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처럼 생긴 나라, 지부티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43] 에티오피아, 기차여행

정규 출발 시간을 한 시간 쯤 지연한 지부티 행 에티오피아 횡단열차는 저녁 8시경에야 디레 다와 역 구내를 겨우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디레 다와까지 타고 온 기차와 조금도 다름없는 프랑스제 객차의 창문에는 유리가 한 장도 끼워있지 않은 고물 객차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객차 역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낭만 열차였습니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차창을 통해 본 밤하늘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초승달과 북두칠성을 육안으로 바라보는 낭만이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순례자는 어렸을 적 ‘육이오 사변’(한국 전쟁)이 발발했던 해 여름, 전라도에 진주하여 우리 집에 배치되었던 북한 인민군 소대의 열아홉 살 소대장에게서 배운 ‘별 하나 나 하나’를 불러보았습니다.물론 나는 그 인민군 아저씨가 가르쳐준 신의주 지방 민요의 그 애틋한 멜로디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숫자 가사를 음송하며 내 나름의 영혼의 멜로디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별 하나 나 하나, 저 별에게 생명을 주시고 운행하게 하시는 것과 같이 이 소자에게 도 생명을 주셔서 이 척박한 아프리카 땅을 떠돌며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시니 감 사합니다. 주님, 별 둘 나 둘, 저 별들에게 빛을 비치게 하셔서 어두운 하늘을 은빛으로 환 하게 비추게 하시는 것과 같이 이 소자를 주님의 작은 제자 삼으시고 사랑의 순례자 삼으 셔서 그 작은 빛으로 험한 풍랑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비추어 건지게 하소서.”

▲손바닥에 그려 넣은 문신은 지부티 사람들의 영혼의 무기이다.

▲손바닥에 그려 넣은 문신은 지부티 사람들의 영혼의 무기이다.

민요 ‘별 하나 나 하나’는 ‘별 열 나 열’로 끝나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하늘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수십 개의 별 뿐만 아니라 저 하늘 궁창 너머에 보이지 않는 수천수만의 무수한 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수한 별들을 지으시고 또 무수히 많은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 이여, 온 땅에 주의 이름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이튿날 에티오피아 횡단 열차는 약 3백km의 거리를 18시간 동안 달려 간신히 지부티(Djibouti) 나라의 수도 지부티 시 본역에 도착했습니다. 네 시간이면 족히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네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 운행했다는 것은 필시 기관사가 역에서 쉴 때마다 십여 분 씩 휴면(休眠)을 했거나 동료 역원들과 담배를 피면서 담소(談笑)를 나누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사는 에티오피아 기관사의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따로 분리하여 휴대했던 배낭, 자전거 패니어, 침낭, 카메라 가방 등을 자전거에 다시 부착한 다음 역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뜨겁게 내려쬐는 아프리카의 햇빛이었습니다. 한낮이어서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날씨였습니다. 이 용광로 같은 열기에 유럽 여행자들은 가뭄에 모종한 화초처럼 축 늘어지기 십상이지만, 중동의 사막 기후에 익숙해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눈부신 햇빛과 그 따가운 열기가 신비스러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부티는 연중 기후가 평균 섭씨 30도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더운 나라입니다.

인구 60만 명의 지부티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 및 소말리아 사이에 끼어있는 부메랑 처럼 생긴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나라의 크기가 우리나라(남한)의 4분의 1도 채 못 되는 지부티(2만3천 평방km)는 이웃나라인 에티오피아나 소말리아처럼 국민 1인당 연수입이 200달라도 되지 않는 아주 가난한 나라입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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