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기독교의 뿌리를 찾아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23] 에티오피아, 버스여행

▲에티오피아에 최초로 복음의 씨가 뿌려진 곳은 시바 여왕이 다스린 옛 도시 악숨이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최초로 복음의 씨가 뿌려진 곳은 시바 여왕이 다스린 옛 도시 악숨이었다고 한다.

교회 구내의 조그마한 예배당에 은익 되어 있는 그 비밀스런 법궤는 일흔서너 살 쯤 되어 보이는 늙은 수도승이 혼자 지키고 있었습니다. 뼈 가죽만 남은 수도승은 촉촉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로 순례자를 맞았습니다. 이름을 묻자 그는 자기를 단지 ‘아탕’(법궤 파수꾼)이라고 불러주기를 원했습니다. ‘아탕’이라는 지위는 에티오피아 정교회에서 가장 명예스럽고 신성한 지위입니다. 그는 예배당 구내를 한 발치라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만이 이 세상에서 그 법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아탕’이 되어서 얼마나 행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글쎄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흔한 행복은 아니겠지요. 주님의 쇠사슬에 묶인 주 님의 노예는 세상의 행복과는 다른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나는 매일 십자가를 메고 예수 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심정입니다. 때로 외롭고 때로 힘들지만 임마누엘 주님이 나와 동행하시는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순례자는 노수도승에게 그 비밀스런 법궤를 잠간만 보여 달라고 어린애처럼 애원했지만 허사였습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나요?”

이 한 마디를 내뱉으며 노수도승은 인사도 하지 않고 예배당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후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어느 사제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는 그 법궤를 육안으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그것을 ‘승리하는 믿음의 상징’으로 여기는 에티오피아의 크리스천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시바 여왕이 기원전 10세기에 이 지역을 다스렸다고 주장하지만 악숨이 실제로 번영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후 3세기였습니다. 그 당시에 악숨은 페르시아, 중국, 로마 등의 제국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의 강국이었습니다. 4세기에 악숨 왕 에자나는 기독교로 개종하여 그의 왕국을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 중 하나로 바꾸었습니다. 초대교회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이었던 빌립으로부터 전도를 받은 에티오피아의 재무대신이 뿌린 복음의 씨가 마침내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역사가 루피누스의 기록에는 두로에서 출생한 프루멘티우스라는 젊은 기독교 신자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는 악숨의 지도층 시민들에게 전도하였고 에자나 왕을 개종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프루멘티우스는 에티오피아의 초대 주교가 되었고, 에자나 왕은 기독교를 악숨의 국교로 선포한 것입니다.

기독교가 악숨에 뿌리를 내리는데 2백여 년이 걸렸지만 오늘날 에티오피아의 전체 인구 중
거의 절반인 3천3백만 명이 기독교 신자입니다. 1천년 이상 서구 기독교와 단절되었던 그들의 기독교 신앙은 신구약성서의 가르침과 다른 종교의 가르침이 섞인 독특한 혼합 신앙입니다.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 숭배 열기는 로마 가톨릭보다 더 강렬합니다. 오늘날까지도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앙 관습은 유대교의 율법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손꼽는다면, 교인들에게 남자 아기가 태어나면 여덟째 되는 날에 할례(割禮)를 행할 것과, 토요일(안식일)에 쉴 것과,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에티오피아의 많은 크리스천들이 성경에 나와 있지 않은 미신들을 신앙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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