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불붙은 에티오피아의 개신교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27] 에티오피아, 자전거 여행

순례자는 낮 12시가 훨씬 지나 조그마한 도시 아르시 네겔레(Arsi Negele)에 도착했습니다. 그날은 주일날이었으므로 사람들에게 물어서 교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큰 길 가 오른편에 허술한 교회 입간판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아 반가워라! 교회 입구 간판에는 암하릭어와 영어로 ‘Full Gospel Church’(순복음교회)라 씌어 있었습니다. 모태 신앙의 장로 교인이며 ‘순복음교회’에 대해 편견적이었던 내가 기독교 정통 교회 나라인 에티오피아에서 ‘순복음교회’를 순전한 기쁨으로 맞이하다니 그것은 참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개신교-특히 복음교회와 순복음교회-는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노랑 유채화 들녘에 듬성 듬성 피어있는 빨강 들양귀비처럼 그렇게 화사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교회당이 협소하여 교회 정원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아르바민취 복음교회 신도들.

▲교회당이 협소하여 교회 정원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아르바민취 복음교회 신도들.

에티오피아는 종교의 나라입니다. 80여 부족을 구성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종교성이 강하고 신앙심이 깊은 민족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에티오피아는 각 종교가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어느 곳에서나 포교와 복음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복음의 색깔이 퇴색되어 있고 오히려 유대교와 비슷한 정통과 권위주의와 형식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티오피아 정교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 개신교이며, 개신교가 에티오피아에서 발붙이기 시작한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마다 수만 명의 정교회 신자들과 정령 신앙자들이 개신교로 개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신교 교세가 강한 오로모 지역의 나사렛, 샤세메네, 아와사, 아르바 민취 등의 복음교회, 개혁(장로)교회, 순복음교회는 주일에 모여드는 수백 명의 신자들을 수용할 교회당이 협소하여 교회 밖의 뜰이나 정원에서 예배를 드리는 실정입니다.

에티오피아 개신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크리스천들은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영접했습니다. 예수 믿는 것이 기쁘고, 교회 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노래하고 강에서 빨래하면서도 노래합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증거합니다. 교회를 박해하던 멘기스투 정권이 무너진 후, 수많은 선교사들이 돌아와 전국에서 부흥 집회를 열었던 그 해였습니다. 수만 명의 영혼들이 말씀을 듣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왔습니다. 노천에서 6시간이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말씀을 듣기 위해 노천에서 비를 맞으며 취침했습니다. 선교사들은 아프리카 사람들만이 부를 수 있는 찬양의 노래를 듣고 놀랐습니다. 지금 에티오피아에는 목회자와 전도사를 양성하기 위한 성경학교가 전국에 1백 군데나 있다고 합니다. 박종국 선교사 내외분이 가르치는 신학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르시 네겔레 순복음교회 구내로 들어가니까 교회 마당과 정원에는 이제 막 예배를 마친 신자들이 귀가할 생각도 하지 않고 끼리끼리 모여 춤을 추거나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예배가 오후 1시에 끝났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정교회와 개신교 교회는 설교 시간이 1시간 이상이나 되어 주일 예배 시간이 보통 2시간이나 걸립니다. 아르시 네겔레 순복음교회(담임:게데파 톨라 목사)는 교인 재적수가 5백 여명이나 되는 큰 교회지만 교회 재정이 무척 약해 아직도 선진국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꼭 일주일 째 되는 일요일(3월 23일)이었습니다, 순례자는 아르바 민치(Arba Minch)의 메카네(Mekane) 복음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아르바 민치의 다른 교회와 연합으로 드리는 주일 예배에는 1천5백여 명으로 추산되는 신자들이 교회 정원을 가득 채웠는데 양팔을 들고 통성 기도하는 예배 순서는 우리나라 교회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여서 조금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헌금바구니가 준비 되어 있지 않아서였는지 헌금 순서에는 우산과 양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칼레헤이오우트(Kaleheyout)교회의 켈레메 카나 목사가 다윗 왕의 죄과(사무엘하 12장 1-14절)에 관한 설교를 하는 동안 교회 정원은 회개와 통회의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내가 주께 죄를 지었습니다.”
“주님, 나를 용서하소서.”

감성적이며 정서적인 에티오피아인들의 하늘을 향한 울부짖음이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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