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가족들도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42)-도박 중독[10] 치료의 전제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도박중독은 치료가 안 된다거나 불치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동안 정신질환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 발달로 도박중독 원인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치료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약물치료 부분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으며, 알콜중독에 쓰이는 일부 약물이 도박 욕구와 갈망을 현저히 줄여주고, 중독자들의 잘못된 신념과 행동을 교정해 주는 인지치료 등이 도움이 된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1980년부터 도박중독에 대해 점진적인 만성 정신병으로 충동을 통제하는 기제의 이상(異狀)에서 오는 ‘정신건강 이상’으로 규정하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최선으로 제시, 상담과 회복 과정에서 치료의 전제가 중요시되고 있다.

1. 유전성과 후천성 문제

치료에 있어 도박의 유전성 문제는 중요하다. 도박자의 의지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선천적이라면 당사자 의지가 적게 작용된다고 볼 수 있고, 후천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가 더 작용해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분 시도는 때로 의미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유전성이 있거나 학습 가능한 환경이라 해도 모두 도박중독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박하는 모든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도박중독자가 임상 질병으로 진단받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도박은 점차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연속 발전단계를 보이며, 각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각한 사교성 도박자들이나 도박중독자들의 공통점은 여러 이상한 행동들이 사회적 지원 실패, 자활치료 포기 등에서 나타나듯 여러 다른 수준의 두뇌 장애에서 기인한 점이다.

그럼에도 도박중독자들의 뇌에서 강한 생화학적 변화를 입증하는 의미심장한 결과들이 있다. 몇몇 중독자들은 심지어 간단한 뇌파검사(EEG)에서 그 파동의 기능만으로도 측정이 가능했으며, 다른 중독자들은 좀더 복잡한 신경화학의 분석 평가로 측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뇌의 특성이 도박의 심각성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도박이 뇌의 기능장애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지난 10년동안, 골드스타인과 칼튼(L. Goldstein & P. L. Carlton)은 도박자와 비도박자의 뇌파검사(EEG) 상호작용을 연구했으며, 특히 좌뇌에서 우뇌로의 측면 이동을 측정하려는 실험에서 분명한 차이를 발견했다.

이런 노력에 따라 도박중독과 유전성의 문제를 다루는 유전학의 최근 연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사교성 도박에서 중독성을 가진 병적 도박으로의 발전은 ‘다른 원인에서 유래한 복합 유전자의’ 기능 장애와 관련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독특한 도파민 관련 유전자 배열의 존재는 도박중독자의 보상조직을 담당하는 기관의 결핍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매우 획기적인 연구 결과이지만 아직 치료에는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치료에서 자주 인용되는 신경생물학적 장애는 보상조직 기관의 기능 장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의학연구센터 세스 아이센스(Sess Eisense)는 3359쌍의 쌍둥이를 연구했다. 이 인상적인 연구 결과는 도박행위를 예견하는데 있어 미리 운명지어진 유전자 역할을 지지하는 여러 증거들이 있으며, 도박중독은 아마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내렸다. 이는 도박중독이 유전성의 영향이 있지만, 유전적인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시각에서 최근에는 도박의 유전성보다 후천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후천성은 유전성보다 부모의 양육 방법이나 환경이 도박으로 이끈다는 이론이다. 15세 이전 부모가 사망·별거·이혼 또는 유기로 인한 부모의 상실, 부모로부터의 부적절한 훈육, 예를 들어 제대로 훈육을 받지 못했거나 부모의 변덕스러움과 가혹한 훈육 등이다. 그리고 사춘기에 도박 행위를 시도해 볼 기회가 있었을 경우인데, 사춘기는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므로 이 시기에 도박 경험을 가지면 쉽게 도박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나 물질에만 높은 가치관을 두는 경우, 저축이나 계획된 지출 등을 무시하는 낭비적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경우 등이다.

이런 환경 여건은 거의 학습론에 기대고 있으나, 개인 경험이 점차 도박중독으로 빠지게 만드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도박중독이 부모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가 환경에서 활동한 결과로 얻게 된다는 점이다. 도박중독자들이 올바른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지 않음이 이를 반증한다. 도박중독이 유전보다 환경 문제를 더 중요시하거나 후천적 성향에 비중을 두는 것은 도박중독 당사자의 의지의 작용에 문제를 두는 것으로 이는 치료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

2. 도박중독의 치료와 가족의 협조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을 끊고 책임감 있는 삶을 향한 긍정적인 변화의 진행이다. 이런 변화적 진행에는 도박중독자가 어떻게 도박을 끊을지 반드시 배우고, 도박중독자는 삶의 변화를 이뤄야 하며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의 협조다. 다른 중독도 가족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도박중독 치료에서는 더 중요해진다. 가족이 협조한 만큼 도박중독 치료는 그만큼 원활해지고 성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의 상담 경험에 의하면 남편이 도박중독에 빠져 집을 잃고 비싼 가게까지 모두 잃었지만, 아내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협조에 힘입어 도박중독에서 빠져나왔다. 물론 그녀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회 집사로 오로지 남편이 신앙에 귀의하기만을 기도해 왔다. 가정의 재산을 모두 날린 후에야 남편이 교회로 돌아왔다. 그래도 남편이 교회에 돌아온 것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물론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은 환경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런 어머니의 태도에 모두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 순순히 따르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 가정은 비교적 평온을 되찾고 다시 화평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게 됐다.

도박중독 치료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고, 단도박의 모임에 참가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문제다.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비록 당장 도박을 하지 않더라도, 예전에 도박을 통해 몸에 익힌 성격이나 행동으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기 때문이다. 도박중독자 가족들은 더 이상 도박으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배우자는 이혼도 생각하지만 자녀들 장래에 누를 끼칠까 망설이기도 한다. 도박자도 겉으로는 이혼하자고 배우자를 비난하지만, 아내가 싫다기보다는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러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박자와 배우자는 더 이상 지나온 날들처럼 살 수 없으므로 ‘새로운 선택’을 한다. 주로 참다 지친 가족들이 수치심을 무릅쓰고 회복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편이다. 회복을 시도하는 상담자들은 대개 이들이 도박중독 치료소에 전화를 걸어오는 시점부터 회복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러나 원만한 치료를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가족의 재정적 문제다. 가족에게는 여러 부담이 있다. 아마 관심과 재정적 문제일 것이다. 재정 문제는 가정에서 주의할 사항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가족간 관심과 사랑을 베풀며 살게 마련이지만, 중독자에게 가족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은 오히려 의존적 역할이 될 수 있다. 중독자를 ‘엄한 사랑’으로 다뤄 의존적 문제 해결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박자나 도박자 가족 중에 우울증이 심하거나 가정폭력 또는 자살관념이 심하면 정도를 잘 평가해 입원 치료하거나 관계 기관에 연락해야 한다. 가족은 지금까지 혼자의 생각대로 도박을 막아보려고 노력한 것을 중단하고 도박상담이나 단도박 가족모임을 통해서 가족인 자신의 치료는 물론 도박자의 회복지원을 위해서 효과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아무리 도박빚이 많아도 생활비를 최우선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재산목록을 작성해 부동산과 은행구좌를 도박하지 않는 배우자 명의로 이전하는 등 남은 재산의 보호를 생각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남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가정경제를 지키며 도박자가 더 이상 재산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 도박을 중단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부채상환 계획을 채권자와 협의해 가능한 장기 저리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며 가능하면 도박자로 하여금 직접 채권자와 처리하도록 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자들은 대개 도박자와 가족이 회복 치료모임에 다니는 것을 알면 잘 협조해 주기도 한다.

둘째, 가족의 정신적·물질적 도움 제공이다. 배우자는 남편의 도박을 중단시키려 달래기도 하고, 고함치며 울부짖어도 보고, 본의 아니게 과도한 사랑을 해주는 등 갖은 방법을 다 써도 허사였을 것이다. 동양에서는 대개 국가의 미덕인 ‘대가족제도와 의존적 가족구조’는 도박중독자가 더 오랫동안 도박할 수 있게 하는 정신적·물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온상이 되기도 한다. 도박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마약중독자에게 마약을 더 하라고 아편을 주는 것과 같다.

‘정신적 도움 제공’은 도박자의 잘못에 대한 지나친 관용, 가족의 지나친 책임감, 과도한 경계, 묵인, 가족의 의지대로 통제하려는 등 가족의 ‘지나친 관심’을 말한다. '물질적 도움 제공'은 가족이 매번 도박빚을 쉽게 대신 갚아줘서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으로 야기된 결과들을 뼈저리게 체험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행위로 둔갑해 도박자가 점점 더 무책임해지고 더 도박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배우자나 어머니가 1차 제공자이며 남이나 금융기관에서 빌려주는 각종 차용금이 2차 제공자다. 도박중독자를 둔 가족들은 도박중독 진행과정을 잘 이해해 더 이상 도박자금을 마련해주거나 도박빚을 갚아주는 일이 없도록 하며, 가족의 의존적 역할을 지양해야 한다.

셋째, 가족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 도박중독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보면 첫째, 도박자 본인의 약한 의지와 아집, 둘째, 도박자 가정의 의존적 생활구조, 셋째, 사행심을 조장하는 사회적 환경을 들 수 있다. 도박자는 자신의 중독증을 인정하지 않고 어떠한 회복치료도 완강히 거절한다. 도박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배우자나 가족들이 우선 회복치료를 받으며 문제 도박자를 회복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제로 도박자들 대부분은 가족들의 최후통첩이나 성화에 못 이겨 반강제적으로 회복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한다. 설사 도박자가 당장은 치료협조를 안 해도 가족이라도 먼저 치료받으면 도박자에게 더 이상 도박빚을 갚아주지 않고 가정의 의존적 생활을 지양하게 돼 도박원인의 1/3을 줄일 수 있다.

흔히 배우자와 가족들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왜 가족이 회복치료를 받아야 하느냐고 의아해 한다. 도박자가 회복돼도 배우자의 정서적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어 자녀·도박자·친지 및 대인관계에 영향을 주고 자신의 상처와 불이익만 증가하게 된다. 배우자는 도박 중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자기주장의 지혜도 키워야 한다. 도박하고 새벽에 들어온 남편에게 “밤새도록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느냐?”며 분을 터트리는 것보다는 “지난밤에 당신이 집에 없으니까 혼자 고독하고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어!”하는 식의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남편은 잘못한 경우에도 아내의 분노적 자극에는 화를 내지만 부드러운 아내의 말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이다.

넷째, 자발적 치료 유도다. 이 세상에 부족한 점이 하나라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박중독자의 배우자들도 도박문제 말고는 너무 자상하거나 검소했던 남편의 다른 좋은 점들 때문에 남편을 끝까지 지켜보려 하며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들 때문에 남편의 회복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남편도 도박으로 야기된 어려운 문제들로 아내가 고통당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돈을 많이 잃거나 위기가 올 때마다 도박을 끊어보려 마음을 가져보지만 도박행위를 포기할 만큼 마음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중단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 아내나 남편에게 ‘회복 필요성’이 대두돼 아내가 먼저 자발적 치료 유도를 시도한다. 말 그대로 자발적 치료 유도는 도박하지 않는 배우자가 도박자에게 회복치료를 권유하는 담판이다. 담판 목적은 남편이 현실과 사회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제한시키고, 더 이상 도박습관을 충족하게 해주는 일을 가족이 할 수 없다고 선언해 치료를 시작하도록 ‘도박중단 및 회복의 길’로 인도하는 데 있다. 도박중독 치료에서는 치료자의 노력보다 가족의 협조가 더 중요하다.

3. 치료의 기본적인 요건들

앞에서 우리는 도박중독의 치료적 전제로 먼저 유전성과 후천성의 문제를 다루고, 다음으로 가족의 협조를 다뤘다. 유전성과 후천성의 문제가 도박중독자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였다면 가족의 협조는 치료의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제 치료자가 가져야 될 자세를 다룰 차례다. 그러니까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 당사자와 가족의 협조, 그리고 치료자의 치료 기술 등의 삼박자가 어우러질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를 두고 우리는 치료의 전제라 말하지만 실제 본격 치료에 들어가면 도박자의 치료적 의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은 도박중독 치료에서 중독 당사자의 심리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다. 그런 관점에서 치료자가 가져야 될 기본적인 자세를 알아보자.

1) 도박중독증과 다른 중독의 연관성

도박중독증이 다른 중독과 관련있는가의 문제는 치료 전에 파악돼야 할 기본 사항이다. 단순히 도박중독증만 관련됐다면 치료는 비교적 간단할 수 있지만, 다른 중독과 연관되면 그만큼 치료가 복합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데, 일단 도박중독은 다른 중독과는 달리 체계적인 연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실제 도박중독과 관련된 임상 연구는 다른 중독장애나 정신장애 관련 연구에 비해 초보 단계에 있으며, 임상연구도 폭넓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도박중독 임상결과를 정교하게 연구한 논문들이 비교적 적다. 문제 도박자들이 다른 집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결과를 알 수 있는 비교집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연구지원도 부족해 도박중독 연구는 지난 2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의 지식에 의존하거나 실증적이지 못한 예비적 성격의 임상 자료에 기초해 있었다.

우리도 거의 외국의 자료에 기대 연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경우를 참조할 수 있는데, 로버트 커스터(Robert Custe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도박자들을 대상으로 도박중독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임상전문가들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여기서는 대개 문제성 도박자의 특성, 가정 환경, 배우자 관계, 성격 유형, 복합적 중독 문제에 대한 것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점은 물론 정교하게 설계된 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지만 시대적 요청과 필요성에 따라 도박연구 지원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의 일환으로 미국 의회에 제안된 법안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법안은 최근 문제성 도박의 파급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도박중독에 관한 연구가 실로 방대한 문헌연구, 새로운 인구조사, 그리고 최근 발간된 국회보고서 등은 도박연구의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정도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질문할 수 있다. 중독증에 걸리면 반드시 중독의 마지막 단계까지 가서야 회복되는가의 문제다. 도박자는 도박에 중독되는 진행과정과 극복-재건-성장 순의 회복 과정을 거친다. 도박할 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도박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른바 ‘바닥을 친다(Hit Bottom)’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의 도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뿐이지, 모두 치료를 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 미국 알콜중독자들의 경우 20%만이 회복 도움을 받고 있는 반면 80%는 치료를 거절하고 있다. 얼마든 주위 최후통첩이나 중독자 본인의 자의로 중독 진행 과정에서 회복과정으로 건너가 버릴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질문되는 사항은 다른 중독증과의 연관성 문제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지 않는데, 도박중독은 다른 중독증과 얼마든 연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콜중독자의 20%가 잠재적 도박중독자이며, 카지노에서는 무료로 술을 주는 경우가 있어서 술로 나쁜 감정을 처리하는 편이다. 이는 도박, 알코올, 마약 중독은 진행이나 회복 과정이 너무나 유사해 ‘이중’ 또는 ‘복합’ 중독이 되기 쉽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는 도박중독이 다른 중독과의 관련성 연구가 임상 지식에 기초해 문제성 도박을 이해하고, 다른 중독장애 및 정신장애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커스터(Custer)의 연구에서 문제성 도박과 약물중독의 특징이 80%는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문제성 도박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20%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다른 항목으로 더 연구돼야 하기에 여기서는 나머지 20%의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2) 중독증 치료와 환경적 변화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도박중독자의 유전자 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치료를 통해 도박중독자의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실제 그들에게 환경적 요인은 도박에 대한 자극을 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크게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도박 치료를 위한 후원과 지원의 기회로 나눌 수 있다. 카지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도박중독자도 늘어갈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주위의 도움 없이 도박중독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지노를 허락한 정부는 카지노 피해자인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도박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박중독은 독립적인 병으로 존재하기에 도박치료 또한 독립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80년 미국심리학협회가 최초로 도박을 정신질환으로 공인하기 전까지 도박은 단순히 일개 질병으로 간주돼 왔다. 미국에서는 화학물질 (담배, 마약, 기타 약물등) 남용자를 위해서는 13,0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고작 100개 미만이다.

3) 도박중독증 치료와 정신자세

도박중독 치료에서 치료받는 당사자의 심리 자세도 중요하지만 치료자의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치료자가 치료에 임하는 자세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치료자는 도박중독자를 치료함에 있어 그들의 개인중심적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중독자와 달리 도박중독자는 대개 자기중심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점은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어렵게 한다. 그들은 도박을 중단하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중독자와는 달리 자존감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은 다른 중독자들이 그다지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자존감이 낮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기는 그들이 도박을 할 때 자아의식이 고양돼 자기중심성이 높아져 있는 원인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자기고양감은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한데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도박중독자들은 심리적인 측면이 더 많이 작용한다. 다른 중독, 예를 들면 알콜중독이나 약물남용 등은 외부의 물질을 체내로 흡수하는 과정인데 반해 도박중독자는 순전히 심리적 요인을 반복적으로 훈련했다. 그런 점에서 도박중독은 순전히 심리적 중독이다. 그러니까 도박중독자들은 생물학적 체계를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도박이라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만 자신을 조절·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한 경우다. 여기는 사교성 도박의 경우에도 위험부담을 갖게 되면 오히려 정서적인 고양감이 이뤄지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이런 반복적인 행위가 물론 나중에는 심리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치료자는 한 가지 사실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심리적 중독 현상은 실제 심리적 결핍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는 ‘사랑 중독증(love addiction)’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그들의 무엇엔가 심리적 결핍, 즉 그것이 ’애정결핍‘이나 ’존재의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한 결핍‘ 등이 일차적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치료한다면 도박중독에 대한 치료자의 대처하는 마음 태도나 자세가 자연스러워진다.

이런 과정에서 물론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이 바로 도박중독자의 의지적 결단이다. 이들의 결단은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면 중독자가 회복을 결심할 때 자신만을 위해 회복하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사실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도박중독자의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치료받겠다는 동기의식이 있어야 좋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정서적으로 황폐해 있고 자아관념이 손상돼 있기에 자신을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 사랑하는 자녀나 배우자 때문에 가족들 권유에 이끌려 처음 치료소를 찾는다. 그러면 치료자들은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른다. 중독자 스스로 도박중독을 중단하고자 결심을 할 때만 회복치료가 가능한가? 그리고 이들에게 강압적인 방법을 써도 성공할까?

이런 질문은 답변이 간단하지 않다. 실제 스스로 회복결심을 하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강압적으로 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알콜과 마약중독자는 신체적으로 나빠지고 법적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고 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도박의 경우 가족의 반강제적 방법에 더 의존하고 있는 편이다. 게다가 더 어려운 점은 도박중독자들에게 강압적인 치료를 시도하려면 치료자의 많은 노력과 사전 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들의 가족들과 배우자는 먼저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문제도 병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도박자의 강압적 치료를 위해서는 문제되는 병적 도박과 그에 따른 회복과정을 치료자가 잘 이해한 후 치료를 시도하고 그에 상응하게 도박중독자도 자기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시해야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4. 결론: 가족들의 협조 끌어내는 것도 치료자의 능력

이상에서 우리는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전제에 대해 고찰했다. 이 치료의 전제는 도박중독을 치료하는데 치료자가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치료에서 도박중독의 유전성을 치료자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줬다. 이런 시각에서 도박중독 치료자가 그들의 유전성을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과신한다면 치료자의 노력이 반감될 뿐 아니라 자칫 치료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유전성이 전혀 무시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을 인정한다면 치료는 상당히 후퇴할 수 있다. 전술한대로 도박중독은 타고난 유전성도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그런 유전성보다는 후천적 요인 즉 그들의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점을 치료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치료 전제로 가족의 협조가 다뤄진 점은 특기할만 하다. 다른 중독자들의 치료도 가족의 협조가 치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특히 도박중독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박중독이 가정의 재산을 파탄내고 가족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는 점에서 가족의 이해와 협조는 그들로 하여금 도박을 중단하게 도울 뿐 아니라 나중에는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중독도 가정의 재산이나 가족에게 심리적인 상처를 입히기는 하지만, 도박중독은 더 큰 재산 피해와 심리적 상처를 입힌다.

실제 도박중독의 치료는 도박중독자인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협조, 그리고 치료자의 능숙한 기술 등이 조화롭게 시도될 때 바람직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족의 너그러운 이해와 따뜻하게 맞아주는 노력 없이는 치료자가 대단한 기술을 시도한다 해도 그들이 도저히 도박에서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다른 중독과는 달리 도박중독은 어떤 형태로든 심리적 결핍에서 시작됐다 해도 자기중심성이 강한 것이 드러내듯 그들에게는 더 자신의 존재나 능력을 가족에게 인정받고자 시작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료자의 치료에 임하는 자세와 기본적인 태도를 다뤘다. 치료자의 치료 태도나 자세는 치료 효과를 올리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동일한 증상을 두고도 치료자의 적극적 치료 태도는 치료의 승패를 가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자의 문제에서 중요시된 것은 역시 도박중독자가 다른 중독자와 다르게 자기중심성이 과도한 점이 있다는 사실과 자기존중감이 높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런 점은 다른 중독자들과의 차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차이는 그들이 어떤 도박중독 형태든 심리적 결핍에서 비롯됐다는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치료는 치료자가 도박중독자를 병적 증상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치료를 위해 가족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느냐의 능력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치료자라면 도박중독자의 증상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가족의 협조를 그만큼 이뤄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치료자를 순서적으로 나중에 다룬 것이 혹시 치료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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