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영혼을 좀먹는 불안증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목사

▲강선영 목사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계속 올라와요. 혼자 있어도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불안해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디에 있어도 편하지 않고 항상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요….”

위와 같은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막연한 불안의 두려움을 칼 융은 ‘멈출 수 없는 총알이 관통할 수 없는 벽에 가서 닿은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 불안을 직면하기 시작할 때 인간은 성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불안은 두려움인 동시에 현재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곳으로부터 초대받은 긍정적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긍정적 성장 자원으로 전환하기까지 깊은 치유의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극심한 불안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했던 한 30대 후반의 직장인은 ‘사무실이나 집안에 있으면 심장이 부서지듯 아프고 두근거리고 두통과 함께 불안감이 매우 심하다’고 호소하면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명한 원인이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에 스스로 불안의 원인을 찾지 못하여 치료가 지연되어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 장애는 신경증의 대표적인 장애입니다. 정신장애를 크게 나누어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여기서 신경증이라는 말은 영어로 neurosis로써 글자 그대로를 발음한 독일어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이로제’라는 말이 됩니다. 신경증의 핵심이 불안장애입니다. 불안 장애라는 공식 명칭이 등장한 것은 DSM-Ⅲ(정신장애에 대한 통계와 진단 분류집인 DSM의 1980년대 제 3차 개정판)에서 분류되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은 자유가 경험하는 현기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높이 비상하려는 자유에는 떨어질까 불안한 대가가 따른다는 뜻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망각한 채 허황한 지점을 계속 허우적대면 작은 불안이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 불안에는 정상적인 불안과 병적인 불안이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 그 자체는 감정의 한 형태이며 비정상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때로는 불안은 적절하게 각성 수준을 높여주고 철저한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생산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무서운 맹수가 지나가는데 불안을 못 느낀다면 잡아먹히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불안의 감정은 자신을 지키는 본능적 감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며 영혼을 잠식하게 됩니다. 불안이 심해서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호흡곤란, 소화불량, 복통, 두통,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적인 불안으로 보아야 합니다. 불안장애는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강박증 등의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지난해 ‘틱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 6천여 명으로 4년 전보다 21%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초등학생 환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남학생이 여학생의 4배에 육박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아이의 불안증이 틱장애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틱장애를 보일 때 나쁜 행동이라며 혼을 내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만일 한 달 이상 증상이 계속 된다면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나누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자세하게 알아 보아야 합니다. 틱장애의 30~50% 정도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든지 강박증, 불안강박, 학습의 어려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래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불안증은 어린 시절에 부모나 주양육자가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으로부터 어린 아이를 잘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이 마음속에 새겨지고 또 새겨진 것입니다. 부모는 아기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잘 차단해 주고 안정과 안전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유아기의 잘못된 양육 태도는 아주 어린 시기부터 불안증의 요인을 영혼에 심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어린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을 무서워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치료 중에 어린 시절을 재연하게 해서 불안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당신은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고 어린아이의 불안을 치료하고 자아를 성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에게 최상의 안전과 안정을 제공해야 하며 조금씩 무의식의 불안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미 심각해진 불안증의 치유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치료자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깨닫게 하고 내면 깊은 곳을 분석해서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얽혀 있던 불안을 풀어내고 새로운 불안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회피해 오던 문제들에 선전포고하듯이 정면돌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안해서 생기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가 ‘회피’입니다. 회피하면서 살다보니 마음속에 불안이라는 장애가 생기고, 커져가고, 영혼을 좀먹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언제나 말하는 내용이지만, 마음의 치료는 치료자의 “치료적 마음이 환자의 아픈 마음에 닿을 때” 일어납니다!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고 미루어왔기 때문에 누적되어 병적인 불안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의 치유는 치료적인 마음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치 외과의사가 장기를 헤치고 작은 종양들을 찾아내어 잘라내듯이 고난이도의 집중과 탐색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입니다.  

심리치료는 어린 시절의 양육과정에서 어떠한 상호작용관계에서 어떻게 자아가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내가 행동하고 있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모르면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비기독교적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도 우리 인간이 스스로를 알기를 원하십니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면 정직하지 않게 되고 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신경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핵심입니다. 불안 속에서 허덕이지 말고 불안을 다스리고 우주만큼 넓은 마음을 탐색하고 진정으로 불안으로부터 놓여나고 자유와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 너희에게서 고통과 불안을 없애 주시고 -이사야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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