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19]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10
곤다르에서 웰디야(Weldya) 행 버스를 탄 순례자는 2시간 후에 가셰나(Gashena)란 조그마한 장터 마을에서 하차했습니다. 이날의 목적지인 랄리벨라(Lalibella)로 가기 위해서는 가셰나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이용되는 삼거리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낮의 뙤약볕 아래 4시간이나 지루하게 기다린 랄리벨라 행 버스는 오후 1시 30분경에야 마침내 그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시외버스는 승객들을 가득 싣고는 라스타 산맥의 험하고 가파른 비포장 산길을 곡예사처럼 잘도 달렸습니다. 1시간 동안 해발 3천 미터의 산길을 달린 버스는 해발 2천 미터 아래의 저지대를 향해 지그재그의 광야 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내려갔습니다. 차창을 통하여 바라본 라스타 산맥의 고산준령은 그랜드 캐니언의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3시간 쯤 달렸을까. 멀리 북쪽 랄리벨라 뒤편에 라스타 산맥의 최고봉 아부네 요셉 봉(4190m)이 그 장엄하고도 신묘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산 중턱에 있는 랄리벨라를 향해 다시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그 기분은 스릴 만점이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천국 가는 길에 느끼게 될 기분과 감격이 이와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드디어 신비스럽게 펼쳐진 산허리에 자리 잡고 있는 랄리벨라에 도착했을 때, 승객들은 에티오피아 민속 노래를 부르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것은 목적지까지 지팡이로 무사히 인도해주신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사고 없이 잘 달려준 쭈그렁이 버스에 대한 고마움의 탄성이었습니다.
전에 로하(Roha)로 알려진 랄리벨라는 자그웨(Zagwe) 왕조의 랄리벨라 왕(1181-1221)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랄리벨라 왕이 로하에서 출생하기 직후에 장차 왕이 될 그의 비밀스런 생애가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그의 어머니는 아기가 떼지어 모여든 벌떼에 에워싸인 채 행복하게 요람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물의 세계가 중요한 인물의 출현을 예언할 수 있다는 옛 에티오피아의 민간 신앙을 머리에 떠올린 그의 어머니는 “내 아이가 왕이 될 것을 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벌들이 그의 통치권을 인정한다’를 뜻하는 ‘랄리벨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자그웨 왕조의 왕이며 랄리벨라의 형 하르바이는 이 소식을 듣자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10여년이 지나가고 랄리벨라가 청소년으로 장성하자 하르바이는 그의 왕위의 안정 문제로 염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의 적수인 동생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사람을 시켜 동생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는 수년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생을 박해했는데, 그것이 절정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린 왕자에게 독약을 먹였는데 왕자는 죽지는 않고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흘간 혼수 상태에 빠졌던 랄리벨라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하늘로 옮겨졌으며, 의식을 회복한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로하로 돌아가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교회를 건축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랄리벨라가 살아서 로하의 왕궁으로 돌아오자, 그것이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임을 깊이 깨달은 하르바이는 동생을 찾아가 경의를 표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두 형제는 함께 똑같은 노새를 타고 로하로 돌아갔으며, 하르바이 왕은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습니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바위)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陰府)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6장 18절)-
왕위에 오른 랄리벨라는 위의 성경 말씀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가장 좋은 교회 건축지를 사들이고, 전국의 이름난 석공, 목수, 장인(丈人)들을 불러 모아 하나님이 지시하신 설계대로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깎아서 교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천사들이 내려와 쉬지 않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교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건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세워진 것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11개의 유명한 랄리벨라의 바위 교회들이며 그 건축 공정이 가히 경이스럽게 여겨져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평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