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입술 판의 무르시 족 여자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37] 에티오피아, 화물차 여행

무르시 족과 수르마 족의 가장 유명한 전통 중 하나는 여자들의 입술 판 착용입니다. 여자들은 사춘기 나이에 들어서면 점토로 만든 직경이 15센치나 되는 둥근 판을 아래 입술과 턱 사이를 째고 그 갈라진 틈 속에 끼웁니다. 입술 판을 끼고 다니면 불편하므로 필요하지 않을 때는 떼어놓습니다. 입술 판을 떼어놓으면 넓어진 입술이 턱 아래까지 축 늘어집니다.

이 ‘둥근 입술 판‘이 외부인들에게는 기괴한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무르시 족과 수르마 족 여자들은 그것들을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입술 판이 크면 클수록 입술 판 착용자는 더 매력 있는 여자가 되어, 가장 이상적인 신부감으로 선정된다는 것입니다.

▲ 무르시 족 여자들은 입술 판 착용을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긴다.

▲ 무르시 족 여자들은 입술 판 착용을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긴다.

인류학자들은 이들이 입술 판을 착용하게 된 이유를 두 가지 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외관상 얼굴이나 신체에 흠이 없는 여자를 찾는 노예 상인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갖게 하기 위함이며, 둘째로는 악령이 입을 통하여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무르시 족과 수르마 족 여자들의 세계에서 귓불에 둥근 나무판이나 테라코타 디스크를 끼고 다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관습이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오모 강 하류 지방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 사이에 역시 유행하고 있는 ‘흉터 자국 내기’에는 많은 독특한 상징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르시 전사(戰士)들은 그들이 전투에서 살해한 적들을 표시하기 위해 자신의 팔에 깊은 칼자국을 냅니다.

정교하게 손질한 헤어스타일은 개인의 각기 다른 취향의 장식입니다. 하메르 족 여자들은 빽빽한 고수머리에 진흙이나 버터를 바르고 반짝이는 알루미늄 장식 판을 씁니다. 겔레브 족과 카로 족 남자들은 그들의 머리를 조각품으로 만들거나 면도로 머리카락을 깍아내어 머리를 우스꽝스런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대여섯 개의 타조 깃이 달린 황토색 모자를 씁니다.

형형색색의 목걸이, 짧고 두터운 금속 손목 레이스와 팔찌, 짧은 스커트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허리띠 장신구, 복식 귀걸이 등 장신구류는 간결하면서도 정취를 자아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더 ‘개화된’ 사람들에게 일반화된 물질문화와 인공물(人工物)이 결여된 이들 부족은 그들의 예술적인 충동(요구)을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수르마 족과 카로 족 사람들은 진흙과 채소나 화초에서 얻은 그림물감을 사용하여 얼굴, 가슴, 팔, 다리 등에 환상적인 형(型)과 무늬를 그려 넣는 보디 페인팅(나체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의 일종)의 명수들입니다. 이런 디자인들은 특별한 상징적인 의미는 없지만 순수하게 취향적이며 미학적인 효과를 위해 만들어집니다.

순례자가 오모국립공원 탐방 사흘 만에 오모 강변의 한 촌락에서 무르시 족 여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에 대한 인상과 감정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현대 문화에서 소외된 미개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이지적인 고등 종교를 알지 못하는 구원받지 못한 길 잃은 양들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그들은 가끔 오모 강으로 목욕하러 오신다는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모시고 사는 천진무구한 검정빛 피부의 양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르시 족 여자들과 그냥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다며 말코무는 나에게 그들에게 노래 하나를 가르쳐주자고 제의했습니다. 마을 앞에 평화스럽게 흐르는 오모 강을 바라보니까 복음 성가 ‘내게 강 같은 평화’의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나는 말코무의 도움을 받아 여자들에게 그 멜로디에 암하라어 가사를 붙여 노래를 가르쳤습니다.

‘강물 같은 주의 평화, 강물 같은 주의 평화, 나의 영혼 깊은 곳에 넘치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는 오모 강변에 목욕하러 오셨다가 여자들이 예쁘고 둥근 입술 판으로 부른 이런 찬양의 노래를 기뻐 들으시고 분명히 그들의 삶을 축복하셨을 것입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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