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부부의 신앙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11

▲이선이 목사.

▲이선이 목사.

낭만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이 완전하다는 환상을 갖는다. 또한 연인들은 그러한 놀라운 감정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불행하게도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결혼한 부부들이 로맨틱한 사랑에 사로잡혀 있는 기간은 대략 2년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결혼을 무덤이 되게 하느냐 화원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삽을 든 두 남녀에 달려 있다.

감정적 열정의 시기가 끝나면 부부는 현실로 돌아와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환상은 사라지고 각자의 욕망, 감정, 생각, 행동이 강하게 표출된다. 부부는 하나가 아니라 두 인격인 것이다. 부부는 처음에 빠졌던 사랑에서 벗어난다. 그들의 마음은 융화되지 못하고 이제 현실이라는 파도에 부딪혀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부부는 사랑에 빠진 경험이 일시적인 감정 고조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자와의 진정한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랑은 본능이 아닌 이성과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사랑에 사로잡힌 경험은 부부 사랑의 시작에 불과하다. 부부 사랑의 완성은 이성과 감성과 의지에 의한 사랑이다. 성경에서 신앙으로 하나되어 사랑을 만들어가는 아내 브리스길라와 남편 아굴라 부부를 발견할 수 있다.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 온지라”(행 18:2). 그들이 로마에서 추방을 받고 쫓겨나 고린도에 온 것은 환경과 형편에 의한 것이었지만, 고린도에 와서 바울 사도를 영접하여 함께 거처하며 일을 한 것, 복음을 위해 바울을 따라 에베소에 온 것과 거기에 그냥 머물기로 결정한 것, 집을 개방하고 성도들로 하여금 모임을 갖도록 주선한 일, 목숨을 다 하여 바울 사도를 뒷바라지한 일 등은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한 선택이었다.

특이한 점은 누가와 바울이 이 부부를 언급할 때(행 18:2,18,26; 롬 16:3; 고전 16:19; 딤후 4:19) 여섯 번 모두 이 부부를 함께 언급했을 뿐 아니라, 또한 여섯 번 중 네 번이나 아내의 이름을 먼저 쓰고 다음에 남편의 이름을 썼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부부가 항상 함께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바울 사도가 아내의 신앙적 헌신을 높이 평가하며 이 부부 상호간의 아름다운 애정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견고한 부부관계 형성에 실패했다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에 동참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성도들의 삶을 보면, 부부 간의 신앙의 격차로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아내만 믿거나 남편만 믿는 짝 믿음의 경우는 홀로 신앙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배우자 한쪽만 열심인 신앙을 갖고 상대자를 그대로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에도, 한쪽은 종교적으로 다른 한쪽은 세속적으로 기울어 극단적인 가정불화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믿음을 가진 배우자 또는 성숙한 기독교인은 자신의 신앙만을 위해 살아갈 것이 아니라, 온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뜻을 깨달아 믿음이 없는 배우자 또는 미성숙한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를 하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천막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들은 결혼생활을 무덤이 되게 방치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에덴동산을 만들었다. 이 부부가 처음부터 하나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이성과 의지와 믿음으로 성숙한 사랑을 하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부부간에 신앙적인 균형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처럼 함께 신앙이 성장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독주하지 말라. 부부는 기다리며 인내하며 서로 함께 달려야 한다. 부부는 서로 신앙의 잣대로만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또는 여성의 특성을 가진 연약한 인간임을 그대로 용납하며 이끌어주어야 한다. 진정한 부부 사랑은 바로 이때부터인 것이다.

이선이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신대학원에서 석사((M.Div), 박사(Th.D. in Missiology) 학위를, 미국 플로리다신학원(FCTS)에서 여성리더십으로 박사(D.Min)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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