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검은 유대인 팔라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8]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9

담당자의 실수로 이번 18회분의 사진 두 장이 20회분의 것으로 잘못 게재되었습니다. 2009년 12월 17일 오후 1시경 실수를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메드하네 알렘 교회의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야레드와 나는 곤다르에서 북쪽으로 약 6km 떨어진 월레카(Wolleka)라 불리는, 한때 팔라샤인(에티오피아 유대인)이 살았던 조그마한 마을을 순례했습니다. 암하라어 ‘팔라샤’(Falashia)란 ‘이방인’ 또는 ‘권리가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집’ 또는 ‘에티오피아의 검은 유대인’이라 부릅니다. 1천년간 에티오피아의 서북부 지방에서 크게 번영했던 에티오피아의 유대교는 기독교의 전래와 국교화 이후 교세가 현격히 줄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로 개종하기를 거부한 팔라샤인들은 개인 토지를 몰수당했습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기 제조업, 직물업, 대장장이 일, 건설업 등 숙련업에 종사했습니다. 최근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곤다르 전성시대에 세워진 성, 궁전, 교회당의 건축과 장식 기술은 이들 팔라샤인들의 솜씨였다고 합니다.

▲1985년 이스라엘의 팔라샤 공수작전을 소재로 한 미국영화 ‘Live and Becomes’의 한 장면.

▲1985년 이스라엘의 팔라샤 공수작전을 소재로 한 미국영화 ‘Live and Becomes’의 한 장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여러 차례 닥쳤던 가뭄과 기근, 그리고 에리트레아와의 내전으로 말미암아 팔라샤인들은 무척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수천 명의 팔라샤인들은 이웃나라인 수단의 난민촌으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걸으며 종국에는 이스라엘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서로 접촉하고, 또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마침내 1985년부터 1991년 사이에 수천 명의 검은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공수(空輸)하는 ‘모세 작전’(Operation Moses)이 비밀리에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그 이후 나머지 1만7천 명에 대한 이스라엘 공수 협정이 새로 체결되었을 때 그 가운데 3천 명이 기독교 신자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수를 거부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대교 신자와 기독교 신자가 섞여 있는 가정이 분리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종교청 장관은 만일 팔라샤 크리스천이 이스라엘로 오는 경우 유대교로 개종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구세주(메시아)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적은 수의 크리스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직도 에티오피아에 머물러 삽니다.

몇 시간 전에 교회에서 설교 통역을 해준 야레드는 이렇게 팔라샤인의 고통스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야레드는 영어의 어휘 구사력이나 문법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영어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야레드가 성경에 나오는 용어를 별로 틀리지 않게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은사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지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유대 교도들.

▲성지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유대 교도들.

이튿날 야레드는 나를 데리고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 새벽같이 호텔로 뛰어 왔습니다.

나는 북쪽의 악숨 행 버스를 탈 참이고, 야레드의 행선지는 그의 학교가 있는 타나 호반 도시 바히르 다르입니다. 작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야레드에게 무엇인가를 선사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물건이 없었습니다. 귀국하는 대로 그에게 우편으로 부쳐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야레드는 ‘영어 성경책’을 한권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선교 여행을 나올 때 그 흔하고 값싼 ‘현대인을 위한 영어 성경책’ 한 두 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순례자는 종이를 꺼내어 작별 인사의 글로 성경 구절(시편 121편 8절)을 적어 야레드에게 주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면서 야레드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레드, 선교 여행이 끝나는 대로 너에게 영어 성경책 한 권 꼭 보내 줄께. 아냐, 한 권 뿐 아니라 여러 권도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학교에서 ‘영어 성경 클럽’을 만드는 일이야. 그리고 네 실력이면 충분히 가르칠 수 있어”

“선생님, 제가 가르칠 수 있다구요? 그건 말도 되지 않은 말씀이세요.”

“영어 속담에 ‘Teaching is Learning(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란 말이 있어. 영어 성 경을 가르치는 동안 넌 영어도 배우고 성경(말씀)도 배우게 될테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지. 너에게 능력 주시는 예수님을 통하여 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그게 바로 신앙의 능력이란 거야.”

내 말에 감격한 탓일까, 야레드의 얼굴엔 홍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순례자가 탄 버스와 야레드가 탄 버스도 출발하기 위해 이윽고 엔진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동녘 하늘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하나는 남쪽을 향해, 다른 하나는 북쪽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복된 좋은 소식을 싣고 에티오피아의 산길을 달리는 버스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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