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여왕의 나라 악숨과 ‘언약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22]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악숨을 상징하는 높이 22미터(10층)의 장중한 화강암 오벨리스크

▲악숨을 상징하는 높이 22미터(10층)의 장중한 화강암 오벨리스크

순례자가 탄 버스는 티그라이(Tigray) 지방을 관통하는 ‘역사로’(歷史路)를 따라 에티오피아의 맨 북쪽 끝 고원지대를 향해 이틀을 달려 다음날에 악숨에 도착했습니다. 불모의 구릉으로 에워싸인 작고 볼품없는 농촌 도시 악숨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그 어디에도 과거의 영광과 찬란한 문화의 흔적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서북쪽으로 5백여 미터 쯤 떨어진 ‘석비(石碑) 공원’을 향해 탐구심이라는 돋보기를 쓰고 천천히 걸으며 악숨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엔 신전, 성채, 궁전, 돌기둥 등 수많은 유적들과 옛 교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석비 공원에 도착했을 때 악숨을 상징하는 높이 22미터에 10층이나 되는 장중한 화강암 오벨리스크(방첨탑:方尖塔)가 순례자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고대에는 이만한 크기의 오벨리스크 일곱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오벨리스크는 13층의 높이 33미터, 무게 5백 톤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비였는데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없는 수백 년 전에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개의 거대한 오벨리스크는 한통의 화강암 하나를 똑같은 장식 무늬로 조각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왕의 무덤이 있었으므로 오벨리스크는 말하자면 거대한 묘비이며 기념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오벨리스크로 이름난 고대 도시 악숨은 언제 쯤 생겨났을까.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그 ‘언약궤’는 악숨의 어느 곳에 은익되어 있을까.

14세기에 기록된 에티오피아의 역사서 ‘열왕기’(Kebre Nagast)에 의하면 악숨 왕국은 3천년 전에 시바 여왕이 다스렸던 나라였다고 합니다. 구약성서 열왕기상 10장에는 남부 아라비아의 부유한 시바 왕국의 여왕이 머나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까지 여행을 해서 솔로몬 왕을 예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솔로몬 왕이 왕의 규례대로 스바(시바) 여왕에게 물건을 준 외에 또 저의 소원대로 무릇 구하는 것을 주니 이에 저가 그 신복들로 더불어 본국으로 돌아갔더라(열왕기상10장 13절)-

여왕(에티오피아 이름은 마케다)은 예루살렘에서 시바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태중에는 솔로몬의 아기를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아기 이름을 메넬리크(Menelik)라 지어 불렀습니다. 메넬리크 왕은 불과 30여 년 전에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폐위와 함께 종막을 고한 솔로몬 왕조의 원조(元朝)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메넬리크 왕이 더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는 이유는 그가 ‘언약궤’(모세의 십계 돌판과 만나가 든 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들어있던 법궤)를 에티오피아로 가져온 것으로 믿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왕자 메넬리크가 청년으로 장성했을 때 그는 아버지 솔로몬 왕을 뵙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3년간 체류했으며, 그가 예루살렘을 떠날 때 솔로몬 왕은 귀족들의 장남들을 불러 메넬리크를 악숨까지 동행할 것과 그들의 여행길을 보호하기 위해 목적지까지 언약궤‘를 메고 가라고 명령했습니다. 악숨에 도착한 메넬리크 왕자는 법궤를 더 안전한 곳에 보관하기 위해 멀리 타나 호(湖)에 있는 타나 키르코스라 불리는 외딴 수도원으로 가져갔으며 그로부터 1.400년이 지난 주후 4세기에 에자나 왕은 그 법궤를 다시 악숨으로 옮겨왔습니다. 순례자는 사람들에게 물어 법궤가 숨겨져 있다는 ‘시온 성(聖)마리아 교회’를 순례하러 나섰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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