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중독, 결국 자녀들이 보고 따라하는데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인터넷중독[17] 인터넷 쇼핑중독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7장 인터넷 쇼핑중독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회구조, 경제구조 뿐 아니라 지식, 정보의 빠른 전달과 공유로 소비자의 욕구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패션 산업에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 등 다양한 패션 유통채널을 통해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소비욕구 충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시장의 급속한 증가와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의 용이함은 소비자의 소비욕구 충족을 더욱 상승시켜 우울이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일시적인 기분전환을 위해 물건을 구입 후 포장도 뜯지 않는 형태도 일어난다. 이런 것이 쇼핑중독의 실상이다. 어떻게 하여 이런 쇼핑중독에까지 이르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1. 인터넷 쇼핑중독에 대한 이해

인터넷 쇼핑중독은 그야말로 시대적 산물이다. 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질병이 현대에서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했다. 물론 인터넷 쇼핑중독이 인터넷 때문이라지만, 근본을 따지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쇼핑중독은 인터넷이 아니어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인터넷 발달에 편승해 발달됐을 뿐이다. 그렇다 해도 인터넷 쇼핑중독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 생각할 수 없던 질병이었지만 인터넷 발달과 함께 확산된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넷 쇼핑중독에 대한 기초 이해를 위해 다음과 같이 구분·고찰하고자 한다.

1) 인터넷 쇼핑중독의 정의

인터넷 쇼핑중독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데 제어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모든 중독이 제어나 통제 불가능성이 자리하지만 그것이 인터넷 쇼핑중독의 경우 가정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쇼핑중독은 ‘통제할 수 없는 구매욕구’이며, 이 욕구는 내적 요인에서 발생되는 심리적 긴장에 의해 강요되고, 행위의 중독적 본질에 의한 좌절과 함께 안도감을 수반하는 것이라 정의된다.

인터넷쇼핑은 자칫하면 중독 문제로 발전한다. 인터넷으로 한 번 물건을 구입하면 편리성에 일단 감동된다. 카드 하나로 집에서 결제했을 뿐인데 집까지 편안한 배달을 경험하면 앉아서 밥상이라도 받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몇번 반복하면 집밖을 나가서 시장을 보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듯 생각된다.

문제는 급기야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쇼핑중독으로 이어지면 이제는 견딜 수 없이 물건을 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면 생각지도 않은 불편도 감수하는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구입한 물건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다른 이유를 들이대 다시 반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중독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허술한 고객 서비스, 배달상 문제와 신용카드의 안정성 문제를 포함하는 문제들로 불편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경험하면서도 인터넷쇼핑을 단절하지 못한다. 별다른 수고를 하지 않아도 집까지 배송되는 편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 회의론자로 알려진 클리포드 스톨(Clifford Stoll)조차 인터넷쇼핑은 기존 쇼핑경험과 결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전자쇼핑은 그것이 아무리 평범한 쇼핑단지라 할지라도 그것을 방문해서 얻게 되는 경험적 풍요함과 다양성 및 질, 결과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인터넷쇼핑의 다양성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을 쇼핑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임을 예고한다.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행위는 시간과 경비절감 측면에서 보면 유익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독적 물건 구입이 문제다. 쇼핑중독은 바쁜 현대 생활에서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는 신속하고 쉬운 방법으로 더욱 증가하면서, 점점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인터넷쇼핑은 접속환경만 갖춰져 있으면 때와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며, 특별히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더 심한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4년 1년간 인터넷쇼핑몰에서 패션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20-30대 남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에 1회 이상 쇼핑몰을 방문하는 이용자 비율은 30%를 넘었고, 방문 시간도 평균 30분-1시간이 37.6%, 1-3시간이 22.9%였다. 소비자들은 한번 인터넷쇼핑을 이용하면 거의 습관적·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이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면 중독으로 이행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 결과 중독으로 인해 고충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이미 상당한 정도로 확산돼 있다. 실제 아내의 쇼핑중독 때문에 월급이 차압당하고 직장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남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비록 작을지라도 쉽게 중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가정의 문제로 비화되는 실정이다.

현대 사회의 중독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인터넷 쇼핑중독 또한 개인 문제를 넘어선 것 같기도 하다. 끝없는 경쟁구도 속 스트레스 해소의 표현,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풍토 등 쇼핑중독은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받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영향으로 생겨난 인간의 그릇된 소비 욕망이 인간을 파탄으로 몰아간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중독의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쇼핑중독은 상당히 다양한 특성이 있다. 실제 인터넷 쇼핑중독은 사회적·심리적·소비학적 특성, 온라인 쇼핑문화 등과 연결돼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중독은 그 편리성에 따라 일반 쇼핑중독과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은 현대인의 허탈한 삶에 기묘하게 파고들어 물건을 사들이는 중독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다. 현대인의 허망한 마음에 시간을 독촉하면서 구매충동을 자극하는 점에서, 매우 다른 특성이다. 여기는 물건을 설명하면서 소비자의 구매욕을 부채질하는 쇼호스트의 역할이 중심에 있다. 쇼호스트는 고액 임금을 받는 신종 인기직업으로 자리했다. 급기야는 물건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쇼호스트가 홍보하니까 덮어놓고 산다는 사람들도 있다.

2) 구매의 중독적 요소

인터넷 쇼핑중독은 외부적으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곳저곳 TV채널을 돌리다 신상품이 나오면 손이 멈춰 눈은 그 물건에 찍히고 귀가 열린다. 그러면 물건값은 거의 파격적이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요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쇼호스트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미 몸은 전화기 앞에서 번호를 누르고 있다. 게다가 전화가 되자마자 벌써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상담원을 대하면 자신이 언제 이 홈쇼핑에서 무엇을 산 적이 있었는가에 놀라지만, 반갑게 맞는 친절한 상담원 덕분에 그런 갈등은 잠시 뿐이고 그 신용에 더 안심이 된다. 더욱이 한 번에 앉아서 이것저것 덤까지 받고, 거기다 최고의 품질을 가장 싼 가격으로 가격보장까지 하는 게 너무 좋아서 오늘도 또 하나의 물건을 주문한다.

구매의 중독적인 특성은 사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듯 하다.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카드번호 불러주는 것도 불안하고, 돈을 넣고 배송이 제대로 안되면 어떨까 해서 크고 유명한 쇼핑몰만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좋은 습관이 아니고, 큰 재벌들만 돈 벌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도 여전히 인터넷쇼핑을 즐긴다. 이처럼 인터넷쇼핑은 어떤 품목이 필요해서 시작하더라도 종국에는 필요한 게 아니라 예측되는 혹은 가끔 필요했던, 아니면 필요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물건을 보면서 더욱 탐욕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물건을 할인하는 폭이 커서 다시 없는 매입 찬스라 여겨진다. 그래서 인터넷쇼핑은 이러저러한 조건에서도 갖가지 상품으로 너무나 쉽게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물건이 마음에 들면 구입에 드는 시간과 끈기로 무엇을 해도 성공할 듯하다며 스스로의 마음을 자위하면서 쇼핑중독에 빠져든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이 다양한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되면서 쇼핑중독은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다른 종류의 중독들, 이를테면 일중독, 운동중독, 섭식중독처럼 일반화된다. 이는 일반 음주자와 알콜중독자의 차이처럼 구매를 하는 ‘행동’ 자체는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쇼핑중독은 심리적 기제가 다르다. 단순히 쇼핑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을 함으로써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가지려 한다는 점에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쇼핑중독과 강박적 구매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이 용어는 대개 혼용되고 있는데, 확실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중독적 행동은 처음에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여건이나 조건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고, 강박적 행동은 자신의 의지와 상반되는 불쾌한 압력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다. 구매욕은 기분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들은 물건을 산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는 순간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기분과는 다른 고민이 없지 않다. 자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듯한 구두와 아름다운 옷, 갖고 싶었던 가방 등으로 점점 양손은 무거워지는데 마음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도 왜 마음은 여전히 허전한지가 의문인 것이다. 허전함을 채우려 물건을 구입했는데도 왜 충족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것이 고민이요, 바로 근본적인 문제다. 허탈한 마음이 더욱 물건을 사게 만들었는데 왜 충족되지 않는가 말이다. 물건 구입은 마음을 일순간 채울지 몰라도 나중에는 중독으로 가게 만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습관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습관을 중단하지 못하면 쇼핑중독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3) 쇼핑중독과 일시적 만족

쇼핑중독증에서 일시적 만족은 그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특성이다. 사회 생활에서 모든 것은 상당한 노력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경험되지만, 쇼핑중독은 물품을 구매하는 행동과 더불어 일시적 또는 즉각적 경험이 가능해진다. 이는 쇼핑중독증을 일종의 쾌락추구와 관련된다고 보는 이유다. 쇼핑중독은 일시적인 만족이든 상당 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도피든 목적은 즐거움이다. 실제로 이들이 물품을 구입해 즐거움을 경험하거나 현실도피 수단으로 쇼핑을 이용할 때, 효과는 항상 즉각적이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이미 마음은 들뜨고, 현실의 괴로움은 빠르게 사라지고 흥분과 쾌감이 찾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일어나는 일시적 만족은 기분 전환과 관련돼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며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의 기분전환 방법은 상당히 제한돼 있기에 사람들은 불쾌한 기분을 억제하는 편이다. 설령 기분을 풀 방법을 찾아낸다 해도 상당한 기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갈등도 피할 수 없지만, 쇼핑중독에서은 언제나 그 효과가 즉각적인 차이가 있다.

그들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일시적으로, 단번에 심리적 괴로움을 피하거나 만족감을 얻는다. 심지어 그들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설레며 가슴이 뛴다.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기보다는 갖고 싶은 물건을 일단 구입해야 한다는 초조한 마음과,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강박적 생각이 비합리적 기대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실제로 이들은 그런 기대에 부풀어 비록 일시적이지만 즉각 심리적 괴로움이 가라앉고 안심한다. 다만 그 만족이 일시적인 점이 다를 뿐이다.

쇼핑중독자들은 욕구를 지연시킬 능력이 낮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들이 즉각적 만족만을 추구하면 나중에는 파국적 결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들에게 즉각적인 만족은 강력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물건을 구매하려 했던 마음이 강력했던 것과 달리 효과가 점점 더 줄어들기 때문인데, 쇼핑중독자들은 그 효과를 다시 얻기 위해 물건을 또 구매하려 한다. 이때 물건을 구입하는 양은 증가하고 액수도 높아진다. 욕구 지연능력은 자꾸 낮아지는데도, 즉각적 만족은 끝없이 증가하는 것이다.

2. 쇼핑중독과 강박성

쇼핑중독은 강박성(Compulsion)이 기반이다. 강박성이란 한 가지의 특성에 고정 및 집착되는 특성으로, 예전에는 개인의 성격 정도로 치부됐으나 최근에는 상당한 인격 문제로 대두되는 추세다. 어느 정도의 강박성은 성실성을 위해 필요한 특성이지만, 심하면 일종의 병(病)인 강박증으로 이행된다. 강박증이 나타나면 사회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증상이 돼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불편을 준다. 이런 강박성이 쇼핑중독에서는 단순히 부차적으로 나타나는 정도라 해도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강박성이 작용하여 인터넷에 나오는 물건을 쇼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증상으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쇼핑중독의 강박성은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을 유발시킨다. 모든 중독이 공통적으로 강박성을 기반으로 하는 점은 드러난 사실인데, 이런 점에서 쇼핑중독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강박성에서 쇼핑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물건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유발하고, 원하는 물건을 산다 해도 충족이 없이 다시금 다른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강박성이 발전하면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를 반복한다.

처음 의도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는 데 시간을 소모하고, 인터넷에 나온 새로운 물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직장이나 가정에서 할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그러면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새로운 상품에 관심이 고조돼 인터넷 쇼핑몰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런 정도는 강박적 사용이라 정의하며, 특정 상품을 사는 데 가족들의 반대에도 사야 하고, 그러면서 점차 생활의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실제로 쇼핑중독자들은 상당한 강박을 갖고 있다. 그들의 강박성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관심을 갖게 하거나 새로운 상품에 집착하게 만들기에 그들은 그런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의 강박성은 대개 생물학적으로 뇌의 기능적 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다. 기억의 회상이나 약물과 관련된 강박적 사고의 재현은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존재하는 해마(hippocampus) 신경조직과 관련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최근 경험의 저장 및 회상 기능을 관장한다. 좌측 해마는 언어적 기억을, 우측 해마는 비언어적 기억을 저장하며 해마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부족하면 새로운 정보나 기억들을 획득하고 저장할 수 없다. 쇼핑중독이 강박을 기반으로 정신의 영역에서도 비정상적 현상을 유발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좋은 예다.

3. 쇼핑중독과 집착성

쇼핑중독에서 집착(Pre-occupation)은 중요하게 작용하는 특성이다. 전술한 강박성은 집착을 바탕으로 하는 점에서 그 뿌리가 같다. 집착이란 대개 한 가지 생각이나 감정에 고정되는 행동 특성이다. 집착은 집중과 비교하면 이해가 더 쉬운데, 집중이 일정한 것에 정신을 몰두하여 긍정적 효과를 올린다면 집착은 관심 있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상태로 올바른 효과를 올리지 못하는 부정적 현상이다. 두말할 것 없이 집착이 정도를 넘으면 집착증으로 이행된다. 학생이 공부에 집중하면 실력이 향상되지만, 그저 공부에 집착하면 반대 경우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그 집중도에서 올바른 효과를 올리느냐 그렇지 못하냐의 결과는 현격한 차이다. 그러므로 집착의 상태는 애착의 수준을 넘어서고, 임상에서는 병리적 특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질병이며 비정상적 정신작용이라는 것이다.

집착증이 쇼핑중독에 관여한다면 쉽게 간과해서는 안될 요인이다. 집착증이란 특정한 것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비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물건을 사는 데만 집착하면 개인의 관심과 생활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분산돼 체계적인 삶에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면, 놓쳐서는 안될 것을 놓치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일들을 상실한다. 이는 집착의 결과로 초래되는 작은 일이지만, 더 큰 일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쇼핑중독에서 고찰하면, 물건에 집착함으로써 생활의 활력에 쏟아야 할 정신에너지 축적에 실패한다. 나아가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거나 TV 홈쇼핑에만 몰두하다 그날 해야 할 가정사(家庭事)를 챙기지 못하고 불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들 중에는 상품에 집착하다 중요한 사회적, 직업적 활동시간을 줄이고, 나중에는 취미생활을 포기하기도 한다.

때로 사랑도 동일한 원리에서 이해된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집착이 심한 사랑을 할 경우다. 진정한 사랑은 대단한 열정을 불러 일으켜 상대방에 대단한 정신에너지를 유발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진지한 사랑이 성격이 어떻든 상처난 마음을 새롭게 봉합하거나 치료하는 이유다. 진정한 사랑을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초조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열망에 빠지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이다. 진정한 사랑의 상태에서는 세상 모든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고, 살맛이 나기 때문이다. 집착과의 가장 현격한 차이다.

그와 달리 집착은 전혀 반대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집착만 하게 되면, 상대방과의 감정적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괜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불만이 쌓인다. 이런 불만이 서로의 욕구 충돌을 일으키면, 서로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서둘러 마음을 부정적으로 작용시키고 오해를 불러온다.

실제로 쇼핑중독에 빠진 사람은 물건이나 상품에 너무도 강력히 묶여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집착성은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넘어 다른 생활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쉽다. 그들을 새로운 상품 구매로 몰아, 가정의 경제적 희생 뿐 아니라 과도한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물건에의 집착을 쇼핑중독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물건 구매에 집착하면 개인은 쇼핑을 위하여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한다. 새로운 상품을 사기 위해서라면 할 일도 뒤로 미루고, 일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쇼핑에 중독된 사람은 일상생활 이외의 모든 즐거움이나 중요한 대인관계도 포기하고,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4. 심리적 욕구의 결핍과 물건에의 갈망

쇼핑중독은 정도의 문제를 넘어 심리적 측면과 결부돼 있다. 다르게 말하면 쇼핑중독은 외부적으로는 물건에의 집착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심리 및 정신적 특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심리적 욕구의 결핍이다. 이는 자연히 욕구 갈망(Craving)을 부르게 된다. 욕구 갈망은 자주, 반복적으로 물건을 추구하게 만드는 심리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욕구 갈망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에 빠져들게 만들고, 점차 바라고 기대하는 정도가 강한 상태로 몰아가는 특징이 있다.

실제 쇼핑중독자들에게는 물건을 추구하려는 욕구 갈망이 크게 작용된다. 물론 인간이 모두 소유를 충족하려는 욕구적 존재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지만,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들은 이를 조절하지 못하고 거기에 지배되는 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쇼핑중독자들은 자신이 바라는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욕구 갈망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만약에 쇼핑중독자들이 이러한 욕구 갈망을 포기할 수 있거나 어느 정도 감소시킨다면, 그만큼 쇼핑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쇼핑중독자의 물건에 대한 기대와 욕구 갈망은 심리적 결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심리적 결핍이 마음에 허탈감을 유발하고 무엇으로든 채우려는 행동이 일어나는 점에서다. 심리적 결핍이란 긍정적인 심리의 결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사랑이나 존재의 인정, 자기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 그리고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이해와 용서가 결여된 상태다. 누구든 이런 심리적 에너지가 결여되면 힘을 잃고, 심각하게 결여되면 심리 및 정신병을 초래한다.

물론 원인이 어디부터인지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이나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 그리고 성장 이후에 생활 과정이나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부부간의 애정에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결혼한 사람이 쇼핑중독에 빠졌다면, 부부간 애정 문제로 국한시킬 수도 있다. 결혼으로 충족돼야 할 애정, 즉 사랑의 결핍이 정신적 공허를 유발해 물건으로 이를 채우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는 사랑의 결핍을 의미한다. 그 사랑의 결핍이 바로 물건으로 채우려는 환상을 갖게 만들고, 이를 현실에서 경험하기 위해 물건이나 새로운 상품을 사들여 심리적 공백을 충족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쇼핑중독자의 물건 집착은 바로 사랑의 결핍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5. 쇼핑중독에서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

쇼핑중독에는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이 있다. 쇼핑은 비록 일시적이지만,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야릇한 소유욕 충족과 스릴을 누린다. 또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이 쇼핑중독으로 점점 더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 쇼핑중독에서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은 사람을 빠지게 만드는 특성으로, 즐겁고 흥분되는 역동적 행위다. 이들이 쇼핑중독에 빠지는 이유도 쇼핑이 단기간에 소유욕과 스릴감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중독 행위를 즐기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쇼핑을 통해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에 빠져들다 보니 점차 습관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쇼핑중독자들은 쇼핑과 물건을 구매하는 아슬아슬한 소유욕, 스릴에 빠져들면서 서서히 쇼핑중독에 빠져들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은 그 정당성을 넘어 그들에게 일단 긍정적 측면이라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남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물건을 사들인다는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 그들이 특정한 쇼핑중독 행동에 습관적으로 탐닉하는 이유는 물건 구매가 단기간에 소유욕과 스릴감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어떤 중독의 유형이든 일시적으로 고통을 잊는 것 외에도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을 느낀다.

쇼핑중독에 빠져든 사람들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사들이는 그 아슬아슬한 쾌감에 녹아들면서 쇼핑중독에 서서히 빠져들어 간다. 그런 이유로 쇼핑중독자들에게 쇼핑이란 매우 즐겁고 흥분되는 ‘자극적’ 활동이다. 그들은 물건을 지나치게 많이 구입한 후 자괴심과 후회에 빠지기도 하지만, 후회는 일시적이다. 그들은 쇼핑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다음 물건을 구입하려 쇼핑몰이나 TV 홈쇼핑을 뒤지고 있다.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수준까지 금전적인 손해가 막대할 경우 지나친 물건 구입에 대한 즐거움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경제적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는 위기에서나 발생할 뿐이다.

심지어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쇼핑할 때만은 만족감에 초조해지고 흥분된다. 사실 그들에게는 이런 초조감조차 흥분의 한 요소라는 점은 우리가 쇼핑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일시적이지만, 쇼핑은 극단적인 초조감과 아쉬움, 극단적 만족감을 왕래하는 복합적 감정이다. 그들은 쇼핑하는 동안 각성수준이 증가하면서 ‘정말 살아있는 것 같고’ ‘기분이 고조되며’, ‘낙관적이 되고’ ‘흥분되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쇼핑이 끝난 다음에는 이런 긍정적 기분상태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기분이 저하되고 앞날이 깜깜해 보인다.

쇼핑중독자는 물건구입에 따라 극단적인 감정 상태를 경험하게 되므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즐거움과 흥분을 증폭시킨다. 비싼 물건을 비교적 값싸게 구입했다고 생각하면 소유욕 충족과 스릴감이 증폭돼 쇼핑에 깊이 빠질수록 거는 액수는 점점 더 커진다. 쇼핑을 끊거나 쇼핑하지 못하면 그들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다.

6. 쇼핑중독과 의존성

쇼핑중독의 특징 중 하나는 의존성(Dependence)이다. 의존성이란 어떤 대상에 자신을 기대고 맡기려는 심리적 특성이다. 스스로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신체 및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현상과 같다. 그런 점에서 의존에는 크게 심리적 의존과 신체적 의존이 있다. 쇼핑중독자들은 심리적이든 신체적이든 일정한 의존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러한 의존성이 무시되면 심각한 불안 심리를 경험한다. 어쩌면 그들은 의존성을 즐기거나 향유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불안한 가운데서 행동하는 것은 반드시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일종의 강박적 특성이므로 향유와는 거리가 먼 데도 말이다.

쇼핑중독은 물건에의 의존성이 작용한다. 물건을 자주 사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면서, 자신만이 가진 점을 남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가치감을 갖는다. 이런 현상은 물건에의 의존성이 자신의 심리를 충족한다고 여기는 경향이지만, 깊게 생각하면 물건에의 의존성이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존성은 친숙성과도 결부된다. 어떤 것이든 자주 반복하면 친숙해지고 좋아지는 특성이 있다다.

신체적 의존(physical dependence) 중 의학적으로는 약물의존(drug depedence)이 대표적이다. 신체적 의존이란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어떤 약물이 필요하게 된 상태다. 약물을 복용해야 생활이 가능해짐에 따라 약물은 이미 삶의 필수품이다. 그들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단순한 행동도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약물 복용 결과로 통제가 어렵거나 불쾌한 정서를 경험하는 등 명백히 해로운 결과를 유발함에도 약물을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반면 심리적 의존(psychological dependence)은 현상적으로는 충족을 얻기 위한 강한 갈망이나 강박적 행동반응이다. 심리적 의존은 행동적 의존 또는 습관화라고도 하며, 정신이 갖는 강화의 속성 때문에 유발된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게 좋아하면, 유발되는 특성이다. 이런 의존성은 인간의 행동을 강화하며, 강화 속성이 강하게 일어나면 심리적 의존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쇼핑중독자들이 자주 물건을 구입하거나 사들이는 행동은 효과에 의해 강화되기 때문에 조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들의 심리적 의존은 자각적 즐거움 뿐 아니라 물건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정서적 욕망까지도 포함한다. 이는 쇼핑중독 상태에서 물건을 자주 구입하려는 구매 충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다른 건전한 것에 마음을 두는 이유다.

그리고 이런 의존성에는 공동의존이라는 것도 있다. 공동의존이란 쇼핑중독자의 가족 구성원들, 특히 배우자나 그 자녀들의 공통적인 행동 및 성향을 의미한다. 가족 중에 의존성이 강한 사람이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전이돼 마치 의존자처럼 된다. 물론 공동의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기에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공동의존성은 화학물질의존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간주되는 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공동의존성’이란 아마 쇼핑중독자들이 알콜중독 등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화학물질로 동일하게 취급되면서 ‘공동성이라는 중독’에서 유래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동의존성의 핵심이다. 공동의존성의 핵심은 의지력이며, 공동의존자가 느끼는 지속적인 정체감이 혼란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interdependence)는 것은 자신의 한 부분 또는 더 많은 부분에 대해 그 사람에게 힘을 부여하거나 실어주는 것이다. 공동의존자의 자기에 대한 가치는 상대방의 성공이나 실패에 좌우되기에 공동의존자의 자아는 혼란스럽고, 심지어 자아상실 상태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쇼핑중독자와 마찬가지로 공동의존자들은 그들이 순전히 의지력으로 삶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때 공동의존자들은 쇼핑중독자의 감정과 행동도 노력하면 그들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상태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는 쇼핑중독에서 공동의존이 가족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역기능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들에게도 치료돼야 할 무엇인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이유다.

7. 결론: 쇼핑중독자들의 허황된 환상들

지금까지 인터넷 쇼핑중독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인터넷과 쇼핑에 이어 인터넷과 쇼핑중독을 살펴봤다. 특히 쇼핑중독에서는 인간의 소유욕과 결부되는 심리적 결핍이 물건 구매와 소유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다. 인간의 결핍된 심리 문제를 물건으로 채우려는 점에서다. 더욱이 이런 현상은 갈수록 쇼핑을 부추기는 생활 현장에 살면서 어쩌면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할 내면의 심리적 충족을 도외시하는 측면으로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쇼핑중독은 심리적 결핍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마땅히 충족돼야 할 심리적 긍정성에 결핍이 일어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심리적 긍정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물건에 노력을 기울이는 꼴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오로지 구매하려는 신상품에만 기대를 갖고 추구하다 언젠가는 생활의 결말을 초래하는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지 모른다. 심리적 결핍 문제가 더욱 물건에 집착하게 만드는 강박적 심리를 자극하고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를 본성적으로 생각하면 아마 인간 소유욕의 한 측면으로 봐도 될지 모르겠다. 인간은 소유욕이 강한 존재여서, 물건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만이 그 부족한 심리를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 본능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반드시 물건으로 획득하려는 행동은 필연코 허망한 결과를 경험해 삶의 균형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쇼핑중독으로 이행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치료하는 데 훨씬 더 많은 값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이들의 물건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고유한 소유욕이므로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소유욕의 특성이 쇼핑중독에서도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쇼핑중독자들은 이런 본성적 충동에 민감해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여전히 존재한다. 쇼핑중독자들의 이런 물건에 대한 관심이나 구매욕은 매우 허구에 기초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신상품에 대하여 남다른 호기심을 갖는 태도가 사실상 그들을 쇼핑중독에 묶어버리고 어느 정도에 이르면 혼자서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함정에 몰아넣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쇼핑중독자들은 오늘도 여전히 쇼핑몰이나 TV 홈쇼핑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오로지 물건을 소유하고 일시적인 만족감을 경험하려는 부질없는 수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쇼핑중독자의 생각은 정직한 마음도 아니며 충분한 설명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리지 않는 쇼핑중독자, 쇼핑으로 인해 빚이 없는 쇼핑중독자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물건을 구입한 경우에도 쇼핑을 계속하며, 돈이 없어 가정 생활에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쇼핑을 중단하지 못한다. 그들은 돈이 없어서 쇼핑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쇼핑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이 쇼핑을 끊지 못하는 것은 쇼핑의 매력이 새로운 물건에 대한 환상과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그것을 드디어 소유했다는 만족감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증폭시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쇼핑중독을 부추기는 여건들이 주변에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발달로 TV 홈쇼핑이나 쇼핑몰이 일상화된 것이나 갖가지 대기업이 출시한 물품들이 넘쳐나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가진 경제력을 기반으로 상품화에 앞장서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명품이라 내세우면서 기업적 홍보전에도 혈안이 된 실정이다. 이런 것이 다시 인터넷에서 상품을 쉽게 구입하도록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물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사고 싶은 심리를 부추기는 견물생심(見物生心)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홍보를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든지 사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을지 모른다.

물론 정도를 따지자면 외국도 다르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갈수록 인터넷쇼핑이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발달로 가정에서는 물론 PC방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조건이 십분 활용돼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쇼핑하는 법을 일찍부터 관찰하고 배우고 있기에, 쇼핑중독 뿐만 아니라 쇼핑중독에 빠져드는 방법과 문제까지 모방할지 모른다. 옆에서 쇼핑중독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쇼핑중독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되며 쇼핑중독을 신기한 마술처럼 보여주면서 편리성을 자랑하듯 새로운 쇼핑문화 정도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십대들마저도 인터넷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발전하면 쇼핑중독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른 심리적 폐해가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적인 예로 10대가 사이버머니로 쇼핑하거나 게임하는 것이 가능할 날도 올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사들이는 부모나 친척의 쇼핑을 모방한 결과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그 특성상 부모나 또래 집단의 행동을 쉽게 모방한다. 아이들 눈에 부모는 유능하고 올바르며 높은 사람으로 보인다. 부모가 재미있게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아동들은 큰 문제라는 의식도 없이 쇼핑을 편리한 생활의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미 청소년들이 사이트를 개설하고 돈을 버는 일에 나서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쇼핑 현장에 뛰어들어 상당한 사업가로 변신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들의 쇼핑문화를 접하면서 점차 쇼핑중독으로 이행되는 경우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청소년기가 되면 또래들끼리 내기를 걸면서 인터넷쇼핑을 즐기고 그 경험을 나누기 시작한다. 이런 쇼핑문화를 일찍 접하면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쇼핑의 부분적인 생활의 편리성만을 인식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손쉽게 즐기면서 돈을 벌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 문제인가는 자각하지 못한 채 문제성 쇼핑으로 발전할 위험에 노출된다. 부모의 쇼핑중독 문제가 심할수록 청소년 자녀들도 문제가 심하게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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