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41] 에티오피아, 자전거 여행
하라르는 또한 ‘하이에나 사람’(Hyena Man)으로도 유명합니다. 하라르 성 밖의 교외에 사는 ‘하이에나 사람’은 일몰 직후 먹을 것을 찾아 마을에 내려온 야생 하이에나에게 고기, 찌꺼기 고기, 뼈 등의 먹을 것을 던져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서, 하이에나에게 고기를 던져주는 사람의 연출과 고기를 받아먹는 하이에나의 연기를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로부터 고기 값을 받아 그 짭짤한 수입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순례자는 그 진기한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소년 관광 안내자 하일루 테키예 군(15세)의 안내를 받아 하라르 성 밖 서쪽으로 3km 쯤 떨어진 ‘하이에나 멘’이 사는 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자 어둠이 짙게 밀려왔고 우리는 간밤에 내린 비로 질퍽질퍽한 길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정신없이 걸었습니다. 편하게 빨리 가겠다고 자동차로 마음에도 없는 엉덩방아 춤을 추며 웅덩이 길을 달리는 관광객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여유 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하일루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상 기록물을 통해서만 그 생김새를 멀리서 보았을 뿐, 이제 몇 십분 후면 바로 지척에서 그 녀석들을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걸음걸이는 더욱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썩은 고기나 다른 육식 동물들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는 하이에나는 식육목(食肉目) 하이에나 과에 딸린 짐승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모두 3종이 있습니다. 몸통의 크기는 큰 놈은 셰퍼드 만 하고 보통 진돗개 등 일반 개와 비슷합니다. 몸집이 튼튼하고 새끼를 밴 것처럼 배와 허리가 불룩합니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고 발가락이 넷이며 다른 개나 늑대처럼 발톱을 오므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이에나의 턱과 이빨은 다른 동물의 큰 뼈를 깨물어 부스러뜨릴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검정색 반점 털을 가진 하이에나는 그 짖는 소리가 악마의 웃음소리에 비유되어 서양에서는 잔인한 사람이나 욕심꾸러기를 가리켜 ‘하이에나‘라고도 부릅니다.
우리가 하이에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저녁 8시 경이었고 ‘하이에나 사람’ 네가쉬 씨는 하이에나에게 줄 고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받아 3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하이에나를 위해 몸 바쳐 일하는 네가쉬 씨는 그 생김새와 인상이 하이에나를 많이 닮아 보였습니다.
인적이 드믄 깊은 산 속에 사는 하이에나는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면 50 리 이상 떨어진 하라르를 향해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려 자기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무료로 공급해주는 ‘하이에나 사람’을 찾아갑니다. 하이에나는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정확히 가늠할 줄 압니다. 일몰 시간을 기하여 깊은 산 속의 동굴 집을 출발한 하이에나 가족은 ‘하이에나 사람’ 집에 정확히 저녁 8시부터 8시 30분 사이에 도착합니다.
‘하이에나 사람’은 게으름을 피울 수 없습니다. 내가 오늘 무슨 일 때문에 바빠서 또는 몸이 아프니까 한 시간 미루거나 또는 하루를 거를 테니까 내일 보자고 미리 알릴 수도 없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미리 준비한 먹을 것을 가지고 나와 그 야생 짐승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저녁 8시가 지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요한 어두움을 깨고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칠흑같은 장막 속에 두 형광등 눈빛을 발하는 하이에나들이 우리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