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사태’로 본 도박중독… 빠져나올 방법이 없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43)-도박 중독[11] 치료 방법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도박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를 원하며 노력하는 자는 치료될 수 있다. 이들은 돈을 많이 잃어서 도박 빚을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으면 일시적으로 가족에 의존하려 한다. 이때 도박자를 회복 치료소로 안내하기 가장 쉽다. 도박중독자를 둔 가정은 가끔 또는 주기적으로 이런 기회를 경험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와 가족이 치유기관을 미리 알고 치료계획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 좋다.

도박치료를 위한 대부분의 책들은 개인 또는 그룹 치료요법을 설명하고 있다. 두 치료요법 모두 성공적 도박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앞장서야 하는, 그리고 기꺼이 도움을 얻으려는 가족이며, 문제의 심각성을 보지 못해 치료를 거부하는 도박중독자 자신이다. 치료방법은 크게 3가지로, 개인 상담치료, 집단 치료, 그리고 병원 치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개인 상담치료

개인 상담치료는 개인적으로 상담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는 심리치료로 대개 인지적 접근방법이 활용되는 편이다. 인지적 접근은 도박자의 생각을 바꿔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런 개인치료에는 목회자, 정신심리가 및 상담치료자 등이 관여한다. 개인 상담치료는 가끔 도박중독자가 치료자를 속이는 바람에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치료 시간에는 도박중독자 외에도 배우자 또는 가족이 상담에 함께 참여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것은 도박중독자에겐 훨씬 중요한 사항이다.

도박치료를 결정할 때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진단하는 판단기준은 치료자나 가족에게 하는 중독자의 거짓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반적 특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목회자는 영적 성장과 신앙생활 및 기도에 중점을 두고, 치료사는 도박자의 성장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쌓인 부정적 신념을 찾아내 치료한다. 치료는 대개 치료자들이 도박 전문지식으로 도박자나 가족이 적합한 새로운 행위를 학습하도록 도와주는 협동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개인 상담치료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적은 편이다. 상담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연구되기는 했지만 책으로 출판되지 않은 관계로 명확한 치료 기법이나 결과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치료효과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도박중독자를 치료할 때 지침과 원칙이 중요시된다.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을 끊는 일이 쉽다고 여기며 자기 기만에 차 있거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간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침들을 지키기 쉽지 않으므로 지침과 원칙은 도박자의 치료에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는 맥그린(McGurrin)의 지침들을 참고하여 몇 가지를 제시하기로 하자.

첫째, 공감하라. 공감은 치료에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그들은 도박이라는 잘못을 범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대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치료자는 구분할 것은 구분하되 공감적 태도에 우선을 두어 도박자를 대해야 한다. 다만 병적 도박자들은 때로 치료시간을 통제하려 하고 자신들이 해결할 문제들에 대한 직접 논의를 피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치료자는 그들에게 적절히 대응할 줄 알아야 하므로 거기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둘째, 가족의 치료요구와 호전 기대감 사이에 균형을 이루라. 도박중독자들을 치료하고자 할 때 호전은 가능하지만, 치료 도중에도 도박문제가 재발하거나 치료받기 전으로 퇴행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도박중독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치료에 그만큼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마음가짐 없이는 치료가 조기에 종결되거나 치료되지 않은 채 도박행동이 재발되기도 한다. 이는 호전 기대와 간헐적 퇴행 가능성 사이에서 내담자 및 가족과 합리적인 균형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도박 논의를 피하라. 치료에서 도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박은 도박자들의 장기이므로, 치료자나 임상가보다 대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치료시에도 도박 경험이나 그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실제 그들은 치료받으러 온 상황에서도 치료자와 끊임없이 도박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때 치료자가 그들에게 도박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신나게 말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이야기로 보다 중요한 주제를 회피하고 벗어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이용하려 한다.

넷째, 치료약속 불이행에 대처하라. 그들은 약속을 여러 번 지키지 않거나 치료 시간이 거의 돼서 취소할 수도 있다. 치료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이에 대해 준비해 둬야 한다. 이런 대처방법으로 첫 면접시 분명히 해둘 점을 정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결과에 대한 엄격한 방침을 정하고 명확히 기술하는 것이다.

다섯째, 최소한의 치료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라. 도박자들은 치료받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한다고 호소할 수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도박할 돈이 항상 있다는 점에서는 진실하지 않다. 그들은 도박에 빠지기 쉽지만 도박에서 벗어나는 길에는 그만큼의 노력과 투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도박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만큼 도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만큼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매 회기마다 최소한이라도 치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도박할 때는 많은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그들이 치료는 무상으로, 즉 거저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치료를 받으려는 마음으로 임해야지 성의를 갖지 않은 채 임하는 태도는 그들의 심리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료받을 때마다 치료 비용을 정기적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에도 더 도움이 된다.

여섯째, 교차중독 위험성을 설명하고 경각심을 갖게 하라. 이들을 치료하면서 교차중독(cross-addiction)이 일어날 수 있다. 교차중독이란 도박을 회피하려다 다른 활동이나 약물에 중독될 위험성이다. 중독 소인이 있는 사람들은 도박을 끊으면 알콜이나 약물, 음식, 게임, 기타 쾌락 활동들에 탐닉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대개 병적 도박에 수반하여, 혹은 병적 도박에 빠지기 이전부터 알콜이나 게임, 쾌락 활동들에 동반 탐닉한 경우도 많으며, 한 가지 특정 도박이 아니라 여러 도박에 탐닉하는 경우 교차중독 위험성이 높다.

일곱째, 부차 증상에 유의하라. 도박치료를 하다 보면 여러 부차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치료자에게는 이런 증상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할 대처능력이 요구된다. 그들이 불안이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치료 가치를 의심해 깎아내릴 일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때 치료자가 전문가다운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그들은 치료 자체를 무시하고 거부할 수 있다.

여덟째, 치료 초기에는 목표지향적 환경을 유지하라. 치료가 시작되면서 처음 3-5번 정도의 기간은 매우 구조적이고 한계가 명확해야 한다. 치료에서 목표 지향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치료 상황이 복잡하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단순화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이 시간 동안 도박으로 일어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건설적으로 직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치료자는 무엇보다 문제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변화를 명확히 하고 과제 지향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아홉째, 치료 효과를 높이라. 치료에서 치료자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치료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자가 치료에서 거두려는 기대와는 달리 치료 효과를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치료가 반드시 성공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습관성 도박자들에게는 결국 돈을 딸 수 없다는 것, 운이 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시키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그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열째, 가족을 치료에 포함시키라. 도박중독자들 치료에 가족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들의 가족은 도박중독자들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이면서 중요한 치료 협력자다. 가족이 잘 협력하면 가정에서 도박자들이 다른 마음을 갖고 화풀이성 도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가족들은 여러 면에서 심리적 피해를 갖고 있다.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이들의 치료에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치료 내지 가족들에 대한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가족이 치료를 받는 동안 함께 참여한다면 도박중독자가 퇴원한 후에도 개입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외래치료시 병적 도박자에게 가족들이 포함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가족을 포함시켜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2. 집단치료

집단치료는 다수 중독자들을 집단으로 상담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집단 상담치료는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모아 치료할 때 전문가가 선택하는 대표적 치료법이다. 습관성 도박자가 증가하고 사회문제화 되면서 최근 몇년 전부터 중독자 집단치료 프로그램들이 개발돼 시도되기 시작했다.

집단치료는 병원이나 상담치료센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대개 90분 정도 집단치료를 갖는다. 일주일에 2-3회 가량 90분씩 정기 집단치료도 필요하다. 테이버(Taber)가 운영한 입원 집단치료에서는 일주일에 5일, 90분씩 집단치료를 갖기도 했다. 집단치료에서는 모든 회원들이 서로에게 친숙해지도록 하며 집단은 친숙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친숙성은 생활과 문제, 가치를 공유하면서 생긴다. 회원들은 집단의 다른 회원들로부터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기술들에는 경청이나 질문, 집단을 신뢰하기, 자기 노출 등이 포함된다.

도박중독자들이 도박치료를 위해 모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개인치료사를 속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전체 그룹을 교묘하게 속이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기 때문에 모임을 통해 도박을 치료하는 효과는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그룹치료는 대개 단도박 모임, 가족모임 등에서 이뤄진다. 단도박 모임은 1957년 미국 LA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단도박 모임에는 도박자들만의 모임(Gamblers Anonymous)과 도박자 가족모임(Gam-Anon)이 있다. 원래는 도박자 자녀들을 위한 모임도 있으나 아직 실시하는 곳은 없다. 중독자의 약 1/4을 여성도박자로 추산한다. 대부분의 단도박 모임에서는 남녀 도박자가 함께 참석하나, 여성도박자는 약간 다른 동기로 도박을 시작하기 때문에 여성도박자들만 참석하는 모임도 있다.

집단치료에서 치료 변화를 위해 핵심적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단순히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들의 실패담을 경청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치료에 성공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경우도 된다. 그들은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방법을 몰라서도 아니라 도박하다는 것이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이 모여 도박경험을 즐거움으로 말한다면 다시 한번 시도할 마음을 가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집단치료는 다음 몇 가지를 중요시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첫째, 자서전을 활용하라. 집단치료에서는 자서전 활용이 치료 과정과 효과를 촉진한다. 도박중독자들에게 살아온 과거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게 해 집단치료 시간에 발표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자서전 기록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 다.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자체가 매우 고통스러우면서도 생산적인 작업이다. 실제 자서전을 집단에 발표하면서 이들의 기세가 누그러지는 부가 효과도 많이 있다. 일부의 소수 도박자들은 자서전을 자신의 자기 파괴적 행동이나 특성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증명하는데 쓰지만, 치료자가 그들의 자서전을 경청하는 태도는 인내심 학습, 타인에 대한 민감성, 그리고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이 더 이상 도박하지 않는 것 이상에 있다는 시각을 갖도록 촉진할 것이다.

둘째, 가치 명료화와 자아성장을 시도하라. 도박중독자들에게는 가치 명료화와 자아성장이 필수적이기에 인지치료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병적도박자의 내면에는 도박에 국한되지 않는 깊고 심오한 비합리적 오류가 내재해 있다. 그들은 잘못된 행동 이전에 잘못된 생각이 있었음을 중요시해야 한다. 치료자는 이런 점을 놓치지 말고 그들이 가졌던 생각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는 돈과 자아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러한 오류가 수정되지 않으면 진정한 절제와 자아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개인 인격의 발달과 성장은 잘못된 생각이 수정돼 건전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때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자아성장은 근본적이고 진정한 절제를 완성시킨다. 인지치료의 목표는 도박에 대한 잘못된 오류들을 수정하지만, 자아에 대한 오류를 깨달아 근원적인 절제를 성취하기도 한다. 실제 도박자들은 도박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도박을 사랑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문제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러나 돈은 병적 도박자들에게 결코 단순한 화폐가 아니며 그 이상의 복합적 가치를 지닌다. 일반 사람들에게 돈은 그저 다른 가치와 교환할 수 있는 화폐에 불과하지만, 강박적 도박자들에게 돈은 갖가지 자아가 개입된 비합리적인 사고를 촉발시킨다. 습관성 도박자들에게 도박이란 결코 돈을 따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도박은 잠시라도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며 돈은 수단에 불과하다.

셋째, 도박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라. 병적 도박자들은 그동안 묵시적으로 도박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믿어왔다. 치료시간에는 그들이 치료에 대한 생각 교정을 즉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도박이 하찮은 것이라는 생각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집단치료 촉진자는 무심결에 우연히, 지속적으로 도박이 유치하고 미성숙하다는 생각을 표명해야 한다. 이러한 치료자의 태도는 물론 논쟁이나 직면을 넘어선다. 치료자는 단지 지속적으로 도박이 하찮은 심심풀이에 불과하다는 것과, 재능을 소모하는 비참한 짓임을, 그리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가족의 인생과 정신을 파괴함을 반영해야 한다.

술을 조금만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논쟁하듯 도박의 장점을 갖고 논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소모적인 논쟁이다. 병적 도박자들은 과거에 지녔던 가치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때 치료자는 돈의 활용과 남용 및 가치에 관한 인지적 재구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그들과 재정적 어려움을 논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돈에 대한 기본 개념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 집단치료 시간에 실제로 이뤄야 할 대화는 돈 문제가 아니라 도박경험과 계획, 헛된 희망, 돈이 그들에게 갖는 의미에 관한 것이다.

넷째, 성숙한 생활을 논의하라. 도박꾼들은 고정급을 받기보다 최소한의 지시를 받으면서 도박처럼 주기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불안정한 일들을 좋아한다. 대개 기술과 일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며, 자아실현을 우선하면서 소박한 기술과 일을 선택한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목표는 돈을 버는 데 머물 뿐이며 일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아니었고 직업에 대한 만족을 얻는 경우도 드물다.

도박자의 삶에서 직업이란 돈을 벌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기에 돈은 지위·독립·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치료자는 그들과 최소한 이론적으로라도 어떤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자기목적적’인 일의 개념과 본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돈으로 사랑을 사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피하며, 혹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뿌리깊고 고질적인 믿음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조종하기 위해, 문제를 무마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돈에 의지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들을 성숙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는 치료자가 도박이 없는 생활과 성숙한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하여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다섯째, 성실한 생활자세를 인식시키라. 병적 도박자들은 자기애적이며 지나치게 성취지향적·경쟁적이다. 성취를 이루기 위해 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병적도박자들의 내면에는 무조건적·절대적 권능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이 숨어있다. 타인의 특별한 경외를 받고 의무를 면제받거나, 부채를 되돌려주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는 비합리적 권능에 대한 신념도 있다. 그들에게는 도박에 빠지기 전부터 이런 태도가 지속돼 도박에 빠지는 소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이런 성격적 결손으로 좌절과 분노, 우울, 공격성, 문제행동이 반복된다.

집단치료에서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을 읽어줄 수도 있다. 진단기준을 다 읽고 난 후 자신이나 다른 집단구성원에 대해 생각나는 것이 없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예상과 달리 그들이 화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당황하고 놀라면서 인정하며, 호기심에 더 많이 알고 싶어한다. 물론 이러한 지적 통찰만으로 자기애적 경향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권능감을 극복하는 것’과 연관된 토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명료화하면 최소한 개인적 치료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

여섯째, 자기과대감을 충족시켜라. 이들은 도박으로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보이고 싶어한다. 다른 영역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보이기 어렵지만 도박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도박이야말로 자신의 존재가치감과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유일한 방법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치료자는 그들의 권능과 자기과대에 대한 통찰을 심으면서 도박을 끊을 때 자기과대감을 충족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면서 치료자는 이런 과대감을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도박중단을 치료자가 당연히 여기면 안 된다. 도박중단은 그들로서 대단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도박을 중단하는 노력을 하면 “대단하네요, 도박을 안 하니 정말 좋아요!” 하면서 자존감을 충족시키고 상호지지를 하거나 이를 적극 권장할 수 있다. 도박중독자들은 자기과대감을 충족시키고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갖도록 하는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자존감의 에너지를 도박을 끊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집단치료에는 여러 다양하고 깊이있는 방안들이 적극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치료자는 도박자들의 은밀한 사고와 가치의 병리적 본성을 잘 이해하고 대치할 수 있어야 비로소 병적 도박을 치료할 수 있다. 병적도박자의 기저에 있는 광대하고 근원적 가치체계와 성격 수정 없이 도박을 저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결코 현실적이지 못하고 이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3. 전문병원의 입원치료

전문병원 치료는 통원과 입원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통원치료는 전문성이 적으므로 입원치료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도박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은 아직 많지 않다. 물론 충동조절 문제로 약물을 치료하는 경우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실시하지만 상담치료의 경우 활성화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에도 전문적으로 입원 치료하는 곳이 10여개 있는데 대부분 재향군인병원 안에 있어 일반인들의 사용이 어렵다. 예를 들어 인디아나폴리스에 민간인 전문병원이 있는데 하루 입원비가 500달러 선이며 3주간 종합치료를 제공한다. 도박중독자 수에 비해 시설과 치료기관은 부족한 형편이지만, 도박자가 치료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회복치료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이들 대부분은 수치감 때문에 처음에는 개별상담을 선호하지만 최선의 치료방법은 회복 진도에 따라 개인 및 그룹별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입원치료에서 다음 몇 가지는 중요하다.

입원치료는 도박자가 병원에 일정 기간 머무르면서 치료하는 형태다. 입원치료는 대개 약물치료 필요시 시도되지만 반드시 약물치료가 아니어도 환경이 도박중단에 어려움이 있다면 환경적으로 분리해 수용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박자에 대한 입원치료를 실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몇십년 전 일로 1972년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 있는 부룩스빌 보훈병원에서 최초로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위한 입원치료를 실시했다. 전쟁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도박은 기분을 전환하고 기분을 끌어올리는 주된 수단 중 하나였다. 군복을 벗고 시민으로 돌아와도 전쟁의 외상과 상처가 남아 도박에 의지해 상처를 위로했다. 이곳에서 커스터(Custer)는 알콜중독자 병동에 도박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 프로그램에는 교육적 집단상담 치료프로그램이 포함됐으며 익명의 도박자모임을 함께 시행했다. 입원치료를 받는 병적도박자들은 기본 프로그램과 규칙, 치료철학을 공유했으며 절대금욕과 성격 변화, 생활양식 발전이라는 치료목표를 공유했다. 이후 1979년 존스홉킨스대학이 강박적 도박자만을 대상으로 한 특수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곳곳에 입원치료 시설이 생겨났다. 그러나 우리보다 형편이 더 나은 국외에서도 아직 입원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지 않으며, 이런 시설들도 운영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다음은 입원치료시 유의할 사항들이다.

첫째, 입원치료 조건이다. 도박중독자들이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들의 중독문제가 심각하다고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도박중독자들이 치료에 저항하며 정신질환자로 취급받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입원치료를 거부한다. 그들은 대개 병원에 한번 입원되면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 정도로 생각한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잘못하면 평생 병신이 돼 망가지는 곳으로 잘못 인식된 것이다. 실제 그들은 입원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어 두려움을 일단 해소시켜야 한다. 병원이 자신의 중독증을 치료하는 좋은 곳으로 인식돼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입원치료는 그들의 자발적 동기와 협조의사, 입원에 대한 태도, 문제 심각도, 자살위험성이나 알콜 및 마약중독 등 합병위험성 등의 기준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입원치료 태도가 긍정적이지 못하거나 선별기준이 잘못될 때는 오히려 치료가 중단되거나 치료자와의 신뢰관계가 해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입원치료 절차다. 입원치료는 알콜중독과 마찬가지로 병적 도박이 만성적이고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질환인 경우에 해당한다. 알콜중독에 관한 의학적 모형에서는 일단 한번 중독되면 치료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병적도박도 한번 사로잡히면 완전 회복은 어렵다고 가정한다. 이런 점에서 입원치료 목표는 도박의 진행과정과 본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나머지 인생을 도박 없이 살도록 하는데 주어진다.

입원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훈련받는 전문가와 개인상담, 집단치료와 심리교육이 주로 활용된다. 입원하면 먼저 심리학·정신과·의학적 평가를 받고 치료팀이 할당되며 치료계획이 구성된다. 첫 주의 치료목표는 일반적으로 내담자를 정신적으로 안정시키고, 필요하다면 증상에 적합한 약물과 처방을 한 후 경과를 확인하면서 병원과 치료 프로그램의 규칙에 적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매일 구조화된 스케줄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치료팀이 허락할 때까지 가족이나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은 금지된다.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알콜이나 약물, 화투나 포커, 작은 내기를 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

셋째, 치료 방안들이다. 병적 도박자들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에는 심리사회적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는 개인 재정과 돈 관리 등의 교육을 받도록 참여를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박하면서 발생한 부채를 스스로 갚도록 시간과 이행계획에 대한 계획표를 짤 필요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의 원조를 받지 않고 부채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나아가 이러한 요청은 병적도박자가 퇴원 후 부딪칠 문제들을 사전에 직면시켜 준비하게 만들어 병적도박자와 가족들 사이 의존적 관계 재발을 차단하는 점에서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병적도박자와 가족들이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박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는 가족들에게 문제성 도박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건강하게 다룰 방법을 교육시키는데 유용하다. 또 치료자는 그들에게 이전에 회피했던 정서적 문제들을 표현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 아니며, 치료에 유익이 됨을 안심시켜야 하지만 치료상황의 한계를 넘어서는 표현은 허락되면 안 되기에 치료자는 그들이 갖는 문제들을 의미있는 방식으로 통합시키도록 격려하고 유도해야 한다.

넷째, 집단치료의 참여다. 그들이 입원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집단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 집단치료 초기에는 대부분 병적 도박자들이 정상적으로 도박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던 도박문제가 있음을 부인하는데, 집단치료에서는 이러한 부인에 직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자신들은 옳다고 믿었던 도박전략이나 기술, 도박에 대한 기대가 집단에 참여하는 다른 병적도박자들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나 회복 중에 있는 도박자들을 동료 상담자로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다면 입원해서도 단도박 모임을 규칙적으로 갖도록 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퇴원 후에는 사후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래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입원치료 후에는 단도박 모임 참여와 외래치료 병행이 바람직하다. 물론 외래치료는 입원치료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들의 배우자와 가족들도 상담치료에 참여하고 치료자와 지속 접촉하면서 가족간 갈등을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입원치료 적합성을 고려하라. 입원치료는 병적도박자를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적합한 자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 여기 테이버(Taber)는 적어도 3가지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는 단도박 모임이나 외래치료만으로 치료될 수 있는 강박적 도박자는 입원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같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내담자들은 입원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원을 허용한 내담자들이라도 입원이나 치료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입원치료 프로그램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여부는 궁극적으로 내담자를 얼마나 잘 가려내고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치료자는 내담자 선별에 신중해야 한다. 테이버(Taber)는 내담자를 맨 처음 만나 면접하는 자리에서 해야 할 평가작업에 대해 치료자가 지켜야 할 기본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약속을 하고 미리 가려낸 신청자만 받아들일 것, 필요한 경우 대기해서 기다리는 순서를 지킬 것, 정상적으로 일하는 날과 일하는 시간에만 치료할 것, 이러한 것들은 모두 치료진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에게 도박에서 회복되는 것이 힘겹고 진지하며, 체계적이고 엄격한 절차와 기획에 의한 길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인들이다.”

여섯째, 도박자의 압박감을 활용하라. 도박자가 치료받기로 결심할 때쯤 되면 마지막 절망상태에서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자는 이런 압박감을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태라도 치료자는 계획에 따라 진지하게 삶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착취하거나 조종을 멈추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인정에 끌려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면 오히려 압박감에서 벗어날 ‘비상구제나 피난처’를 제공하며 이렇게 되면 도박자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입원하기 전 초기 면담에서는 도박을 일찍 통제하지 못해 비싼 대가를 치룬 만큼 끊는 일도 비싼 대가를 치름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내담자는 철저하고 과감한 지시를 따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몇주간 직장과 집을 떠나도록 요구해야 하며, 심한 경우 영원히 가정이나 직업을 떠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전문가를 만나면 고통없이 간단하게 치료를 받아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이전과 같은 생활’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치료가 성공하느냐 여부는 도박을 끊는 데 대한 심리적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고, 재발을 피하기 위해 개인적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 있느냐에 달려있다.

일곱째, 입원치료는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입원은 치료에 대한 저항이 심하며 인위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입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다루기 힘든 경우 익명의 도박자모임이나 외래 상담치료가 오히려 적절하다. 입원기간이 길어야 할 이유도 없다. 대부분의 입원치료 프로그램은 20일 내지 1달 동안 이뤄진다. 입원기간이 길면 책임감만 면제될 위험이 높으며, 도박자를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비상구제’가 될 수 있다. 치료 시간은 대개 제한적이고 규율과 질서가 있으며 현실지향적일 필요가 있다. 특히 입원은 심한 우울증이 동반되고 자살위험이 있거나, 가정에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심각한 알콜이나 약물중독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신체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필요하다. 치료를 받으려는 도박중독자는 최소한 제한을 받는 환경 속에서 자발적으로 치료형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4. 결론: 나라도 못 고치는 도박중독, 교회라면…

이상에서 우리는 도박치료 방법을 고찰했다. 대개 도박중독자들이 치료받기 위한 방법론적 문제로 개인·집단치료, 입원치료였다. 이렇게 구분해 다뤘지만 도박중독은 어떻게 치료하느냐보다는 도박중독자의 의지가 우선시된다. 그들의 치료하려는 진정한 의지가 꺾이면 치료자 노력도 수포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자로서 솔직히 도박중독이 그만큼 치료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실토할지 모른다. 다른 중독과 달리 도박은 매우 뿌리깊은 중독이기에 웬만하면 치료하기 힘들다. 도박은 인간의 심성에 깊이 박혀있는 본능의 측면이다. 그래서 정부도 알콜중독은 관리해도 도박에는 그다지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도박중독은 정신과적 진단에서는 충동조절 장애로 돼 있어 알콜중독과는 차이가 없지만 손댈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도 형식상 도박중독 치료를 내걸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 사행산업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 실제 도박은 지역개발, 공공기금 마련 등을 구실로 합법화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가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여전히 사행산업이 번창할 뿐 아니라 국가적 이익의 차원에서 카지노 등이 늘어나고, 인터넷 증가로 도박성을 가진 게임중독과 맞물려 있다.

얼마 전 TV뉴스에 의하면 도박은 성인 절반 이상이 관련된다고 보도했다. 순수하게 노동으로 대가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한탕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의 병폐를 노출한 것이라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맞잡고 있을 수만은 없는 점에서 고민은 더욱 깊다. 그래도 우리는 도박중독 치료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진정으로 도박을 중단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치료하는 데 사회제도나 의학 치료보다는 가족의 관계 회복에 역점을 둬야 한다. 그것은 중독이 심리적 결핍에서 유발된다는 중요 단서를 획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족 시도는 상당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기초로 나가면 수고하고 노력하는 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저자는 신앙적인 차원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싶다. 도박이 강한 심리적 세력을 갖고 있는데 반해 신앙의 힘도 그에 못지않게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단도박모임이 대개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실효성이 드러난다. 교회 지원 하에 전문가들을 기용해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인식시키거나 이를 위해 신앙적으로 강하게 훈련하면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도 못하는 일을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외치려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과업을 어느 정도 담당하자는 것이다. 실제 교회는 사회복지가 일정 수준에도 이르지 못할 때도 상당한 사회봉사를 실현해왔다.

그러기에 이런 때에 교회가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센터를 설립해 계획적으로 치료한다면 사회에 기여하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디아코니아를 실현할 수 있다. 저자가 유학했던 독일교회에서는 교회의 사명이 복음전도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디아코니아를 균형적으로 실현해서 교회 존재와 위상이 높다. 독일 개신교회의 숫자는 18,000곳인데 비해 교회가 운영하는 디아코니아 단체들은 31,000곳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면 우리 교회도 이제 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디아코니아를 실현할 때 감당하기 어려운 중독센터를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다시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한국 사회에 교회의 존재를 우뚝 세워가는 일이 될 것이요, 이런 노력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전도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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