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소년 요나단의 꿈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프리카 자전거 순례 2만 리 55] 에리트리아, 아스마라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은 1961년에 시작되어 30년이나 끌었습니다. 아프리카 현대사에서 독립 쟁취를 위한 가장 오랜 싸움이었습니다. 15만 명이 넘는 에리트레아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4만 명이 게릴라 전사들이었습니다. 크기가 우리나라(남한)보다 약간 큰 땅에 겨우 4백6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에리트레아는 가정마다 누군가를 한사람 씩 전쟁에서 잃었다는 통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루시아 교장 선생도 30년 전쟁 기간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둘이나 잃었습니다. 하나는 혈육인 남동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약혼자였습니다. 그녀의 두 남자는 세상의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보화요 생명이었습니다. 그 두 생명을 잃었을 때 그녀의 좌절과 실의와 슬픔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거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지고 그녀의 눈 앞에 그리고 미래에 어린이 교육이라는 희망의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조금도 애석해 하지 마세요. 그들의 희생으로 수많은 생명이 결집된 내 사랑하는 조국을 찾았으니까요. 하나님은 진리를 통하여 우리를 자유케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해방을 주신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는 조국 에리트레아와 에리트레아 국민을 사랑합니다.”

독립 전쟁이 끝나고 '에리트레아국민해방군'이 해산되었을 때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것은 EPLF 전투력의 거의 35퍼센트가 여성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강력하고도 인상적인 결과는 에리트레아의 정치에 커다란 영향력을 주어 오늘날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도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참정권과 남녀동등권이 에리트레아에서 확립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튿날 순례자는 아스마라 시 중심지에서 십리 쯤 떨어진 고다이프 초등학교 어린이 요나단(10살)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5학년생으로 자기 반 아이들 53명 가운데 서열이 아홉째라는 요나단은 전교생 1,600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제일 공부 잘하고, 신실하고, 스포츠를 잘하는, 다시 말해서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어린이로, 거기에 덧붙여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어린이로 교장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것입니다.

시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판자촌 마을이었습니다. 순례자는 요나단과 그의 어머니와 그의 누나 미니야(15살)의 영접을 받고 요나단의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요나단의 아버지 오쿠바미하엘 씨는 10년 전에 에이즈로 병사했습니다. 병약한 어머니는 자주 몸져 누워있을 뿐인데 동네에서는 에이즈 환자로 잘못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요나단 가정은 누나 미니야가 공장에 다니며 벌어오는 것과 정부로부터 배급 받는 곡식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합니다. 요나단은 꿈이 많은 소년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공군 사관학교에 입대하여 조종사가 되는 것이 그의 첫째 꿈입니다.

갈매기 요나단처럼 하늘을 나르며 이웃 에티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예멘, 사우디 아라비아의 하늘을 넘나들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가난한 이웃나라와 서로 사이좋게 사는 것이 소년의 이상이었습니다. 이웃나라 에티오피아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철천지원수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용서하고 싶은 이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요나단은 일요일에는 거의 교회(에리트레아 정교회)에서 지내는데 영어 성경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영어 성경 반에는 대부분 중학생들인데 요나단은 초등학생인데도 눈치 보는 것을 개의치 않고 형들의 어깨 너머로 성경 말씀과 영어 단어를 배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고다이프 초등학교 축구팀의 주전 멤버인데도 요나단은 아직도 자기 개인 소유의 축구공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이 많은 요나단은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우선 당장 갖고 싶은 것이 영어로 된 성경책 한 권과 축구공입니다.

‘주님, 갈매기 소년 요나단을 사랑합니다. 그의 병약한 어머니와 소녀 가장 미니야를 사랑 합니다. 그들을 품에 안으시고 도와 주십시오’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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