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어린이 예찬과 예수님의 아이 사랑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강덕치의 평화의 글]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이달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가정을 주제로 한 날들이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잘못된 가치관이 난무하는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이 올곧게 성장하여 이 땅에 하늘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꾼으로 키워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평화의 순례자-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마태복음 18:4-5)

▲카이로의 ‘죽은 자의 도시’(공동묘지 구역)에 사는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

▲카이로의 ‘죽은 자의 도시’(공동묘지 구역)에 사는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

나는 여러 차례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행 중에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영어가 서툴고 나는 아랍어가 서툴렀지만 의사소통에 조금도 불편이 없었다. 손짓발짓을 하며 눈으로도 말했다. 아이들의 눈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가난하게 살면서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마시고 싶은 것 못 마셔도, 또 내복도 입지 않고 무명 ‘갈라비야’(아랍인들이 입는 잠옷처럼 생긴 겉옷) 하나를 몸에 걸치고 다녀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새벽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가 돌았다. 예수님이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눅 11:34, 메노라트 하구프 히이 하아인)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신 말씀인지도 모른다.

아랍 어린이들은 외국 사람을 좋아한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또는 사람 사랑이 그리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약간의 돈을 원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외국인 여행자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 시리아의 고대도시 팔미라(Palmyra)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내 뒤에 열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나귀를 타고 계속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호기심이 일어난 쪽은 나였다. 나는 소년에게 십리 길이나 되는 먼 길을 따라온 이유를 물었다.

“아저씨, 제 나귀와 자전거를 바꿀 수 있을까요? 저도 자전거로 다른 나라를 달리고 싶어요. 자유를 숨쉬며 달리고 싶어서요.”

전혀 짐작하지도 못한, 소년의 비현실적 제의에 나는 입이 벌어진 채 대답을 못했다. 그 때가 10년 전이었으니까, 지금쯤엔 2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을 그 때의 소년이 대학에 다니면서 조국 시리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반정부 운동에 가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복종’이란 뜻) 신앙의 틀 안에 살고 있는 아랍 어린이와 청소년은 대체로 부모와 어른의 말에 순종하는 편이다. 부모에게 말대답하는 법이 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콩’을 가리켜 ‘팥’이라고 말할 때에도 ‘예’(나암) 또는 ‘알겠습니다’(하디르)라고 대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모 순종의 관례는 수천 년 전 아브라함(이브라힘)대까지 올라간다. 이슬람의 코란 경전에 의하면 하나님의 명령에 순복한 이브라힘은 아들 이스마일을 제단으로 데려갔으며 이스마일은 아버지 이브라힘의 말씀에 순복하여 자신의 몸을 희생물로 바치려 했다고 한다.

아무튼 아브라함을 신앙의 선조로 믿는 셈족의 다른 종족들을 포함하여 아랍 사람들은 대부분 위계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다. 오늘날 한결같이 자유가 없고 비민주적이며 비인권적인 독재 정권을 견지해 나가는 이슬람권 아랍 나라들이 자체 백성을 향해 ‘왕이나 최고 통치자에게 복종하라!’고 강권하는 것은 ‘하나님께 복종하라!’는 이슬람 신앙에서 비릇된 것임이 분명하다.

이 글의 첫머리에 인용한 말씀으로 돌아가 보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나아와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하고 여쭌다. 예수님은 그때 한 어린이를 본보기로 내세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을 통해서 겸손하고 온유하며 순진한 마음의 소유자가 될 것을 당부하신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냉엄한 말씀을 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소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리우고 깊은 바다에 빠뜨리우는 것이 나으니라”(마 18:6)

이 말씀은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를 잘 키우고 잘 가르치라는 말씀이다. 아이를 어릴 때부터 돈과 재산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이기주의적 세속주의자로 키우지 말고, 불우하고 소외당한 이웃을 돌보고 베풀며 나라와 사회를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숭고한 가치관을 지닌 창조적 세계인으로 키우라는 계율의 말씀일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어린이 헌장을 두루(11항목) 살펴보았다. 분명히 이(치아) 하나가 빠져 있는 헌장이었다. 나는 열두 번째 항목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고 싶다.

-어린이는 장차 나라와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창조적 세계인으로 키워야 한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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