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폭포에서 만난 어린 양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6]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7

순례자는 청나일 폭포 근처에서 13살 전후의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마을 근처에서 나룻배로 강을 건넌 후 폭포가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가는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두 소년이 나에게 뛰어오면서 안내를 자청했습니다. 소년들은 각자 손에 기다란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년들이 양치기가 아닌데도 지팡이를 휴대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외출할 때 나들이옷을 입듯 지팡이 휴대는 에티오피아 북부지방의 고원지대에 사는 암하라 족의 전통적인 생활 관습입니다. 시편 23편 4절 뒷부분에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라는 말씀에서 기인된 종교적인 풍습이라고 합니다.

▲청나일 폭포는 청나일 강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장중한 비스타 비전이다.

▲청나일 폭포는 청나일 강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장중한 비스타 비전이다.


장다리 소년 하일레와 키 작은 무차는 집안이 가난하여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관광 가이드 예비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년들에게 그들이 성년이 될 즈음에는 나라에서는 정식 교육을 받은 자격증을 가진 관광 가이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이 필수적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일상생활 영어는 어렵지 않게 구사합니다. 무차와 하일레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얼마 쯤 걸어가다가 키가 훤칠하게 큰 14살의 소녀 가장 마르다 자매를 만났습니다. 마르다 자매는 얇고 투명한 비닐 봉투에 십자가, 성화, 토속품 등 각가지 관광 기념품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팔고 있었습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마르다 자매의 흙먼지 서린 맨발을 내려다보며 순례자는 이렇게 우스갯말을 건넸습니다.
“마르다, 여기 가시나무도 많고 거칠거칠한 돌조각도 많은데 네 발바닥은 철판을 깔았니?”
“어렸을 때부터 단련이 되어 끄덕 없어요”
마르다는 부끄러움 없이 얼굴에 비시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여기 보니까 다 큰 남자애들이 막대기 하나씩 들고 쏘다니는데 그 녀석들이 널 못살게 굴거나 치근거리거든 그 쇠발바닥으로 한 대 멋있게 갈겨주렴!”
이렇게 말하면서 태권도의 앞발차기와 옆발 차기 등을 시범으로 보이니까 시범 대상자인 마르다는 잠자코 있는데 무차와 키 큰 소년이 덩달아 신이 나서 나를 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르다는 지금 시집갈 나이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18살 이전의 십대 청소년 가운데 시집가는 소녀들이 57퍼센트에 이릅니다. 마르다는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은 72퍼센트의 소녀들 가운데 하나이지만 가까이 사는 삼촌이 가르쳐 주어 암하라어를 읽고 쓸 줄 압니다. 암하라 족 사회에서는 결혼할 청소년들이 혼전에 서로 적절한 기간을 두고 만나거나 사귀는 법이 없습니다.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신랑 되는 남자가 신부 될 여자 집에 나타나 잔치(결혼식)를 끝내면 그것으로 혼사가 성립됩니다.

이슬람 신자들이 많이 사는 멀리 동남부 지방의 하라리 족 사회에서는 결혼할 남녀가 부모의 간섭이나 중개 없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혼전 교제 관습이 있는데, 대대로 개화된 통치 계급으로 알려진 기독교의 암하라 사회에서는 그와는 정반대의 폐쇄와 차별의 모순적인 관행을 봅니다.

마르다는 미래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니까 수줍어하는 대신 안색이 어두워졌습니다. 소녀의 가슴에 두려움이 엄습한 것입니다. 만일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몇 푼 되지 않은 돈이나 몇 마리 되지 않은 가축 때문에 자기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경우 당장 가출할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바히르 다르를 중심으로 하는 타나 호 주변에 사는 암하라 족의 틴에이저 소녀들은 그런 문제로 가출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마르다 일행과 내가 청나일 폭포가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당도할 무렵 다른 소년들이 우리들과 합류했습니다. 나일 폭포는 한 폭의 수려한 풍경화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귀에는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고 원숭이들이 춤을 추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하심을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순례자는 소년들에게 가사가 아주 간결한 영어 복음 성가 ‘씽 할렐루야(Sing Halleluya)’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청나일 폭포에서 만난 어린 꿈나무들은 복음성가  ‘씽 할렐루야’를 부르며 주님을 찬양했다.

▲청나일 폭포에서 만난 어린 꿈나무들은 복음성가  ‘씽 할렐루야’를 부르며 주님을 찬양했다.


청나일 폭포 마을에 사는 가난한 에티오피아 소년들은 네 사람씩 짝지어 ‘씽 할렐루야’를 번갈아 가며 불렀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신 어린 양들의 순전하고 티 없이 맑은 영혼의 찬양이었습니다.

-할렐루야 그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 권능의 궁창에서 그를 찬양할지어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시편 150편 1,6절)-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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