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우울증’ [7] 우울증의 유형
제7장 우울증의 유형
우울증은 하나의 증상이나 질병, 혹은 반응으로 보일 수도 있다. 증상으로서 우울증은 신체 기능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정보체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신체에서 어떤 종류의 위반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일깨운다. 바꿔 말하면 신체에서 이상이 일어나 정신에까지 전달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우울증은 일정한 유형으로 구분된다. 동일한 우울증이라도 특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됨을 의미한다.
1.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지침에 의한 우울증 유형
현대과학 약물치료에서 환자의 진단평가와 환자 집단의 질병 분류학적 분류는 이상적으로 원인론, 병리생리학, 심리역동학, 역학 지식에 기초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서적 특성과 관련되는 정동장애에 대한 이러한 지식이 급진적 진보를 했지만 아직 확실하거나 포괄적 이해를 제공하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러므로 현재의 진단평가는 거의 많은 부분을 임상적이거나 정신병리적 정보, 그리고 이를 보충할 일부 자료들에 기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특정 정신장애를 진단할 때 구체적인 진단기준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런 진단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우울증은 우울감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울감은 말 그대로 우울한 느낌이다. 이런 우울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것이다. 바라던 일이 생각만큼 되지 않아 우울해지는 경우다. 우울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우울증이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 진단이 정확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 우울증은 우울감이 2-3일간 지속 경험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모든 정신질병에는 우울증상이 나타나므로 주된 우울증을 진단하는 데는 일정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신장애 진단체계는 1994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 DSM-IV(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ed.)’이다. DSM-IV에 의하면 9개의 증상이 우울증을 진단하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러한 9가지 증상 중 가장 기본적인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다.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증상을 지니고 있으며 아울러 다른 증상들 중 몇 가지를 함께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증상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다만 우울증의 하위 유형인 점에서 지속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지속되는 우울 증상으로 심각한 학업·직업·사회적 부적응과 고통을 초래하는 경우 우울증이라 진단할 수 있다.
1) 기분 증상
기분 증상의 발현은 고유의 진단 부호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독립적 장애로서 진단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삽화들은 다양한 기분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다음 몇 가지들이 있다.
첫째, 주요 우울증 증상이다. 주요 우울증 증상의 발현(major depressive episode)에서는 우울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 증상에서 기분은 흔히 우울하고 슬프고 희망이 없고 실망스럽거나 의기소침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흥미나 즐거움 상실이 나타나며, 식욕은 보통 감소해 억지로 식사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식욕이 증가되거나 특정 음식을 갈망하기도 한다. 이 증상 발현에서는 기간이 중요한데, 최소한 2주 동안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거나, 거의 모든 활동에서 흥미와 즐거움이 상실돼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은 대개 자극에 쉽게 화를 내는 등 슬픈 기분보다 쉽게 자극받는 과민 상태로 나타난다. 이 증상에는 다음 중 적어도 4가지 변화에 해당돼야 한다. 식욕, 체중, 수면, 정신운동 활동변화, 감소된 에너지, 무가치감, 죄책감 등의 변화, 생각하고, 집중하고, 결정내리기 어려운 변화,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 생각이나 자살계획 및 시도의 변화 등이다.
둘째, 조증 증상의 발현이다. 조증 증상 발현(manic episode)은 기분이 지나치게 좋은 상태다. 우울 상태와는 반대로 들뜨고 유쾌하고 자신만만한 기분을 주축으로 하는 정신활동의 변화이며 우울증보다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환자 자신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완벽한 건강상태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지만 조증이 심해져 야기되는 사업 실패, 낭비, 경제파탄 등으로 주위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끌려오는 편이이다. 조증은 모든 사고와 행동을 고양된 정동에 총력 집중(affect totality)시켜 들뜨고 의기양양한 기분, 사고의 비약, 그리고 정신운동의 항진 등이 나타난다.
조증기 환자는 수다스럽고 안절부절하며, 공격적이고 허풍을 떨며, 자제할 줄 모르고 때로는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이때 갑자기 카드를 긁으며 값비싼 명품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다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어 급기야는 남편 월급이 차압당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조증기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고 과장된 기분이 지속되는 기간이다. 이 비정상적 기분은 최소 1주일 동안 지속돼야 한다. 조증 발현은 팽창된 자존심이나 과대한 사고, 감소된 수면욕구, 말이 많아지는 다변(多辯), 사고의 비약, 주의산만, 목표지향적 활동 또는 정신적 초조성,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쾌락적 활동에 지나친 몰입이 있다. 이 중 최소한 3가지 부수 증상이 동반돼야 한다.
셋째, 혼재성 증상 발현이다. 혼재성 증상 발현(mixed episode)은 조증과 주요 우울증의 기준을 1주일 내내 모두 충족시키는 점이 특징이다. 혼재성은 양극성 장애라는 조울증이다. 조울병은 깊은 우울증과 강한 흥분 사이를 제멋대로 왔다갔다 하는 심한 정서 장애다. 조증기(manic phase)에는 매우 수다스러울 정도로 고양되지만, 우울기(depressive phase)에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기분에 젖어 식사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조울증은 기분이 저하되는 깊은 슬픔과 강한 흥분 사이를 왕래하는 양극단적 특성을 보인다.
이런 환자는 조증·우울증 발현과 함께 빠르게 교차되는 슬픔, 과민한 기분, 다행감 등을 경험한다. 이 증상은 흔히 초조, 불면증, 식욕조절 장애, 정신증적 양상, 자살사고 등을 포함한다. 이 장애는 사회적·직업적 기능에서 뚜렷한 장해를 일으키고, 입원을 요구할 만큼 심각하고 정신증적 양상을 동반한다. 대부분의 정서 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은 조증과 울증 사이를 왔다갔다 하지 않고 둘 중 하나, 보통 울증만을 보인다. 이런 정서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히 발견되며 중년기에 많이 발생한다.
넷째, 경조증 증상 발현이다. 경조증 증상 발현(hypomanic episode)은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고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최소 4일간 지속된다. 경조증 발현 기간 동안의 기분은 개인이 평상시 갖던 우울하지 않은 기분과는 명백히 달라야 한다. 전형적으로 갑자기 시작되며 하루이틀 동안 빠르게 악화된다. 이 경조증은 조증보다 높은 상태로 사고 흐름이 빠르고 비약을 나타낸다. 그럴듯한 계획과 묘책이 잘 떠오르고 사고도 풍부하고 말도 빠르지만 개념 선택이 점차 비약해 한 줄거리에서 다른 줄거리로 쉽게 생각이 뛰고 그 결과 지엽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처럼 사고의 논리성을 잃지는 않는다.
사고내용은 과대관념 또는 과대망상이 특징인데, 천재·미인·부자(富者)·국회의원·발명가 등으로 자신의 능력과 지위가 높아지리라든지 높아졌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정신분열증과 달리 비교적 현실적이고 이론도 정연하며, 그런 존귀한 인물이 되려는 노력과 행동을 그럴듯하게 한다. 환자 자신은 동분서주하면서 피로도 느끼지 않고 신체는 건강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수면장애도 있어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계획과 활동을 한다. 식욕부진은 없으나 식사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식사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다. 체중은 경한 조증에서는 증가하지만 대체로 심한 감소를 나타낸다.
2) 우울장애
우울장애는 기분이 가라앉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힘이 나지 않고 맥이 빠진다. 그러나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모두 우울증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경우는 얼마든 있기 때문이다. DSM-IV에서는 우울증을 크게 주요 우울 장애와 기분부전 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증상의 광범위성과 지속 기간에 의한 분류다.
(1) 주요 우울장애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s)는 우울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울한 정도를 넘어 심각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우울 증상은 최소 2주 이상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주요 우울장애의 필수 증상은 조증 삽화, 혼재성 삽화와 경조증 삽화를 과거력으로 갖지 않으며, 한번 이상 주요 우울증 증상의 발현이다. 이때 약물남용, 투약 또는 독소에 노출됨 등의 직접적 생리효과로 인한 기분 장애 삽화는 물질로 유발되거나 일반적 의학상태에서 기인하는 경우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내리지 않는다. 주요 우울장애는 15% 정도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등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
(2) 기분부전 장애
기분부전 장애(dysthymic disorder)는 경미한 우울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이 경우 우울한 기분과 더불어 소수의 우울 증상이 2년 이상 장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기분부전 장애의 필수 증상은 최소 2년 동안 우울 기분이 없는 날보다 있는 날이 더 많고, 거의 하루종일 우울하다. 기분부전 장애자는 자신의 기분이 슬프거나 울적하다고 표현한다. 우울 기간에는 식욕부진이나 과식, 불면이나 과다수면, 에너지 저하나 피곤함, 자존심 저하, 집중력 감소나 결정 곤란, 그리고 절망감 등이 2가지 이상 나타난다.
(3) 미분류형 우울장애
미분류형 우울장애(unspecified depressive disorder)는 우울증으로 진단하기 곤란한 유형이다. 우울증은 우울증인데 특정성을 부여하여 일정한 유형으로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달리 분류되지 않는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 not otherwise specified)다. 여기에는 주요 우울장애와 기분부전 장애의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우울장애, 단기 우울장애, 월경 전기의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는 월경 전의 불쾌 기분장애, 가벼운 우울장애, 재발생 단기 우울장애, 정신분열증 이후의 우울장애, 망상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증적 장애, 정신분열증 활동기에 나타나는 우울증 삽화 등도 해당된다.
3) 단극성 및 양극성 우울증
우울증은 증상과 기간에 따라 단극과 양극이 구분된다. 우울증이 우울한 기분의 한가지 증상으로 나타는 경우와 기분이 고양되는 조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다. 단극성은 한 가지 증상이 일주일 이상 나타나고, 양극성은 두 가지 증상이 일주일 이상 교대로 나타난다.
(1) 단극성 우울증
단극성 우울증(unipolar depression)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로도 불리운다. 단극성 우울증은 반대되는 정서 상태인 조증(mania)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조증은 우울증과 반대되며 기분이 지나치게 좋은 상태다. 조증은 대개 자존감이 현격하게 고양되고 흥미와 의욕이 증대되어 과잉행동이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상태다. 이러한 조증 상태에서는 실현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한 과도한 활동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와 좌절로 끝난다.
그런 점에서 조증의 필수 증상은 한번 또는 그 이상의 조증 삽화 또는 혼재성 삽화가 발생하는 일상적인 경과다. 흔히 개인은 한 번 또는 그 이상의 우울증 삽화를 경험한다. 이 단극성 또는 양극성은 재발성 장애로 볼 수 있다. 단일 조증 삽화를 경험한 개인들 중 90% 이상이 장래 또다른 증상을 경험하는 점에서다. 대개 조증 가운데 50-70%는 주요 우울증 증상의 발현 직전이나 직후에 발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 양극성 우울증
양극성 우울증(bipolar depression)에서는 두 가지 증상이 경험된다. 이때 두 가지는 기분이 매우 고양되거나 매우 저하되는 극적 상태를 나타낸다. 대개 현재 우울 상태에 있지만 과거 조증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로 가벼운 조증 증상을 가진 재발성 우울증이다. 반면에 단극성 우울증은 과거 조증을 경험한 적 없이 우울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다. 유사 우울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과거 조증 경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단극성과 양극성 우울증은 원인, 증상 패턴, 예후 등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 순환성 장애
순환성 장애(cyclothymic disorder)는 기분 변동이 있는 만성 기분장애다. 경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며 한번 나타나면 일정 기간 동안 나타난다. 1주일에서 3일 정도는 불규칙적으로 혼합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경조증 증상은 조증 증세의 완전한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빈도, 심각도, 광범위성,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우울 증상도 주요 우울장애의 완전한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빈도, 심각도, 광범위성,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순환성 증상이 있는 첫 2년 동안 주요 우울증, 조증, 증상의 발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내려질 수 있다.
4) 기타 기분장애
기분장애는 우울증의 일차 증상보다는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이 유발되는 경우다. 다른 질병이나 약물복용으로 유발되는 경우다. 여기에는 일반적 상태와 약물로 유발된 기분장애들이 해당한다.
(1) 일반적 의학 상태의 기분장애
의학 상태의 기분장애(mood disorder due to a general medical condition)는 질병에 의한 기분장애다. 자신의 몸에 나타난 신체적 질병 때문에 우울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신경계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퇴행성 신경학적 상태, 뇌졸증 등 뇌혈관 질환, 비타민 B12 결핍 등 대사 상태, 내분비 상태, 자가 면역상태, 바이러스나 기타 감염, 췌장암 등의 특정한 암 등이 해당되는 증상이다.
(2) 약물로 유발된 기분장애
약물로 유발된 기분장애(substance-induced mood disorder)는 문자 그대로 약물로 일어난 기분장애이다.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약물남용이나 투약, 우울증에 대한 다른 신체 치료, 독소에 노출되는 약물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장애다. 약물은 어떤 것이든 신경계에 영향을 줘 기분이나 감정을 변화시키는 매체가 된다. 여기는 대개 중독이나 금단 기간에 따라 약물의 특성과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이 해당되는데, 우울 기분, 뚜렷하게 감소된 흥미나 즐거움, 의기양양하거나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 등이 나타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2. 병인에 따른 우울증의 유형
우울증의 원인에 따른 유형이 있다.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란 치료 방법도 일정 부분 관련된다. 현재 연구전략은 원인론이나 치료 가정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진단군(群)을 가급적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새로운 진단군을 구분하는 것은 임상가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며 원인론에 입각한 분류를 할 수 있도록 지식을 제공하는 연구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 여기에 병인에 따른 우울증 유형은 공식적 진단체계는 아니지만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DSM-IV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확실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는 아치볼트 하트(A. D. Hart)의 임상경험에 근거한 체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일차 우울증
일차 우울증(primary depression)은 우울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울증은 다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과 관련돼 나타날 수 있는데 비해 일차 우울증은 우울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이른바 순수한 우울증이다. 일차 우울증은 신체적 원인을 가진 우울증이 정신병적 증상과 장애로 나타나는 편이다. 이 우울증은 우울이 심화돼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정도의 진정한 정신병이다. 여기에는 단극성과 양극성 우울증이 포함된다.
특히 일차 우울증은 성장과정에서 여러 특성과 관련을 갖지만 특히 자기애적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과시주의, 용기에 대한 자부심, 자랑, 경쟁심리 등이 해당되는데, 이것들이 잘 발휘되지 못한 결과다. 이런 점에서 그 바탕에 열등감이 자리한다. 환자는 오래 열등감에 짓눌려 살아왔기에 대체로 생기가 없고 기가 죽어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찬사, 특히 찬양받으려는 욕구가 매우 크다. 그 결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방어적인 특성을 띠며, 종종 근저의 억압된 부적절감이나 열등감을 은폐하기 위한 방어로서 교만이나 경멸의 특성을 띤다. 이러한 열등감을 형성하게 된 원인은 교만하고 고집스럽고 경쟁심이 강하고 종종 과도하게 남성적이고 스스로를 내세우는 겉모습과는 반대로, 허약한 아버지 인물과의 동일시로부터 오는 수치감에 있다.
이런 열등감은 자신은 상처를 입을 수 없다는 느낌을 수반할 수도 있는데, 이때 개인은 어떤 기적적인 운명이나 행운이 성취를 가져다주리라 느끼면서 계속 위험을 감수한다. 이런 경우 자신은 스스로 강한 내적 자원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고, 타인은 존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의 의미 이외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에 따라 대상에 따른 강한 애착이 일어난다. 이들의 애착과 의존의 정도는 그러한 대상의 사랑이나 지지 등이 상실될 때만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우울증 환자는 과대적 자기 지속을 반영하는 과대주의와 전능성의 요소를 가질 수 있으며, 때로는 모방이나 동일시를 위한 모델로 사용되는 대상에 대한 이상화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상화가 발현될 때는 두려움을 모르고 의존을 거부하는 방어기제에 의해 일반적으로 쉽게 은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차 우울증 환자는 세월에 따라 활동역량이 감소되고 기력이 쇠퇴함에 따라 성격의 취약성에 쉽게 노출된다. 나이가 들면서 성적·신체적, 혹은 지적으로 감소되는 활동 역량은 심각한 병리 결과와 함께 자기애적 외상을 구성하면서 우울증이 발생한다.
2) 내인성 우울증
내인성 우울증(endogenous depression)은 생체 원인에 의한 현상이다. 외부 환경적 요인이 아닌, 생체 내부의 원인으로 유발된 우울 증상이다. 여기에는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 분비, 생리적 리듬 등과 같은 내부적·생리적 요인에 의해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유전적 요인으로서는 쌍생아 연구에서 밝혀진 것으로 일란성과 이란성의 합치율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우울증과 관련시키면 일란성 쌍생아는 60% 이상을, 이란성 쌍생아는 20% 이상의 합치율을 나타낸다. 이런 점에서 내인성 우울증은 이른바 내분비 장애와 관련한 우울증(depression associated with endocrine dysfunction)이다. 생리적 요인은 인체의 신호 자극과 관련되는 신경전달물질 작용으로 화학성분 수준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테면 신경전달물질의 과다생성과 불충분한 생성, 수용기의 과다 및 과소 수용의 현상, 수용기와 전달체의 교류에서 불충분한 반복이나 과잉 방출 등이다.
이러한 화학성분의 변화, 즉 신경전달물질의 수준은 모두 뇌신경을 자극하여 심리 및 정신에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신경연접부인 시냅스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 및 변형들은 인체의 생리적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나 세로토닌(serotonin) 과다 반응은 조증을 유발시키고, 과소 현상은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이런 신경전달물질들은 물론 신경연접부의 특성에 따라 특별히 반응하거나 지배되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항우울증 치료 효과에 기여하게 된다.
이런 관점은 다시 인체의 내분비기관 등이 우울증 유발과 관련됨을 시사한다. 즉 뇌하수체, 아드레날린, 그리고 갑상선 등 중요기관 장애는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신에서 방출되는 에피네프린계의 아드레날린은 주로 저혈당에 반응하여 방출된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계의 강력한 자극물질로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근을 자극하며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심박량을 증대시킨다. 개인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나 위기상황을 극복하려 할 때 아드레날린의 소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아드레날린의 과도한 소진으로 허탈해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아드레날린 우울증(adrenaline depression)으로 부신선의 기관들이 다시 원기를 회복하는 기간이다. 임상적으로 비기능적 갑상선이라는 갑상선종은 우울증 장애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그 예다.
갑상선(tyroid gland)의 경우 목의 상단부분 양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티록신(throx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티록신은 기초대사를 조절하는데 중요하지만, 과다한 티록신 분비는 지나친 흥분과 만성불면증을 일으키며 특정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부갑상선(parathyroid gland)은 갑상선 바로 위에 위치한 4개의 작은 기관이다. 그 분비물인 부갑상선 호르몬(parathormone)은 혈액에서 전신 신경과 근육조직 기능을 원활히 해주는 칼슘의 최적수준을 유지하는데 작용한다. 혈액칼슘 수준이 너무 높으면 신경과 근육에서의 흥분성이 떨어지고, 혈액칼슘 수준이 너무 낮으면 이들 조직에서 지나친 흥분을 유발한다. 이처럼 인체의 내분비 기관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생성하여 혈액 안으로 방출되므로 신경계와 함께 인체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다만 신경기관과 비교하면 그 전달의 부위와 속도는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신경기관은 정보전달 부위 등에서 국부적으로 접촉빈도를 정하는데 반하여 내부기관은 각각 원격의 부위 농도의 특징을 갖는다. 여기에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정도인 경내인성 우울증(minor endogenous depression)도 해당된다. 이 경내인성은 일차적 우울증과 약간의 관련성을 갖는데, 우울증상은 심각하지 않으므로 정신질환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경내인성 우울증은 심리적 우울증과는 다르며, 특별히 과잉적 스트레스 상태를 제외하고는 발작을 야기하는 외적 사건이 없는 상태다. 이런 환자들은 "항상 이렇게 우울했다"고 말하는 정도다.
3) 이차 우울증
이차 우울증(secondary depression)은 다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개 다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장기간 약물을 복용해 우울증이 일어나는 경우다. 암이나 고혈압, 당뇨, 만성통증 치료를 위한 장기간의 항생제 투입, 고혈압 강화제, 진통제, 그리고 피임제 등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우울증이 유발된다. 이런 약물은 문자 그대로 부수적이므로 중단하면 곧바로 우울증의 증상이 해소되지만, 치료를 위한 것이므로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차 우울증은 전술한 인체의 화학성분과 관련되는 내인성 우울증과 동일하다. 다만 신경전달물질 자극이 인체 내 생성이나 분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약물복용으로 일어나는 이차, 즉 부차적인 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문제는 신경전달물질 작용은 동일하나 자극 원인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일어난다.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신경전달물질 수준이나 수용기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해질의 평형을 중요시하는 신경생리학의 경우 나트륨과 칼륨의 양 증가와 감소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본다. 즉 우울증은 세포 내의 나트륨 양이 증가하고 칼륨이 감소하는데, 이는 나트륨의 세포막 운반이 지연됨으로써 신경 전도는 저하되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반면 세포 밖의 나트륨이 증가하고 세포 안의 칼륨이 증가하면 신경세포의 흥분도는 높아지지만, 세포 안의 나트륨이 증가하고 세포 밖의 칼륨이 증가하면 신경세포의 흥분도는 낮아진다. 이차 우울증에는 정신치료의 경과 중 일어나는 우울증도 좋은 예가 된다. 정신분열증 환자, 편집증 환자, 강박증 환자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다. 이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이차적이므로 자칫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환자는 우울증에서 보이는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우울 증상이 자체로 피로의 표적이 되기보다는 정신병 증상에 의한 이차 증상으로 간주되거나 정동장애 혹은 음성증상과의 감별돼야 하는 경우다.
그리고 정신병 후 우울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이차적이다. 정신병 증상 소멸 후 환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틈만 있으면 눕고 싶다고 호소하면서 원기도 없고 활동성이 저하된 상태에 빠지는 경우다. 이들 환자는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절망감이나 죄책감은 없다 해도 허무감이나 허탈감이 나타나며,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은 무쾌감증 상태에 빠지고, 대인관계도 좁아지고 일에 효율이 오르지 않고 끈기도 없어진다. 이런 포괄적 의미의 정신병 후 우울증은 내인성 질환 과정의 일부로서 나타날 수도 있고, 정신분열증에 병식이 생기면서 심인성 반응, 항정신성병약물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또 장기간 약물이 복용되면 대사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 그 중 일부 증상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당분 대사는 중요한데, 병리적 저혈당 수치는 우울증 외에 불안정감, 부정적 느낌, 정서불안, 염려, 어지러움 등을 유발한다. 이런 약물이 여성의 생식기관에도 영향을 준다면 기분 진폭에 변화를 주어 생리 시작, 생리 전 증후군, 피임약 복용, 임신, 산후 증상, 갱년기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므로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4) 신경증적 우울증
신경증적 우울증(neurotic depression)은 신경 변화에 의한 우울 현상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감정부전 장애와 같은 것으로 정신병적 우울증보다는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현실 판단력에 현저한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다만 우울한 기분과 의욕상실이 나타난다. 신경증이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인 만성장애라는 점이 우울증과 관련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몰두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망상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으며, 무기력하고 침울하지만 현실판단 능력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신경 이상과 관련되는 강박증이나 편집증 등에서 우울증상을 보이며 뒷받침되는 측면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대화 내용이 조리에 맞고 최소한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여기는 현실적 스트레스와 관련돼 발생하는 심인성 우울증도 해당한다. 스트레스성이란 대개 내분비 변화로 보는 내인성이지만 스트레스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감,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적 스트레스 우울증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환자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신경증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환신경증이 더 많이 나타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환신경증(conversion neuroses)은 감각기관이나 수의운동의 극적 기능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장애로 실제 신체적 질병 없이 단순히 심리적 갈등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의 정신과 입원환자 중 전형적 전환신경증이 1-3%로 집계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입원환자 중 전형적인 전환신경증이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 이유는 성적 억압, 의학 지식 미보급 외에도 며느리의 경우 불쾌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전통적 가족 제도와 상당한 관련이 있으리라 추측된다. 신경증적 우울증이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전환장애를 가진 신경증적 우울증은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성적 억압이 강했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가장 많았으나 성(性)이 개방된 오늘에 와서는 점차 적어지고 있다. 의학 지식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런 극적 증상이 발생했으나 의학 상식이 널리 보급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증상이 적어지면서 진단하기 어려운 동통이나 신체 장애로 옮겨지고 있다. 이 유형의 환자는 걱정스러운 것을 염려하면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신경증적 우울증은 매우 심리적으로 심리적 표현과 상당 부분 관련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신경증적 우울증은 언어로 자기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신체의 괴로움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사회에서 증가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 며느리 같은 입장에서 전환성의 신경증 빈도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신경증적 우울증은 성격적 특성에 연계되는 "걱정도 팔자다"라는 속담에 해당하는 환자다.
5) 정신병적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psychotic depression)은 심각한 정신증상을 수반하는 우울 현상이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매우 심각한 우울증상을 나타냄과 동시에 현실판단력이 손상돼 망상 수준의 부정적 생각이나 죄의식을 지니게 된다. 이 정신병적 우울증에서는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이 일어난다. 이인증은 인격이 상실되는 현상으로 자기 자신이라는 감각이나 신체의 일부도 자기 것이라는 감각을 상실한다. 이때 비현실감, 자기 자신, 자기 신체, 환경으로부터의 거리감으로 인해 환각과 망상이 나타나며 현실로부터 극단적으로 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평소 신선한 정서적 표현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지 않으며 일상적인 일에 관심이 없어지고 생기도 없으므로 주변 사람들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목석과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이런 현상은 정신분열증 초기의 신경증적 장애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 시기 우울증 진단은 상기 두 상태와 구별해야 한다. 우울 상태가 진행되면 슬픈 정동이 점차 특징적으로 드러나 환자의 표정과 태도에 나타난다. 이들은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하고 희망이 없고 침체된 기분이고 평소에 통상 하던 일도 어렵게만 느껴지면서 자신감이 없다. 이런 기분의 저조는 아침에 더욱 심하고 저녁이면 가벼워진다. 우울 증상은 대개 사회적 지위, 가정의 앞날, 사업의 장래성 등 모든 것이 절망적이라 확신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강염려증에서 심하면 신체망상, 빈곤망상 인생의 의미를 상실하는 허무망상(nihilistic delusion)등이 있고 후회와 자책을 많이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 믿는 죄업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 심해지면 자기 무능력감, 열등의식, 절망감, 허무감이 강화되고 삶의 의미를 상실하여 자살 의욕과 자살 기도를 시도한다. 이와 같은 정서 변화는 과거 자기 인생에서의 후회스러웠던 일을 문제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객관적 사실과는 관계없이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동의 병리적 현상이다. 이런 환자는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망상을 지니고, 자기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 오염된다고 믿어 환경과의 접촉을 단절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증 환자는 사회적 적응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6) 반응성 우울증
반응성 우울증(reactive depression) 또는 외인성 우울증(exogenous depression)은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된 우울 증상이다. 외부적 요인이란 환경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대개 큰 사건이나 상실감이 중심을 차지한다. 이처럼 외부적 요인 반응에 따라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이므로 반응성 우울증(reactive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반응성 우울증은 흔히 우울증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외인성 우울증이라 말할 정도로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경험되는 우울증이다. 갑작스런 큰 사고에 의해서나 이제껏 소유하던 것에서 상실감을 경험할 때 맥이 빠지는 심리적 현상은 심리적 변화만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포함하게 된다. 외부의 부정적 자극이 심리적으로 힘을 상실하게 하는 변화를 촉발하는 것이다.
외인성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요인에는 가족과의 사별, 실연, 실직, 중요한 시험 실패, 가족의 불화나 질병 등이 해당된다. 그 중에서도 사별은 가장 대표적이며 상실감을 유발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사별은 극도의 슬픔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배우자 사망이 스트레스 수치 100%를 기록한다는 것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사별로 인한 우울증은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 자신의 잘못 대응함에 대한 가책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의 우울증은 슬픔의 정도가 너무도 커서 신체적 반응을 수반하기도 한다. 사별로 우울해하는 사람들은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목과 가슴이 조이는 느낌, 위(胃)가 텅빈 느낌, 소음에 대한 과민 반응, 신체적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무감각이나 마비감, 입이 마름, 호흡곤란, 근육허약, 에너지 결핍 등을 호소한다.
다음으로는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을 잃어버림, 사회적 측면의 지위와 역할의 상실, 실직이나 은퇴 등이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직장을 잃는 실직은 가족의 생계와 관련돼 커다란 우울을 유발시킨다. 실직한 사람들은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자신의 무능력에 괴로워하고 자책한다. 이런 자책감은 흔히 존재의 자기비하를 넘어 극심한 절망감으로 떨어져 자살 유발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는 실연(失戀)도 우울을 유발한다. 실연은 사별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 해도 의지하던 사람을 잃어 현실적 의욕을 상실하고 심하면 죽음을 선택하는 위험이 있다. 이런 상실감에는 신체 일부를 손상당하거나 잃어버린 경우는 특별한 우울증이 유발된다.
어떤 사고로 손이나 발을 절제했다면 커다란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신체 일부를 손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처음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험을 대부분이 갖는다고 한다. 가슴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이라면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로 우울해진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삶의 기반이거나 소중한 사람이거나 물건, 지위를 잃어버린 경우 힘이 없어지고 맥이 빠지는 현상은 깊은 슬픔의 우울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경우 주변 사람들 도움이 매우 효과적이다. 사람이 약해질 때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때 잠깐 붙들어주는 것이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7) 갱년기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evolutional depression)은 갱년기에 처음 발생하는 우울 증상이다. 갱년기 우울증은 나이에 따른 것으로 대개 35-50세의 중년기 이후 장년기나 노년기에 초조성, 심한 절망, 사소한 일에도 극도의 후회 등을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이다. 갱년기 연령은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있다. 갱년기 우울증은 대개 여성은 40대 후반,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흔히 일어나며, 여성은 폐경 3-7년 뒤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갱년기 우울증은 여성에게서 3배 많이 발생하고,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 홀로 된 사람이나 이혼한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다. 갱년기 우울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시작되며 초조하고 건강, 사업, 경제문제 등을 걱정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초조성이 2-3년 지속된다. 이 시기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때문에 내과를 자주 찾아 건강진단을 하는 수도 많고, 고독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며, 지난날의 사소한 일도 몹시 후회하고 죄책감과 앞날에 대한 절망감을 갖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등 안절부절(安全不絶)하는 편이다.
이들의 앞날은 비참과 참혹함만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죽을까봐 몹시 겁을 내기도 한다. 심한 불면, 질병에 걸렸다는 신체망상, 그리고 암담한 미래로 걱정이 돼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이 갱년기 우울증은 폐경기에 생기는 생체변화에 의한 것으로 생각됐으나 최근 심한 절망이나 극도의 후회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갱년기는 내분비와 생식선 감퇴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이 시기 신체의 대사장애, 생화학적 변화를 크게 일으킨다. 이와 동시에 젊음과 건강의 상실, 죽음에의 공포, 사회적 성취의 한계를 느끼는 일 등 심리적인 자극이 중요시되는 시기다. 이런 점에서 갱년기 우울증은 내적 호르몬의 변화로 일어나는 측면에서는 내인성 우울증의 범주에 해당하면서도, 그 증상은 내인성 우울증의 주된 증상인 지체성 우울증(retarded depression)의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심한 절망이나 사소한 일들에 대한 극도의 후회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의 형태를 나타낸다.
특히 이 갱년기 우울증은 칼 융(C. G. Jung)에 의해 매우 부각된 점이 있다. 융은 중년기에 일어나는 이 갱년기 우울증을 인생의 의미와 관련된 것으로 허무와 절망이 지배적이라고 보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융(C. G. Jung)은 갱년기 우울증을 일반 우울증과 구분하여 매우 주목했다. 그리고 융은 이 갱년기 우울증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았다. 인생 전반기에는 외부의 사회적인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 에너지를 쏟은데 비해, 중년기 이후에는 정신 에너지를 자기 내부에 쏟아야 할 시기인 것으로 외부 인격인 자아와 내부의 인격인 자기의 조화가 문제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3. 결론: 복합적 우울증에 주의, 싸워나가야 할 증상
이상 유형들 외에도 몇 가지 우울증상들이 더 있다. 위에서 전술한 주로 행동과 사고가 느려지고 침체되는 지체성 우울증(retarded depression), 걱정과 불안을 동반하며 흥분된 모습을 나타내는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이 있다. 이런 지체성과 초조성은 주된 증상보다는 다른 우울 증상에 부가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의 경우 출산으로 인한 특별한 우울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없어진다. 때로 산후 우울증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도 있어 검사를 필요로 한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특정한 계절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seasonal depression)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대개 가을·겨울에 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일조량이 적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런가 하면 겉으로는 우울한 기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비행이나 신체적 문제로 위장되어 나타나는데, 이를 위장된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 한다. 위장된 우울증은 겉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우울증으로서 주로 내부에 잠재해 있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울증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정신 현상을 두부를 자르듯 분명하게 가를 수 없다면 그것은 다시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상당히 복합적인 경우로 나타나면 증상의 강도가 강해질 것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무겁게 억눌리는 기분을 힘겹게 경험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싸워야 할 증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