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29] 에티오피아, 자전거 여행
나는 침낭을 꺼내어 그림자 위에 펴고 팔을 베개 삼아 누웠습니다.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파란 창공에 드문드문 펼쳐있는 솜털 사이로 무수한 검정색 싸락눈 별들이 깜박깜박 빛나고 있었습니다. 싸락눈 별들은 손을 내밀며 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아바바(아빠), 내 손 좀 잡아줘요. 아빠의 따뜻한 손 잡아보고 싶어요”
“파더(아버지), 아버지의 깨끗한 하얀 손으로 내 때 묻은 까만 손을 말갛게 씻어주셔요”
저 창공에서 들려오는 싸락눈 별들의 속삭임은, 불과 반시간 전, 둥근 지붕의 초가집 마을 어린이들의 환호성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어른을 만나 기쁘고 반가와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싶어서, 외국인 어른의 깨끗하고 따뜻한 손을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 그리고 생전 마시고 싶은 것이 그 흔한 펩시콜라인데 그 인자하신 외국인 어른께서 콜라 한병 값 2비르(약2백50원)만 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다는 순진한 메시지들이었습니다. 순례자는 그 어린이들로부터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상기하며 주님께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주님, 이 소자가 주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간구하고 간청했을 때 주님은 시시때때로 그 모든 것들을 청종하시고 응답하셨습니다. 주님은 크신 사랑을 저에게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소자는 사람 사랑이 그리워 외국인을 아버지라 부르며 맨발로 뛰어온 아이들을 매몰차게 외면했습니다. 아이들이 내민 그 마른 고사리 같은 여린 손을 차갑게 떨쳐버렸 습니다. 사랑에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자전거에 생명 사랑 가득 싣고 떠나겠다고 주님 께 드린 약속을 그만 까마득히 잊어버린 저의 잘못과 불충(不忠)을 용서해 주십시오.
주의 날개 그늘에 엎드려 깊은 뉘우침의 묵상에 잠겨 있는 동안 회개의 영이 순례자의 영혼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들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에서 내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보혈 흘리신 주님을 보았습니다.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는 그지없이 초라한 주님을 보았습니다.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마태복음 18:5) … 이와 같이 이 소자 중에 하나라도 잃어지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의 아버지의 뜻 이 아니니라(마태복음 18:14)-
그날 이래 에티오피아와, 그리고 에리트리아와 지부티에서, 자전거 여행과 버스 또는 기차 여행 중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만나면 비록 시간에 쫒기는 경우에도 순례자는 주님의 이름으로 일일이 악수를 해주거나 껴안아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그것은 보잘 것 없는 한 순례자를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은사였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서남쪽을 가르는 대지구대의 호수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경건한 심정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그가 불신자이든 부가지론자이든 간에 그 순간만은 창조주의 존재와 임재를 느끼며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해지고 감격해 합니다. 아름다운 경치,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수들, 수십 종의 야생 동물들과 조류들,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에티오피아의 유일한 농경 문화의 만화경(萬華鏡). 그리고 오로모 족을 위시한 부드러운 구리 빛깔 피부의 크고 날씬한 체격과 수려한 용모의 구스 족 후예들과의 만남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축복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디스 아바바에서 서남쪽으로 550km 떨어진 아르바 민치를 향해 호수 길을 달리는 순례자는 그날도 목적지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길을 주신 주님께 묵상과 기도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님, 이렇게 걷고 달릴 수 있는 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는 충직 한 자전거를 주tu서 감사합니다. 무게가 20킬로그램도 되지 않는 이 조그마한 자전거가 체중 55킬로그램의 자기 주인과 20킬로그램이 넘는 짐을 싣고 하루 2백리 길을 고장 없이, 사고 없이 잘 달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자전거가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자전거가 조금도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주셨음을 또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순례자는 나와 동행하시며 나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보혜사 주님께 찬송을 부르며 주님의 이름을 찬양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