가 티쓰 아바이 마을 근처의 높은 낭떠러지에서 계곡으로 엄청난 수량의 강물을 쏟아 내립니다. 사람들은 이 경승지를 가리켜 청나일 폭포라고 합니다.

청나일 폭포는 백나일 강과 청나일 강 전체를 통하여 가장 극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우기인 7월부터 8월까지는 타나 호에서 흘러 보낸 홍수물이 4백 미터의 폭에서 45미터 아래의 깊은 못으로 수직 낙하하는데 1km의 거리에서도 폭포가 일으키는 물보라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물보라는 현란한 무지개를 만들어냅니다. 거기엔 조그마한 녹음방초의 낙원이 있습니다. 청나일이 만들어내는 장중한 오케스트라와 비스터비젼에 매혹되는 것은 그곳을 찾는 관광객 뿐만이 아닙니다. 그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과 비비 원숭이들도 청나일 폭포에 반하여 그들의 삶이 즐겁기만 합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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