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42] 에티오피아, 자전거 여행
뒤에 웅크리고 서있는 우리들과 불과 5미터 쯤 떨어진 ‘하이에나 사람’은 그릇에서 고기를 꺼내어 하이에나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대여섯 마리의 하이에나는 자기들끼리 무슨 회의를 하는 듯 낑낑거리더니 먹을 것을 챙기고 있는 그들 주인을 향해 한동안 그들의 특유한 웃음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순례자의 귀에 그들의 울음소리는 인사말로 들렸습니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 녀석들은 정확하게 30초 내지 1분 간격으로 ‘하이에나 사람’이 던져주는 고기를 고맙게 받아먹었습니다. 녀석들이 서로 먼저 먹겠다고 ’하이에나 사람‘의 손에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하이에나들은 마치 훈련을 받은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라르에서 하이에나가 사람들과 적대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하라르가 부유한 도시 국가로 발전했던 16세기였습니다. 당시 1만 명 이상이 살았던 하라르 당국은 음식 찌꺼기를 비릇한 각종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깊은 밤에 예기치 않은 대변란이 발생했습니다.
하라르에서 동남쪽으로 수백리 떨어진 소말리아 산지에 살던 수백 마리의 하이에나 떼가 몰려와 하라르 성 밖에 내다버린 쓰레기더미를 기습한 것입니다. 하이에나는 사람들을 조금도 해치지 않고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음식 찌꺼기는 물론 나무 조각 헝겊 조각 하나 남김없이 먹어치운 것입니다. 그 후 하라르 당국은 한 달에 한 두 번 씩 성문을 열어 하이에나의 입성을 허락하여 도시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이에나가 조물주의 실수로 예쁜 개가 되지 못하고, 개를 닮은 못생긴 짐승이 되어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쓸모없는 비천한 짐승으로 여깁니다. 독실한 신자나 종교인이라 자부하는 선남선녀들까지도 하이에나의 짖는 소리가 악마의 소리 같다 해서 하이에나를 잔인한 사람이나 탐욕자 또는 이단자로 비유합니다.
그러나 순례자는 하라르의 한 외딴 곳에서 귀한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하이에나를 먹여주는 ‘하이에나 사람’을 하나님으로 비유하고, 들짐승 하이에나를 우리 모든 허물 많은 인간으로 비유했을 때 발견한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것은 못생긴 자, 누추한 자, 따돌림 받는 자, 버림받은 자, 등 잃어버린 인간들의 인격-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크신 사랑과 긍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이에나 사람’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소년 안내자 하이루 군과 더불어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푸시는 주님’의 이름을 찬양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