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아스마라를 향하여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51] 에리트리아, 버스여행

인구의 약 2퍼센트를 이루는 빌렌(Bilen) 족은 케렌의 주변 지역에 삽니다. 빌렌 족의 기원은 구스 족으로 절반은 기독교 신자들인 농부들이며, 다른 절반은 소를 키우는 모슬렘입니다. 빌렌 족의 전통적인 사회는 씨족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빌렌 족의 언어는 베자 족 언어처럼 점차 티그레어, 티그리니아어, 아랍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근친결혼과 씨족 간의 경제 교류 탓이며, 일반 초등학교에서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목과 얼굴에 적갈색 문신으로 치장하는 것이 여자들 세계에서의 유행입니다.

▲ 수십 년 된 이탈리아제 고물 버스는 하루 종일 잦은 고장으로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글쓴이의 애마 당쇠가 버스 지붕위에 짐짝처럼 묶여 있다.

▲ 수십 년 된 이탈리아제 고물 버스는 하루 종일 잦은 고장으로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글쓴이의 애마 당쇠가 버스 지붕위에 짐짝처럼 묶여 있다.

인구의 2%를 이루는 쿠나마(Kunama) 족은 에리트레아의 남서쪽 지방인 수단과 에티오피아의 모퉁이 국경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피부가 유난히 까만 이유는 원래 나일 강에서 거주했던 탓입니다. 쿠나마 족은 노인들의 권위와 마을 회의의 결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민주적인 의식을 가진 종족입니다. 공동체는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으며, 도시에 가서 교육을 받은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경작은 콜호즈와 유사한 집단 농경입니다. 집단으로 열심히 일하고 또 일이 끝나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바리아(Baria) 족으로도 알려진 인구 1.5%의 나라(Nara) 족은 수단 국경 근처의 바르카 계곡에서 삽니다. 쿠나마 족처럼 나일 강에서 이주한 나라 족은 대부분 모슬렘이며, 남자들은 헤다레브 족처럼 뺨에 칼로 세 개의 수직 홈을 파는 관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사이다(Rashaida) 족은 에리트레아의 유일한 유목민입니다. 인구의 0.5%를 점유하고 있는 라사이다 족은 누비아 사막의 남쪽 지역은 물론 에리트레아와 수단의 홍해 해안에 이르는 기다란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라사이다 족은 19세기 중엽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에리트레아로 이주한 셈족의 마지막 종족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는 아랍어이고, 신앙은 이슬람입니다. 라사이다 여자들의 우아하고 중후한 의상은 은실과 구슬과 때때로 작은 진주알을 끼워 정교하게 수놓은 기다랗고 무거운 면사포와, 기하학적으로 본 떠서 만든 검고 빨강색의 드레스로 유명합니다. 라사이다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결혼은 그들 자신의 가문 내에서만 허락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근친결혼입니다.

반시간 쯤 기다렸을까 화물차 한 대가 나타났고, 화물차는 고장난 버스를 견인하는 것이 당연지사인 것처럼 발 빠르게 움직여 주었습니다. 화물차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버스는 거북이 걸음으로 달려 조그마한 도시 포로(Poro)에 도착해 그곳의 싸구려 호텔에 승객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지도를 꺼내어 아사브를 출발한 버스가 포로까지 온 거리를 계산해보니까 3백 킬로미터도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우리가 탄 버스의 당일 목적지는 항구도시 마싸와(Massawa)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새벽, 닭 우는 소리에 곤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간이호텔에서 아스마라 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니까-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작은 도시에는 일정한 버스 정류장이 따로 없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나와 있었고, 어제 우리가 타고 온 버스를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었는지 버스 소유자 측에서는 승객들에게 운임 일부(포로-아스마라 구간 버스비)를 되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봉고버스와 유사한 미니버스는 마싸와를 거쳐 곧장 아스마라를 향해 달렸습니다. 아스마라는 해발 2,347m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으므로 버스는 계속 오르막길을 달려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버스는 그야말로 구절양장의 산허리를 꼬불꼬불 돌아 올라가는데 힘에 부친 탓이었을까 이따금 헛방귀를 뀌기도 했습니다. 이 지구상의 다른 어느 곳에도 이런 협착하고 가파른 산허리길이 또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달리는 버스가 만에 하나라도 아차 실수를 하면 수백 길의 계곡 아래로 추락할텐데 그렇게 되면 살아남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 지기만 했습니다. 운전자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순례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 하나 뿐이었다.

‘주님, 운전자의 운전대를 잘 붙들어 주세요.’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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