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치료의 시작, 부부의 상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55)-도박 중독[22] 도박중독과 부부치료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도박중독은 부부의 문제다. 어느 한 쪽이 도박중독에 빠지면 부부가 함께 고통을 겪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공동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이런 도박중독에서 부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할 성격이면서 치료에서 가족의 협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가족의 협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박중독자들의 가족이 힘을 합치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조차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은 가족도 이들의 흥분-추구(excitement-seeking) 성향을 닮은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가족관계에 현실적이면서도 끈질긴 의지력을 보이는데, 주목되는 대목이다.

1. 도박중독자의 정서와 행동 이해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정서와 행동의 이해는 일차적인 문제다. 정서와 행동의 문제는 부부에게 가장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 초기에 겪는 경험은 치료 종반부나 안정된 회복단계에서 겪게 되는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들의 정서와 행동의 문제는 부부의 관계를 저해하는 유일한 충동적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도박에 몰두하는 동안 이들의 무질서한 생활양식은 대인관계에의 단절을 초래한 원인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들에게는 재정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 면에서도 심각을 문제를 가지고 있다.

로렌츠와 야페(C. V. Lorenz & R. A. Yaffee)의 연구에서는 그들이 활발하게 도박을 하는 동안에는 206사례의 23%가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나, 회복단계에서는 14%만이 직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는 도박중독자들의 높은 이혼률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도박자의 35%가 이혼, 별거, 재혼을 하였으며, 177사례에서 이들의 평균 나이가 38세, 최저 연령이 26세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는 치료자가 치료 초기에 그들의 대인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민감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도박중독자들의 정서와 행동의 문제는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함께 여러 가지 결혼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드러난다. 이런 문제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부부관계의 어려움이다. 도박중독자들의 정서와 행동의 문제는 부부관계에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의 49%가 성적인 어려움을 보고했고, 도박을 중단하려는 이후에도 19%가 여전히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그들의 정서와 행동의 문제가 부부관계에서 서로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보이는 것으로 서로의 감정의 교류에 실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 약 80%가 자신의 감정을 배우자와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60%는 부부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기력을 호소하였다. 정서와 행동의 문제는 서로에게 심리적 거리감과 아울러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둘째는 과민반응이다. 도박중독자에게는 과민반응이 나타난다. 이러한 과민반응은 이들의 정서가 부정적인 측면이 축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측면은 그들로 하여금 일정한 방어기제를 작동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의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때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배우자의 비판에 대해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의 차원에서 보면 그들은 중독을 위한 회복을 거대한 산처럼 지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완전히 정복해야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셋째로 불쾌한 반응이다. 도박중독은 자신의 배우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부부는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표현에 대해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들은 배우자가 자신의 과거행동에 대해 언급하거나 상기시키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반응하며, 이를 불공평한 핀잔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반응에 대하여 그들의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것은 대개 일상적인 표현에 대한 것에서 드러나는데, ‘그것도 하나 자제 못해?’ ‘이 상황에서 하고 있는 게 도대체 뭐야?’ ‘돈 문제는 당신이 해결 해’ ‘빚 갚으려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지 않아?’와 같이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불쾌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넷째로 자포자기다. 도박중독자들은 자신의 무기력을 탓하며 자포자기를 한다. 그들의 자포자기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나는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은 항상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신념으로 굳어진다. 이때 도박자는 홀로 고립되거나 아니면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배우자가 배은망덕하고 자신은 오히려 존경받을 만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행동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는 방어적으로 도박자가 불러일으킨 곤경을 상기시켜 대응하는 편이다. 이는 치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악순환이 만성적인 갈등으로 확대될 때 부부는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했던 동기는 사라지고 정서적으로 철회하기 쉬운 위험성을 노출한다.

도박중독자를 치료하려는 점에서는 그들의 정서와 행동의 문제가 일차적인 문제로 등장한다. 만약에 치료자가 그들의 심리적 내면에 깔린 정서와 행동의 문제가 이해되지 않은 채 치료하려면 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나는 것으로 경험되기도 할 것이다.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특히 부부치료는 정와 행동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치료가 시작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도박중독에서 부부의 갈등 요인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부부의 갈등을 발견해야 한다. 이들의 갈등은 대개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중요시된다. 특히 갈등의 원인 되는 도박중독자의 자기중심주의는 치료의 걸림돌이 된다. 이때의 자기중심주의를 우리는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의 가치감에 빠지는 상태로 볼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박자의 자기애(narcissism)는 치료에서 자기방어를 더욱 활성화시키며 배우자에 대한 정서적 공감능력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 반면에 도박을 지속시키는 한 요인으로서 과장된 낙관주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과장된 낙관주의는 도박중독자의 특성으로 일종의 착각이다. 이런 착각은 그들의 대인관계에서 권능감(sense of entitlement)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들에게 대인관계에서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권능감은 친밀성을 촉진하기보다는 저해한다.

물론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는 식의 권능감은 대개는 부정적인 특성으로 된 자기의 존재를 높이기에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그들의 부정적 측면과 과장된 자기존중감은 대개는 그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연결되어 있는데,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상처받은 자기애가 폭력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는 예를 제시하며 이를 검증하였다.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능력감에 빠지는 요인은 존재의 가치감을 갖는 그 어떤 형태도 부정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호한 행동도 불사할 것을 내포하는 특성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임상적 관찰을 통해 남성도박중독자에게 과도한 자기애가 확인되면, 이 도박자의 가정에서는 높은 비율의 방치나 학대(domestic abuse)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다른 조사에서 여성배우자의 50%와 그 자녀 10%가 도박중독자에게 신체적 학대를 받았음을 보고되었음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갈등은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도박중독자와 배우자 사이의 갈등은 도박으로 인해 입은 피해와 상처로부터 힘들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지심리학에서는 도박으로 인해 가족이 외상을 입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계관에 대한 기본가정이 무시된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도박중독자의 가족에게 외상으로 인해 무시되는 기본가정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도박중독자들은 자신이 매우 능력 있는 사람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다만 세상이란 좋은 것이지만 도박함으로 인해 사회에서 그들이 마땅히 받을 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박중독자들의 이런 생각은 반드시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운행되는 방식에 관한 기본적인 신념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는 이들 중 하나라도 이와 관련되지 않은 활동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 도박중독 부부의 피해와 상처

부부의 치료에서는 도박으로 인해 입은 피해와 외상을 중요시해야 한다. 피해와 외상은 물질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상처를 의미한다. 이런 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회복하는 과정도 힘들고 더디게 진행되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의 회복은 도박자의 세계관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성격을 갖는다. 특이한 것은 이들에게 세상이란 그들이 믿는 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그 적절성을 넘어 그들에게 필요한 요구들이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치료는 그들이 세상과 자신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신념을 점검하고 그 대안을 다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임상의 경험에 의하면 도박중독자는 도박으로 인한 물질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외상이 자신에게 점진적으로 발생하여 고통을 당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문제들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데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은 그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숙고 단계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치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이한 사실은 가족이 도박중독자에게 여러 모로 속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은 도박이 진행되는 동안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중독자가 교묘하게 속이고 위장하는 것 때문에 문제의 정도가 감추어져버린다. 도박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늦었고, 또한 중독자가 속이고 위장한 만큼 가족에게 해가 된다. 게다가 가족은 이런 시점이 일반적으로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문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하지만, 상황은 이미 사회복지사도, 보험사 직원도 재건 과정을 도울 없을 정도로 무너진 상태일 수 있다.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도박중독자와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5개 연구에서 두 집단 모두 응집력, 개인 독립성, 그리고 지적-문화적 지향성 등이 정상통제 집단보다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배우자는 입원한 중독자와 비슷한 수준의 정서적 고통을 보고했다. 이는 알코올 중독인 남성도박자가 정상 통제집단보다 큰 갈등과 함께 낮은 개인 독립성을 보고했으며, 비알코올 중독 남성 도박자는 낮은 독립성과 낮은 지적-문화적 지향성이 나타난 것이다. 도박중독자 집단 내에서는 서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도박을 하지 않는 알코올 중독 집단 내 비교에서도 역시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이 연구들은 도박중독자와 배우자 모두 치료 초반에 고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아내는 입원 중인 도박자와 비슷한 수준의 정서적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족환경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단도박집단(GA)의 남성회원은 2년 이내에는 가족 내에서 정상 가족집단보다 낮은 독립성과 지적-문화적 지향성 그리고 낮은 능동적 재생산 지향성을 보였다. 이는 도박중독의 당사자와 그 가족이 동일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가족이 함께 치료받아야 할 이유다.

4. 치료에서 다루어져야 할 기초적 문제들

부부의 치료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기초적인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대개 심리적인 것으로 국한되지만 관계의 측면이나 현실적인 재정의 문제, 그리고 법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이는 도박중독의 치료가 매우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도박에서 빠져나오는 데 8년이 걸린 한 남자는 끈질긴 아내의 노력 덕분에 다시 같은 직장에서 일을 구할 수 있었다. 재정적인 면을 보면 이 부부는 의료보험과 같은 세금정산을 각자의 명의로 따로 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지 물었다. 한 사람만 의료보험료를 납부하면 두 사람 모두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제도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대해 아내는 남편의 도박이 재발할 경우, 자신이나 아이의 복지가 위협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 노력할 것이며, 남편도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한 가족에게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은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치료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제들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1) 신뢰의 회복

도박은 존재의 불신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말을 듣지 않는 사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심지어는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으로까지 생각된다. 이런 특성은 그 기저에 신뢰가 무너져버린 것이 자리한다. 부부는 신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기초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에릭슨(E. H. Erikson)에 의하면 유아기에 획득되는 초기 발달단계로, 대인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 신뢰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도 배신감으로 인한 불신을 초래한다. 가족이 남편 혹은 아버지의 도박행동을 알게 되었을 때 커다란 불신이 생겨나며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배신감은 세상이 호의적이라는 신념을 송두리째 뒤집으며 가족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배우자는 통장의 잔고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남편에게 날아오는 고지서들을 중간에서 가로채 확인하며 발버둥치지만 결국 국가에서는 남아 있는 재산에 빨간 딱지를 붙인다. 대부금 역시 몇 달 전에 바닥이 났고 배우자는 차를 맡기고 돈을 빌린다. 끝내 아이들마저 다니던 등록금이 비싼 사립학교를 그만두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신에 대해 가족들이 내보이는 한 가지 정서적 반응은 만성적인 불안과 근심으로, 배우자는 또 다시 다음에 어김없이 벌어질 끔찍한 일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한다.

또 아내는 방어를 목적으로 의심의 수위를 높이지만 중독자가 말하고, 행동하고, 약속하는 모든 것들을 통상적인 속임수로 지각한다. 고지서 겉봉투의 얼룩은 고지서를 몰래 빼돌리려던 수작으로 여겨지며, 전화소리는 빚 독촉 전화로 간주되고,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나서 교통체증 때문에 늦었다는 변명까지도 경찰의 증언이 있어야 믿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신뢰의 문제가 상당히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부부의 치료에서 치료자는 이런 점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2) 불균형의 회복

도박중독자는 배우자에게 심리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들의 배우자는 결혼하여 동등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중독자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여 도박에 탐닉함으로 재산을 날려버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공정하지 않음으로 해서 심리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그 생각이 다를 뿐 서로에게 동일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중독자의 경우도 아내는 세상이 더 이상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며 진실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내가 도박으로 인해 충격을 받기 전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평균적으로 자신의 몫을 합당하게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현실적인 측면보다는 그들의 방어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런 생각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의와 규제에 대하여 고통과 괴로움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을 떨쳐내기 위한 스스로의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언제나 현실적인 차원으로 압박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도박의 문제성과 본격적인 영향력을 깨닫는 순간 이미 세상이 자신에게 불공평하게 돌아간다는 경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도박의 충격으로 인해 이전에 평탄하게 지내왔던 배우자와 자식에게 엄청난 고통이 닥쳐온다. 아내에게는 배신감으로 인해 남편에 대한 분노가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고통이 지속될수록 가족들은 예전과는 다른 현실을 경험하지만, 주변의 초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등의 압박을 실감하면서 자신들이 도박으로 인한 희생자임을 깨닫게 된다. 이때 가족들이 무의식적으로 기분이 나빠지며 자동적으로 불쾌하게 반응하는 것은 하나의 정상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회복 과정 중 공감 연습단계에 있는 도박자는 처음 이러한 가족의 분노 반응에 지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이 반응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될 때, 짜증을 내며 “도대체 3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거야?”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러한 도박자의 반응은 가족으로 하여금 “아직도 우리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하지 못해”라는 신념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킬 뿐이다. 이는 모두 생활적인 측면에서의 동등권에서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부당성을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치료자는 이런 점을 유념하여 치료해 나갈 때 중독자에게 가졌던 미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가졌던 어둠의 세력에서도 자유로워지는 효과가 있게 될 것이다.

3) 존중감의 회복

도박은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손상시킨다. 서로에게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이는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도박으로 인해 현실적인 압박과 자주 반복되는 실망을 경험하면서 그런 기대는 점차로 무너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서로에 대한 존중감이 문제도 등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제 도박중독자는 무너진 존중감을 회복해야 한다. 삶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중요한데, 자신감이 없다면 단순히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역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존중감은 물론 능력의 문제가 아니므로 그 성격상 자신감과는 다른 것이지만 긍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존중감이나 자신감이 모두 긍정적인 에너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순간의 치료로 그것이 회복되기는 불가능하지만 일단은 긍정성을 갖는데 역점을 두면 어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는 긍정성을 가장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심리적 상처를 해소할 때다. 심리 및 정신적 상처인 외상(trauma)은 실제로 자기가치에 손상을 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종종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특정 사건에 대해 “그를 만나지 않았어야 했는데”, “내가 왜 이런 곳으로 이사를 왔을까?”, “내가 차를 빌려주지 말았어야 했어” 등 자기 자신을 비난하게 만든다.

중독자의 자신에 대한 비난은 세상을 바르고 이성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비난함으로써 세상의 사건이 아무런 계획 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세상은 역시 안전하다고 지각함으로써 안심하는 것이다. 사람은 타인을 비슷한 이유로 비난하는데, 강간 사건이 계획 없이 일어난 것으로 보기보다는 희생자를 부도덕한 것으로 묘사하여 우연히 아닌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런 것은 물론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비난은 치료를 위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의 비난을 중단하고 정당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로 치료에 직면하는 태도가 중독자에게 요구된다. 여기에는 중독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나 배우자는 “이렇게 될지 몰랐다”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질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후회만 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가족은 자신들을 순진하고 나약하다고 말하며 심리적 도피나 회피를 시도하지만 그런다고 별다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박중독의 사건은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어느 정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큰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의 치료는 언제나 제한성을 갖는다. 이는 중독이 갖는 특성으로서 그들의 성장배경과 상당히 관련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중독자는 성장의 과정에서 마땅히 충족되어야 했던 심리적 에너지의 결핍에 그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가 결혼하여 치유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일거에 드높이려는 심리적 작용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결혼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결핍에 대하여 존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요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심리적인 성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중독의 치료는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갖는다. 복합적인 양상은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문제는 치료에서도 그만큼 단수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중독의 치료에서 부부는 서로 다른 독립적인 관점을 가진다. 많은 임상전문가들이 가족의 욕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지만 외상-회복 모델은 가족의 감정, 태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성질을 설명할 뿐이며, 이와 더불어 임상전문가는 가족이 겪고 체험하여 증명된 지루한 회복 과정만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임상적 모델은 가족과 배우자의 외상에서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의 차이나 더딘 회복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도박사건을 통해 배우자가 경험한 것과 도박중독자가 경험한 것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며 또한 통제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정서이론은 심리적인 장애에서 예측불능과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으며, 온 집안 식구가 겪는 극단적인 정서적 고통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어려운 문제이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전문가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심리를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는 유능한 치료자가 치료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5. 도박중독에서 부부의 상처와 치유

도박중독은 부부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중독자를 남편으로 하는 아내나 중독자를 아내로 하는 남편은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다. 이런 현상은 심리적 및 정신적으로 입은 상처가 치유되어야 함을 상정한다. 이는 부부치료에서 서로의 관계에 대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다. 도박으로 인해 서로에게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는 부부치료는 과제-지향적 목표를 넘어서서 관계의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때 첫번째 목표는 도박자로 하여금 도박을 끊고자 하는 동기와 욕구를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환경통제 계발하기, 재정적 회복을 위해 협력하기, 법적 문제 다루기, 도박자의 행동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는 등 피드백을 줌으로써 배우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기 위한 공개토론장을 마련하기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도박중독자는 친밀성을 저해하는 좋지 않은 행동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문제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정하기, 부정적인 정서사건 피하기, 자신의 약점 숨기기, 듣기 좋은 사탕발림식 이야기하기, 그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불편감 호소하기 등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굳어진 이러한 행동패턴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으며, 도박자들은 관계가 서먹해진 가족들과 친밀해지는 것을 망설이기도 하며 때론 거부하기도 한다.

비슷한 식으로 배우자 역시 도박자의 노력에 대해 방어적 책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책략에는 높은 수위의 의심과 경계심 유지하기, 정서적 교류 단절하기,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 공포와 분노상태 드러내기, 그리고 혼란스런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정서 통제하기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이에 더해 도박자는 자주 배우자의 친밀함에 대한 기대를 좌절시키곤 한다. 결과적으로 도박자와 배우자 각자 자신이 선택한 해결책에 따라 다양한 긴장 수준이 공존한다.

부부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치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도박중독자와 그 배우자에게 적합한 치료가 있을까? 불행히도, 이 질문에 답할 만한 직접적인 조사연구는 없었다. 단지 인내와 수용을 강조하는 접근만이 도박으로 생겨난 상처를 복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 두 명의 저명한 부부행동치료자는 매우 힘들어서 가르친 정확하고 조직화된 전략을 사람들이 쉽게 포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표준적인 부부행동치료의 효과에 실망하고 나서 새로운 접근을 계발하였다. 이들은 여러 자료의 분석을 통해서 치료에서 행동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일정수준까지만 진행되며, 높은 인내력을 보일 만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변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는 수용과 변화의 역설에 초점을 둔 부부치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 두 가지를 결합하였다. 즉,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수용되었다고 느낄 때 변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게다가 인위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나열하는 대신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낄만한 전략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고 결론지었다.

성공적인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깨닫게 하는 경험을 기본적인 틀로 구축된 통합적인 행동적 부부치료(Integrative Behavioral Couples Therapy:IBCT)였다. 이 모델은 중독자에게 요구되는 치료에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며, 이를 부부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통합시켜 왔다. 이 모델은 장문의 치료 매뉴얼과 명료하게 쓰인 매뉴얼에 기술되어 있으며, 5년 동안 정부지원 연구의 일부로 이 모델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가 실시되었다.

6. 부부를 위한 통합적 치료의 방법

부부를 위한 통합적 치료는 행동치료가 적합할 수 있다. 행동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들추어내기보다는 단순히 드러난 행동을 문제로 삼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치료는 대개 교육을 치료의 차원으로 보는 것으로 행동을 바꾸어감으로써 심리가 치료된다고 생각하는 기법이다. 이때 행동치료는 가족의 친밀감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도박자가 변화를 위한 약속을 하지 않고, 사전에 가족이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친밀감 향상을 위한 시도는 헛수고가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치료자는 먼저 대인관계에서 문제들 간의 의이 있는 공식을 개발할 때 이 공식은 수용과 변화의 핵심으로 특히 변화에 중요하다. 치료의 틀로 작용할 공식을 수립하기 위한 평가(assessment)는 부부가 함께하는 합동회기에서 연애시절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시작되는 데, 이때 부부는 여러 가지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가 주고받던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그러면서 각자 과거에 상대방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렇게 평가를 시작하는 적절한 이유는 도박을 하지 않는 배우자는 종종 도박행동과 복잡하게 뒤엉켜서 가려져 있던 상대방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주요 갈등의 원인을 발견해야 한다. 합동회기에 이어, 치료자는 배우자를 각기 1-2회기에 걸쳐 개인적으로 면담한다. 면담의 목적은 각 배우자의 관계방식, 가족배경, 그리고 관계에 대한 현재의 기대와 관련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질문은 이들의 관계에서 서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밀감 및 이상적인 통제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다. 또한 이 면담을 통해 성적 외도, 가정 폭력, 혹은 합동회기에서 말하기 꺼려했던 학대 등과 관련된 문제를 추려낸다. 이러한 요소를 통해 치료자는 도박 경험으로부터 파생된 부부의 주요 갈등을 유발하는 공식을 도출해낸다. 그러나 이 공식의 틀을 전체적인 치료목표에 끼워 맞출 것인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로 전략적 동맹을 맺도록 해야 한다. 통합 부부치료는 부부가 인내하고 수용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비난을 최소화하며, 핵심 전략으로서 부부가 문제에 관한 공감적인 연대를 맺거나 혹은 문제 자체를 객관적 입장에서 지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병적 도박 상황에 대한 모델에 적용하기 위해, 치료자는 부부가 도박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개인적 책임감이 동기 향상을 위해 강조되긴 하지만 이러한 측면은 부부가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기 위해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며, 여기서는 문제를 둘러싼 관계 맺기를 구성하는 것이다. 초기 평가회기에 이어, 치료자는 공식과 공식의 함축적 의미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회기를 통해 피드백을 준다.

7. 분노의 해소작업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분노를 해소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분노는 병적 도박가족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치료에서 분노를 해소하는 작업은 그 성공의 여부를 넘어 도박치료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분노는 정서를 뒤흔들어 놓으며, 도박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피해를 당했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볼 때 병적 도박가족에서 나타나는 분노는 다른 형태의 중독에서 알려진 것보다도 더 크며, 회복기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병적 도박가족의 임상적인 관찰을 통해, 분노를 지속시키는 몇 가지 기능을 발견했다. 먼저 가족은 도박중독자가 분노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너무나 쉬운 것이라고 간주하고 ‘만약 가족이 그들의 도박자의 고리를 풀어준다면, 모든 것을 가지고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가족은 도박자가 병적 도박을 질명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치료에 참여하는 것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병적 도박을 단순히 질병이라고 치부하는 자체가 면죄부가 되어 도박자를 무죄 방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도박자가 호소하듯 “나는 단순히 아픈 것뿐이다”라는 변명은 가족에게 건조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도대체 어디가 아프다는 것인지’라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가족은 도박자에게 모든 관심과 주의가 쏠리는 것에 억울하게 느끼며 “우리가 진짜 희생자다”라고 항변하며 분노한다.

분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것은 병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무런 보장 없이 누군가 또다시 희생될 위치에 있다면 용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분노는 가족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도록 독려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가족이 경험한 실질적인 손실 또한 분노를 유발시킨다. 여기에는 물질적 재산, 미래에 대한 자신감,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신뢰, 일생에 걸쳐 전심전력으로 쌓아올린 명예, 환대받던 사회적 활동들, 그리고 자녀를 위해 울타리를 제공하던 능력 등이다. 특히 치료자는 이러한 손실로 인해 겪는 심리적 공허감과 유발되는 분노를 다루는 데 있어 두 가지 극단적인 것은 피해야 한다.

첫번째로 마음속에 부정적인 정서의 해악을 담아두기보다는 ‘솔직하게 마음 털어놓기(let-it-all-hang-out)'이다. 부정적인 정서의 해악을 겪지 않기 위해 분노는 반드시 표현되어야 하며, 분노감을 유지하도록 반복해서 노력해야 한다. 타비스(Tarvis) 등은 경험적으로도 분노를 참는 것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모두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를 증거로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 ‘섣부르게 용서하려는 시도’이다. 용서는 좋은 것이지만 쉽게 용서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분노가 사람을 정서적으로 손상시킨다 해도 분노를 감소시키기 위한 동기나 행동이 또 다른 좌절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노는 순진한 마음으로 용서에 집중하듯이 마치 스위치를 끄듯이 똑딱하고 꺼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는 용서를 통해 얻어지는 정서적 이득이 있긴 하지만 용서를 통해 무력감을 느낀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희생양으로 전략되는 경우도 있다.

분노에 얽매이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는 임상적인 통찰력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치료 시도 가운데 자각(awareness)이 가장 우선하는 목표임에는 틀림없으며, 안내된 발견을 통해 사람의 분노에 대한 동기적 원인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간에 분노를 감소키기 위한 개입을 시작하기 이전에, 분노를 감소키고자 하는 동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분노에는 여성이 자기 패배적 신념과 정서를 강화할 수 있는 치료적 변화의 시도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준다.

셋째로 분노의 변형을 알아차려야 한다. 분노를 감소하는 작업에서 치료자는 역이용당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직 분노를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경계를 하고 있는 어떤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그런 논리나 계획이 도박재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나요?”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내담자가 스스로 분노가 더 이상 경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동의하면, 인지적 전략이 제 역항을 할 수 있다. 그리고도 치료자는 분노의 변형을 알아차려야 한다. 분노는 때로 도전(challenge)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기에 정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슬픔으로 변형된다.

우울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분노는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분노하는 것이 우울한 감정보다는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가족은 “만약 내가 나의 분노를 털어낸다면, 내가 겪었던 충격에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라고 해명하곤 한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내담자는 이러한 통찰의 진실에 관해 도전하기보다는 더 나은 전략으로 손실과 관련된 공감적 진술을 통한 반영적 듣기를 선택하며, 점차적으로 손실과 관련한 자신의 고통을 반복해서 드러내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치료적 분위기 내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이 방법을 통해서 보면 분노는 자연스런 반응이기도 하지만, 손실을 압도한다는 점에서는 심리적으로는 훨씬 더 큰 고통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8. 가족과의 협동작업

도박중독은 반드시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다. 치료자가 혼자서 치료적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치료자보다도 더 많이 생활하는 가족의 협조가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물론 부부가 함께하는 합동회기는 실행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떤 도박자는 도박을 끊으려 하지 않으며, 또 다른 도박자는 도박을 그만두지만 가족관계에 대한 작업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자는 도박자보다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먼저 치료받아야 한다고 느끼어 치료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 치료자는 직접적으로 가족구성원을 도와주는 치료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가족의 협동작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가족에게 힘을 실어주도록 하라. 가족의 정서적 안정성은 적어도 간접적으로 도박중독자에게 유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관계를 지속할지 아니면 떠날지를 결정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자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이외에도 주요 목표로서 가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the empowerment of the family member)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입장은 스스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미 있는 결정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자의 치료에 관한 전략은 도박자가 실질적으로 파산했을 때 아내를 위해 치료받는 것이지만, 가족의 경우 대체로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들의 재정적 상황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닥쳐올 세금 문제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내몰리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첫 번째 목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재정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여 자율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된다.

둘째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라. 병적 도박가정에서 불안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편적으로 돈은 생존의 수준에서 생활 안정을 위한 기본적인 도구이며, 사람의 사회적 신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갑작스런 경제적 손실은 미래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며, 이는 자신을 지각하는 판단에 타격을 준다. 한때 부모의 보호아래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지금 부모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엄마, 우리 지금 가난해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우자는 재정적 파탄이 명확해지면서 외상에 가까운 무기력한 마비감을 호소하며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이때 노년기의 부부라면 이러한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거나 연금과 같은 한정된 수입으로 인해 상황을 회복시킬 수 없음을 깨닫고는 더욱 큰 쇼크를 받기도 한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치료자는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어 심각해지기보다는 단순히 불 위에 물을 한 양동이 끼얹듯 복잡한 감정을 일시에 꺼버리는 효과를 연출해야 한다.

셋째, 노출기법을 활용하라. 노출기법은 걱정과 염려를 멈추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걱정과 염려는 불안의 산물이기에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걱정과 염려는 가중될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치료자는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걱정과 염려가 되풀이 되는 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 여기서는 걱정과 염려를 글로 적는 방법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를 구체화만 시켜도 상당한 부분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은 그 특성상 대개 분명한 근거를 갖지 않고 막연한 데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족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을 글로 적고 이를 장기간에 걸쳐 걱정할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 놓고 그 시간 동안만 걱정거리를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걱정으로 인해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침투적 사고의 기간과 강도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방법으로, 정해 놓은 걱정 시간(worry time)이 될 때까지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연기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하다. 다시 말하면 걱정을 시간으로 정한 시간에만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노출의 본질은 모든 최악의 국면을 작성하고 이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것으로, 내담자는 걱정을 컴퓨터에 녹음하거나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서 장기적인 걱정에 대해 생각하고 대개 15-20분, 또는 30-40분 동안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료자는 이런 노출기법이 어떤 일을 반추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할 때에도 매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그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9. 결론: 영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결핍에도 관심을

지금까지 우리는 도박중독의 부부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도박중독은 개인의 문제지만 그 성격상 부부 또는 가족의 전체에게 관련되는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특성은 가족에게 작용하는 역동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점에서일 것이다. 그러니까 도박은 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위에 관련되어 있기에 부부는 물론 가족 전체에게 물질 및 심리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제시된 부부의 치료는 물론 중독자라는 개인을 넘어 가족이라는 성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다른 중독도 그렇지만 도박이야말로 가족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치료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특정한 이론에 기대어 기술되었을 뿐 임상의 경험이 입증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대개 부부나 가족치료의 한계성에 머무르면서도 한국적인 상황에서 치료한 사례를 들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도박중독의 치료가 그만큼 어려움을 갖고 있는 점에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도박이란 가족의 재산을 모두 탕진한 후에야 어쩔 수 없이 중단되는 특성을 가졌다. 이런 점은 그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심리적 결핍을 부부 또는 가족을 온전히 희생시키면서도 중단하기 어려운 도박의 특성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박중독의 특성에 기대어 신앙의 관점에서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영적인 특성에만 집중하여 심리적 결핍의 문제를 소홀히 한 점이 도박중독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핍의 문제를 쉽게 생각하거나 소홀히 한 점이 다른 중독이 아니라 도박이라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숨길 수 없는 결핍의 문제는 단순히 도박중독의 문제를 넘어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곤경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도박중독자만 아니라 신앙인에게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결핍의 문제는 영적 충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채울 수 없는 허탈함에서 무엇으로 채우려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다. 신앙인에게 중독자에게 비판이나 비난의 수위를 넘어서 인간적인 이해와 더불어 더욱 영적 충만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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