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 강변의 흑진주 부족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36] 에티오피아, 화물차 여행

이튿날 나는 말코무와 함께 오모 강 탐방 순례 길을 나섰습니다. 매일 비가 내리는 악천후관계로 버스 운행이 끊겨 화물차로 이동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는 미국의 콜로라도 강에 버금가는 오모(Omo) 강이 있습니다.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서남쪽으로 2백km 쯤 떨어진 웰키테(Welkite)근처에서 물줄기가 시작되는 오모 강은 구절양장의 협곡을 이루며 남쪽으로 1천km를 흘러 동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큰 케냐의 투르카나(Turkana) 호로 유입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자연 보호구역인 오모국립공원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오모국립공원은 폭이 60킬로미터이며 길이가 120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뭍짐승과 날짐승들의 낙원입니다. 바로 그 동편에는 오모국립공원의 절반만한 마고(Mago)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오모 강을 끼고 있는 이 두 국립공원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에티오피아의 도원경(桃源境)이라 불립니다.

▲외래객들에게 민속춤을 선사하기 위해 마을 광장에 모인 오모 강변의 흑진주 소녀들.

▲외래객들에게 민속춤을 선사하기 위해 마을 광장에 모인 오모 강변의 흑진주 소녀들.

“이 지역 사람들 말로는 하나님이 종종 오모 강변에 오셔서 목욕 하신대요”

화물차에 함께 타고 가던 소년 가이드 말코무가 내 어깻죽지에 나팔 손아귀를 얹으며 귀청이 따갑게 설명을 했습니다. 이 두 공원에는 오릭스라 불리는 영양, 기린, ‘하르테비스트’라 불리는 큰 영양, 가젤, 사자, 코끼리, 물소 등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안락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두 공원은 또한 자동차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합니다. 아디스 아바바의 국립 관광 안내소 직원들이 빈털터리 자전거 순례자인 나에게 이 두 국립공원을 감히 소개해 줄 수 없었던 것은 항공편이 아니면 이곳을 육로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르바 민치의 호텔에 자전거를 맡겨두고 버스로 이틀이나 걸리는 이 벽지를 찾아간 것은 단순히 국립공원의 도원경을 유람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흑진주처럼 반들거리는 살갗으로 지으신 함족 후예들을 만나 평화의 기쁜 소식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모 강 하류 지역에는 오모 족에 속한 약 2십5만 명의 아리 족, 반나 족, 부미 족, 하메르 족, 카로 족, 무르시 족, 수르마 족, 겔레브 족, 아르보레 족 등 10여 소 부족들이 마을 단위로 모여 평화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활 양식은 그들 부족 수 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이 소 부족들 가운데 가장 큰 아리 족은 인구가 12만 명으로 주로 마고국립공원의 북쪽 경계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업은 대규모의 축산과 양봉이며, 양질의 꿀은 외국으로 수출됩니다. 여자들은 엔세트(#32 참조) 잎을 엮어 만든 치마를 입습니다.

마고 국립공원의 동편 고지에 살고 있는 4만5천여 명의 반나 족은 주로 농사나 사냥으로 살아갑니다. 물소를 사냥하여 죽인 후에 남자들은 온몸을 진흙으로 바르고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며 온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베풉니다. 오모 국립공원의 남쪽 지역에 살고 있는 약 8천여 명의 부미 족은 농업과 목축업으로 살아갑니다. 전쟁을 좋아하는 종족으로 알려진 부미 족은 카로 족, 하메르 족, 수르마 족과 정기적인 전투를 시행합니다. 주 정부 측에서는종족 간의 전투가 비인간적이고 비합법적이므로 중단해야한다고 경고하지만, 그들은 그 싸움이 전통문화 행사라며 조금도 숙으러들지 않습니다. 부미 족과 카로 족은 목축업으로 살아가는 겔레브 족이나 저지(低地)와 산지 간을 계절 따라 왕래하며 살아가는 하메르 족과 뒤섞여 삽니다.

마고 국립공원의 무르시 구릉과 타마 평원의 저지대를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사는 6천5백여 명의 무르시 족은 대부분 목축으로 살아갑니다. 이전에 유목민으로 살았던 4만5천여 명의 수르마 족은 오늘날 오모 국립공원의 서쪽 변두리 지역에서 수수와 옥수수를 경작하여 먹고 삽니다. 수르마 족도 부미 족처럼 싸움을 좋아하는 전사로 악명이 높습니다. 견원지간인 수르마 족과 부미 족은 지금도 걸핏하면 한 해에도 서너 차례 한바탕 싸움판을 벌입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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