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칼럼] ‘일천번제헌금’은 성경적인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소위 헌금을 일천 번 나누어 드린다는 “일천번제헌금”이란 것은 성경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천 번제 이야기가 성경에 단 한 번 기록되어 있다. 그 만큼 일천 번제 이야기는 아주 희귀한 경우였다. 열왕기상 1-2장에 보면 다윗으로부터 솔로몬으로 이스라엘의 왕권이 이양되고 솔로몬이 그 왕권을 강화해 가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일천 번제 이야기는 솔로몬의 초기 통치 모습을 보여주는 열왕기상 3장(역대하 1장에도 동일한 번제를 기록하고 있음)에 나타나 있다.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반대파들(아도니야, 아비아달, 요압, 시므이 등)을 모두 제압한 솔로몬은 먼저 정략결혼 등을 통해 애굽과 동맹을 맺는 등 대외 관계를 정비한다(왕상 3:1).

이스라엘의 통치자로서 세력 기반을 다진 솔로몬이 다음으로 할 일은 성전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여호와의 성전은 완공되지 않은 관계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산 위에 쌓은 여러 제단에서 제사를 지내는 실정이었다. 산당은 인간 제물(왕하 16:3-4; 렘 19:4-5), 종교적 음행(왕상 14:23-24), 복술(왕하 17:17) 등과 관련된 제거되어야 할 장소(민 33:52)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성전이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산당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있었다. 솔로몬도 아버지 다윗처럼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윗의 신앙과 교훈을 따랐으나 여전히 산당에서 제사를 드리고 분향하였다. 당시 가장 크고 유명한 산당은 기브온(Gibeon)에 있었다. 여호수아 시대 "큰 성"으로 불려지던(수 10:2) 예루살렘 북서쪽 약 8km에 위치한 기브온 성읍은 본래 가나안 족속의 큰 고을이었으나 뒤에 베냐민 지파에 할당되었으며(수 18:25) 레위 사람들의 성읍으로 주어진 이스라엘의 땅이 되었다(수 21:17). 그리고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이르러 이곳 기브온에는 여호와의 장막과 번제단이 설치되어 있었다(대상 16:39; 21:29; 대하 1:3, 13). 솔로몬은 바로 그 기브온으로 가서 놋제단 앞에서 일천 번제를 드렸다(왕상 3:4; 대하 1:6). 하나님은 그 날 밤 솔로몬에게 나타나 솔로몬에게 필요한 것을 자신에게 친히 구하라고 명하신다. 솔로몬이 여호와 하나님께 많은 백성을 다스릴 지혜와 지식을 구하니, 하나님은 솔로몬이 부나 재물이나 명예나 원수를 저주해 달라거나 장수(長壽)할 것을 구하지 않고 백성을 통치할 지혜와 지식을 구했음을 칭찬하고 지혜와 지식뿐 아니라 이전 어떤 왕도 가져보지 못한 부와 재물과 명예까지 선물하였다. 이 같은 경우는 온 세상 어떤 왕도 누려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대하 1:12). 이것이 일천 번제와 관련된 성경의 유일한 기록이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성경에 나타난 일천 번제는 한국교회에서 일부 유행하는 총 일천 번 헌금을 드리는 일천번제헌금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역대상 29장 21절에 보면 다윗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송아지와 수양과 어린 양을 각각 1천 마리씩 가지고 와서 여호와께 불로 태워 번제를 드리고 또 모든 백성을 대신하여 술을 부어 전제를 드리고 그 밖의 다른 제사도 드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는 다윗의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때였다. 따라서 다윗이 수송아지, 수양, 어린양을 각각 1천 마리씩 1천 일 동안 번제로 드린 것이 아닌 단번에 1천 마리를 드렸다고 해석하는 것이 순리이다, 물론 이 많은 가축을 바치려면 단숨에 바친다고 해도 며칠이 걸렸을 것이다. 역대하 7장에 보면 성전봉헌식 때 솔로몬은 소 2만 2천 마리와 양 1만 2천 마리를 제물로 드렸다. 당연히 2만 2천 일이나 1만 2천 일 동안 드린 제물이 아니었다. 따라서 솔로몬이 드린 1천 번제도 불교처럼 1천일 기도를 하거나 1천일 동안 희생을 드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1천 마리 짐승을 불로 태워 번제를 드렸다는 구절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둘째 기브온 산당에서 드린 제사는 기름부음 받은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드린 특별한 번제였다. 이 제사는 아무나 드릴 수 있는 제사가 아니었다. 시기와 규모와 의미에 있어 기름 부음 받은 이스라엘 왕 솔로몬만이 드릴 수 있는 제사였다. 만일 이 제사를 매일 한번씩 1천 번 드리려면 안식일을 제외하고도 3년 이상을 꼬박 드려야 했을 것이다. 제사장도 아닌 국정을 돌보아야 할 국왕이 쉬지 않고 1천 번을 드린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제사는 1천 일 동안 번제를 드린 게 아님이 분명하다. 이 번제는 솔로몬이 기브온 제사에 동참한 모든 백성들과 함께 참여한 국가적 번제였으며(대하 1:6) 또한 이 번제를 통해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특별히 찾아오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스라엘 통치를 위해 솔로몬에게 지혜와 지식과 부와 재물과 명예를 부어주신다. 하나님은 앞으로도 온 세상에 솔로몬 같은 왕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포하였다(대하 1:12). 1천 마리를 불에 태워 드리는 이 국가적 번제는 아무나 드리는 번제가 아닌 특별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 1천 마리 짐승을 잡아 불에 태워 번제를 드린 솔로몬의 제사를 모방하여 한국교회 안에 ‘1천번제헌금’이란 것이 등장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솔로몬의 1천 마리 짐승 희생제사는 한국교회의 "일번번제헌금"과는 전혀 그 의미가 맞지 않는 것이다. 성도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자원하여 연보를 드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비성경적인 방식으로 성도들의 열심을 이끌어내거나 기복 신앙의 만족을 유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 이 글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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