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강단] 하나님의 뜻 안에서(롬1:8~15)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 이수영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 이수영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수영 목사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써 보낸 편지의 머리 부분의 일부입니다. 누구에게 편지를 쓰며 머리 부분에서 받는 이의 건강을 빌거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거나 상대방에 관해 들은 좋은 소식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는 인사를 먼저 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비슷한 관행인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인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글이 사도 바울의 글이기에 예사롭지 않게 주목하며 살피게 됩니다.

본문 첫 절인 8절을 먼저 봅니다.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사도 바울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지녀야 할 믿음의 자세와 도리의 내용들을 열거하자면 겸손, 순종, 충성, 헌신 등등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와야 할 것은 어쩌면 ‘감사’일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충성하며 헌신해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에게뿐 아니라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 것을 종종 봅니다.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에나 일단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대단한 믿음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무슨 일을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또 겸손함을 의미합니다. 감사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능력이나 수고나 공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것은 모든 일이 궁극적으로 하나님 손에 달려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결국 하나님이 하신 일임을 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은 신앙이 성숙한 사람에게서 잘 나오는 말입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열심이 있어도 감사할 줄 모르고 그저 불평, 불만, 비판만 일삼는 사람은 자기는 ‘교회를 위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도 교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해악이 되기 십상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기가 하나님께 감사함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것임을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하나님께 감사함의 근거가, 그 이유가, 그 원동력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시라는 것입니다. 다메섹으로 가던 도상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 거기서 자기를 거꾸러뜨리시고 변화시키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신 예수 그리스도가 자기로 하여금 하나님께 감사하게 만드는 근원이라는 고백입니다. 그가 얻은 새 생명, 바울이라는 그의 새 이름, 그의 앞에서 새롭게 발견한 삶,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예수 그리스도였던 것입니다. 그것을 말하는 것이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내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가 그 삶의 존재 이유가 되고 기쁨의 이유가 되며 감사의 이유가 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 된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하나님께 무엇을 감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까? 8절을 다시 또 봅니다.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감사한다는 것은 로마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로 인하여 감사한다는 말이며 그 이유는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즉 그들의 믿음이 널리 소문이 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 사도 바울을 봅니다. 그는 자기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 아닙니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바울이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바울에게 무슨 개인적인 이익을 준 일도 없습니다. 단지 로마제국의 수도, 세계의 중심에 그리스도인들이 생겨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기뻐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것입니다. 자기 개인에게 조금이라도 유익이 되지 않으면 교회 일이나 하나님 나라 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사는 사람은 참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건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고(마6:31~32), 너희는 먼저 아버지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6:33).

그리스도인이란 개인의 일에 앞서 그리스도의 나라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조선이 통째로 일본에 먹히든 말든, 독도가 일본의 땅이 되든 말든, 천안함이 침몰해서 46명의 해군병사가 희생이 되든 말든 내 봉급만 줄지 않으면 난 관심 없다 한다면 그게 한국 국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기업이 몇억원 주겠다니까 우리나라의 원천기술을 빼내다 넘겨줘서 수조원의 산업피해를 입히는 자들이 있다면 그게 한국인이라 할 자격이 있느냐 말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전 세계인의 숨을 죽이며 오래 동안 깨지지 않을 세계신기록으로 피겨 스케이팅에서 우승을 하고 20세 전후의 선수들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까지 최단거리 남녀 동반우승을 하는가 하면 최장거리까지 휩쓰는데도 흥분할 줄 모르며 ‘그렇다고 누가 내 봉급 올려주냐?’ 하고 벌레 씹은 표정만 하고 있다면 과연 한국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로마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소문만 듣고도 좋아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편지를 써 보냈던 것입니다. 복음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로마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하여 쉬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보기를 갈망했습니다. 본문 9~10절을 봅니다.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이 나의 증인이 되시거니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 바울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을 위하여 항상 기도하며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한 말은 빈 말이나 외교적 언사가 아니었습니다. 진심 어린 말이었습니다. 하나님 자신이 그 증인이시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로마로 가는 것을 그의 분명하고 확고한 목표로 삼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하든지…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한다”고 한 것입니다.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가 결국 죄수의 신분으로 쇠사슬에 매이고 로마 황제의 재판정에 서는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로마로 가기를 성취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사도 바울이 결코 로마로 가는 일을 개인의 인간적인 의지와 결단을 따라 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행한 것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본문 9~10절을 다시 봅니다.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이 나의 증인이 되시거니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 아무리 명분이 좋고 목적이 선한 일이라 할지라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내 뜻대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울은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 안에서’ 행하려 하는 좋은 본보기를 우리에게 보여준 사도입니다.

이어서 바울은 그가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보기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본문 11~15절을 다시 봅니다.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형제들아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가고자 한 것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너희 중에서도 다른 이방인 중에서와 같이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로되 지금까지 길이 막혔도다.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 여기서 우리는 사도 바울이 제시하는 몇 가지 이유를 쉽게 발견합니다.

11절에서는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라 했습니다. 여기서 사도 바울은 그가 로마로 가게 되면 방언이나 예언이나 통변이나 병 고치는 것과 같은 어떤 특정한 은사를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전도와 목회사역을 통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그들의 믿음에 어울리게 더 영적으로 성숙하게 되어 그들의 믿음이 더 견고하여지기를 희망한 것입니다. 또한 주후 1세기의 삶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11절에서의 바울의 말은 그 쉽지 않은 삶을 능히 살아갈 수 있도록 로마의 신자들이 믿음으로 강해지기를 바라며 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라’고 말한 바울은 혹시라도 로마의 신자들이 자기를 교만하게 보지나 않을까 의식했는지 12절에서 그러한 염려를 해소시킬 발언을 합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한 것입니다. 바울이 로마에 있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겠지만 그들로부터 바울 또한 위로와 힘을 얻기를 바란 것이 사실입니다.

13절에서도 바울이 로마로 가기를 원했던 다른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너희 중에서도 다른 이방인 중에서와 같이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열매란 전도를 통해서 얻는 새 신자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바울이 이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아직 로마에 가기 전이기 때문에 그때의 로마의 신자들은 바울의 전도와 가르침을 받아 믿게 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했습니다. 그는 로마에서도 같은 전도의 열매를 맺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5절에서 바울은 로마로 가야 할 보다 간단하고 일반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14절에서 보듯이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로마에 갔다가 그곳의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을 받아 서쪽 끝의 스페인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사도 바울의 최종 목표였음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바울이 로마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기뻐한 사실이나 그가 하나님께 그들을 말하며 항상 기도한 일이나 그들을 보기를 간절히 원한 것이 아주 순수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자기가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한 계산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느냐 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다시 그가 10절에서 한 말을 상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뜻 안에서’라는 말입니다. 그가 스페인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개인의 즐거움이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전하려는 의욕에서였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빚을 진 자로서 그 빚을 죽기까지 할 수 있는 대로 멀리까지 가서 최대한 갚으려는 오직 그 한 가지 소망 가운데 가졌던 생각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을 얻는 길이고 그 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조금도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가 아니면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사도 바울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바울이 스페인까지 가는 일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던 계획이 아니었기에 그는 로마에서 순교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의 달려갈 길을 마쳤던 것입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 안에서 행하기를 힘쓰며 거기에 기쁨으로 승복할 줄 아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나님의 뜻 밖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 어리석고 위험한 자들이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복음 전하는 일이 짐으로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그가 열망하는 바였습니다.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만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복음의 빚진 자로 만드셨습니다. 그 변화는 일생 그에게서 갈 수 있는 모든 곳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가 깨달은 복음의 진리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일을 특권으로 여겼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저런 모양으로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모두 복음의 빚진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전도를 짐으로 여기지 말고 특권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처럼 우리도 누가 예수를 믿게 되었고 어디에 믿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2년 째 ‘새문안 새 생명’ 운동을 펼치는데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지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줄 압니다. 그러나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10월 첫 주에 단 한 사람만이라도 믿지 않는 사람 데리고 나오기 위하여 마음에 작정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하여 한 달 여 남은 기간 열심히 기도하기 바랍니다. 그에게 건넬 지혜로운 말 한 마디 생각나게 해주시고 말을 붙일 자연스러운 기회를 주시기를 구하며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성령께서 역사하여 주시기를 간구하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새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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