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출신의 여교장 선생님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54] 에리트리아, 아스마라

아스마라를 방문한지 사흘째 되는 날 순례자는 에리트레아 정부 직속의 관광부에 근무하고 있는 하브테아브 씨의 안내로 시 변두리에 있는 아스마라에서 제일 큰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1946년에 설립된 고다이프 초등학교는 재학생이 1,600명이나 되는 대형 학교입니다.

에리트레아의 정규 아동 교육은 1학년부터 5학년까지의 5년제 초등학교와 6학년부터 7학년 까지의 2년제 중학교로 구분됩니다. 에리트레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수업료를 받지 않으며 의무교육을 실시합니다. 마을과 지역 공동체에서는 정부의 지원으로 4살부터 6살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유치원에 해당하는 2년제 ‘프리스쿨’(보육학교)을 개설합니다. 8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5년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인문계 대학, 자연계 대학 또는 공업 기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지난 2003년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등록률이 남자 아동이 56퍼센트였고, 여자 아동은 51퍼센트에 이르렀지만 재학 기간에 퇴교하거나 유급하는 어린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퇴교률이 남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가사에 종사해야 하고 아프리카의 제3세계 나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기 결혼 풍조 탓입니다. 에리트레아의 학교들은 새 학기가 9월 초순에 시작되어 6월 하순에 끝납니다. 여름 방학이 긴 이유는 연례적인 우기(雨期)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에리트레아의 국어는 티그리니아어이며, 초등학교에서는 각 지역의 종족별로 모국어를 가르치며, 영어는 중학교에서 가르칩니다.

하브테아브 씨와 내가 고다이프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섰을 때, 우리들의 귓전을 요란하게 울린 것은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관전하며 함성을 터뜨리는 어린이들의 응원 소리였습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2002년이군요. 아스마라 시 초등학교 대항 축구 시합에서 이 학교 팀이 우승했지요.”

하브테아브 씨가 마치 이 학교의 교사나 되는 것처럼 자상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 우리가 고다이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여, 루시아 메부라투)을 만난 곳은 부겐빌라의 빨강 잎꽃이 눈부시게 피어있는 학교 화원이었습니다. 그녀는 작업복을 입고 정원사와 함께 손수 화초를 손질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멀리 극동 아시아에서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우리 어둑컴컴한 사무실에 서 맛없는 차를 마시는 것보다 햇볕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꽃 향기 마시며 이야길 나누 는게 어떨까요?”

나이를 50대 초반 정도로 짐작했던 루시아 교장 선생님의 실제 나이는 41세였습니다.

“제가 실제 나이보다 10살 위로 보이는 건 당연하지요. 살고 죽는 것이 풍전등화였던 전쟁 터에서 전사(戰士)로 십여 년을 보냈으니까요. 저보다 더 큰 장총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녀 야 했던 걸 상상해보시라구요."

그녀는 열열한 애국자요, 대아(大我)에 가치관을 기울인 사명자였습니다. 대학 교육을 마치자마자 교육 일선에서 안일한 교사 생활을 하기보다는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찾는 것이 으뜸 되는 덕목임을 깨달은 그녀는 평복을 벗고 군복을 입었습니다. 그녀는 에리트레아의 독립을 쟁취(爭取)하기 위해 결성된 게릴라 군대인 '에리트레아국민해방군'(EPLF)에 자원입대했습니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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