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치의 평화의 글] 이집트 사랑, 이집트 교회 사랑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마 5:10)”

지난 2월, 30년간 장기집권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락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카이로 타리르(Tahrir ‘해방’이란 뜻) 광장의 민중 봉기는 이집트의 콥트교회가 기사회생하는 전기가 되었다. 로마 제국의 통치 이후 과거 2천 년간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서 동족과 이슬람 정부로부터 차별과 천대와 박해를 받아온 이집트 교회(콥트교) 크리스천들은 오는 9월에 들어설 민주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벅차 있다.

이집트는 원래 아기 예수님의 피난처가 되어준 나라이다. 성경(마태복음 2;12-23)은 성가족이 헤롯대왕의 유아 살해령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로 피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요셉이 일어나서 밤에 아기와 그의 모친을 데리고 이집트로 떠나가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었으니 이는 주께서 선지자로 말씀하신바 ‘이집트에서 내 아들을 불렀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니라”

이집트 교회는 또한 자신을 구약성서에 기록된 많은 예언들의 주체로 여긴다. “그날에 이집트 땅 중앙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이 있겠고 그 변경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기둥이 있을 것이요”(사 19:19)

이렇게 종교적 자부심과 선민의식이 강한 콥트교 크리스천들은 수백 년 동안 이슬람의 그늘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야 했다. 천민으로 차별받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레 열등감과 피해 의식, 폐쇄적인 성격이 자리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단결력으로 똘똘 뭉쳤다.

‘콥트’라는 이름은 그 공동체가 원래는 이집트의 소수만이 아니라 그 나라에 사는 모든 이집트인을 통칭한다. 콥트교도는 자신들을 ‘옛 이집트인’이라 부른다. ‘콥틱’(Coptic)이란 말은 이집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이깁토스’(Aigiptos)에서 비릇한다.

이슬람이 이집트를 정복한 것은 마호메트의 이슬람 개교 직후였던 주후 639년이었다. 칼과 코란을 깃발로 삼은 새로운 종교의 공격 앞에 이집트 사람들의 저항은 너무 미약했다. 삽시간에 이집트의 기독교 신자들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9세기 초에 칼리프 마문은 당시 이집트 사람들의 일상어인 콥트어 사용을 금지했다. 그림 모양의 콥트어는 고대 시대부터 쓴 이집트어였다. 콥트교회는 기도문을 낭독할 때만 콥트어를 쓰도록 허락받았다. 자연스레 콥트어는 죽은 말이 되고 아랍어가 이집트의 나라말과 일상어가 되었다.

오늘날 이집트의 전체 인구 7천만 명 가운데 10퍼센트를 웃도는 8백 만 명이 콥트교도이다. 주변의 다른 아랍 나라들에 비하여 복음화 수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집트의 초대교회 발자취를 더듬어보자. 이집트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것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마가(마르쿠스)에 의해서였다. 그때가 주후 42년이었다. 사도 바나바의 사촌이고 베드로의 친척이며 70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인 마가는 처음에 사일러스 섬 전도를 위해 사도 바울과 함께 준비하다가 뜻이 어긋나 나일 삼각주로 전도지를 옮겼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파하여 수많은 사람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켰다. 그리하여 최초의 독립적인 기독교회가 이집트 땅에 세워지고, 이어 남쪽의 수단과 에티오피아 전역에도 세워졌다.

따라서 콥트교도야말로 이집트의 주체이며 그 땅의 본토박이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절대다수의 이슬람에게 밀리고 눌린 콥트교도는 주객이 전도되어 마치 신민(臣民)과 같은 신분의 백성이 되었다. 이집트 헌법 제1조에는 ‘이슬람은 국교’란 조문이 명시되어 있다. 제2조에서는 “시민의 평등은 이슬람 입법의 규정과 일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헌법 규정은 콥트교도로 하여금 고국에서 고립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만약 기독교 신자가 어느 모슬렘에게 개종을 권유한다면 그는 형사범이 되어 법정에서 무기 징역이나 사형 선고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기독교로 개종한 모슬렘도 자기 동네를 떠나든지 당분간은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모슬렘이 기독교 신자를 개종시키는 것은 전혀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엄격하고 불평등한 규정에 대한 분노로 1972년에 수백 명의 콥트교도가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일어났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젊은 콥트교회 신부가 두 학생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는데, 이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콥트교에 대한 증오가 이곳저곳에서 폭발했다. 모슬렘들은 성당과 교회당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이와 유사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오늘날까지 해마다 발생해 왔고, 호스니 무바락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인 지난 3월 10일에도 카이로의 사마안 엘 카라즈에서 발생했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최악의 폭력 사태에서 13명이 죽고 140명이 부상을 당했다. 장례식에는 수천 명의 콥트교 신자들이 참석했는데 그들이 높이 치켜든 현수막에는 ‘작은 종교 단체를 핍박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그리스도의 순교자들이여, 편히 잠드소서!’라는 구절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타리르 광장의 시민 봉기 기간에 콥트교도들에게 고무적인 일들도 있었다. 상당수의 모슬렘 청년들과 학생들이 콥트교 크리스천들과 한 동아리가 되어 연대 시위를 벌였을 뿐 아니라, 타리르 광장에서 있었던 이집트의 민주화와 자유를 위한 콥트교회 주제의 주일 연합예배가 방해 받지 않고 잘 진행 되도록 주변 방어를 해주기도 했다.

이집트 콥트교 형제자매들은 오는 9월에 있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이어서 있게될 개헌에 이사야의 예언이 성취(사 19:19)되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가 나타나기를 소원하고 있다. 지구촌의 우리 모든 크리스천들은 연대 의식을 가지고 이집트 교회를 위해 중보기도를 해야겠다.

우리 이집트 크리스천 가정들에 대한 핍박을 중지해 주세요!

평화의 순례자 안리 강덕치(E-mail: dckang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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