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16
인간은 본능만을 따라 살아갈 수 없다. 반면 동물은 본능으로 살아간다. 본능이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행동 양식이나 능력을 말한다. 사람들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 언급하는 것은, 죄악된 본능을 좆아 인륜을 거스르는 인간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종종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여 자신이 파멸됨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삼손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나이였다. 그는 태어나면서 하나님께 성별된 나실인으로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때때로 자신의 성질과 격정에 못 이겨 힘을 휘둘렀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에 앞서 자신의 본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들릴라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블레셋 방백들이 들릴라에게 “삼손을 구슬러 그의 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를 잡아 묶어서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알아내라. 그러면 우리가 각각 너에게 은 천백 세겔씩 주겠다”고 말하였다. 매수당한 들릴라의 질문에 삼손은 세 번이나 거짓으로 답하였다(삿 16:4-14).
들릴라는 삼손에게 “당신의 마음이 내게 있지 아니하면서 당신이 어찌 나를 사랑한다 하느뇨 당신이 세 번 나를 희롱하고 당신의 큰 힘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을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도다”고 하였다. 들릴라가 날마다 들볶고 조르는 바람에 삼손은 자기 속을 털어놓고 말았다. “내 머리에는 삭도를 대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내가 모태(母胎)에서 하나님의 나실인이 되었음이라 만일 내 머리가 밀리면 내 힘이 내게서 떠나고 나는 약하여져서 다른 사람과 같으리라”고 하였다.(삿 4:15-17) 그는 들릴라에 빠져 이성을 잃어버렸다.
비밀을 알아낸 들릴라는 블레셋 방백들을 불러 모으고, 삼손을 무릎에 뉘어 잠들게 하고 나서, 사람 하나를 불러 그 머리털 일곱 가닥을 깎게 하였다. 그러자 삼손은 허약해지기 시작하더니, 힘이 빠져나가 버렸다. 삼손이 잠에서 깨어 힘을 쓰고자 하였으나 하나님께서는 이미 그를 떠나셨다. 블레셋인들은 그를 붙잡아 그의 눈을 후벼낸 다음, 가자로 끌고 내려가서 놋줄로 묶어, 감옥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였다(삿 4:18-21).
삼손은 들릴라 사건 이전에도 여성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손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었는데, 아내 딤나 여인이 울며 조르니 그 답을 알려주었다. 블레셋 사람들이 아내로 인하여 답을 맞히니 삼손은 화가 났다. 얼마 후 아내에게 가니 장인은 그의 아내를 이미 삼손의 친구에게 주어버렸다. 또한 삼손은 괴로운 마음에 블레셋 지역에 있는 주막을 드나들며 기생들과 어울렸다.
삼손은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블레셋 사람들에게 위협적 존재였다. 그래서 블레셋 사람들은 호시탐탐 삼손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들릴라도 그들과 결탁하여 여러 번 삼손을 잡기 위해 블레셋 사람들을 매복시켰다. 그런데도 삼손은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여전히 들릴라의 마음을 얻고자 하였다. 아마도 그는 사자를 염소같이 찢으며 여우 삼백 마리를 잡고 나귀 턱뼈로 사람 천 명을 죽일 수 있는, 자신의 엄청난 힘을 믿었던 것 같다.
예로부터 영웅호걸 옆에는 미인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용사와 영웅이 되기를 열망하고, 자기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아름다운 여성을 갈망한다. 남성들은 영웅담과 모험담 속의 주인공이 실제 삶속에서도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영웅 주변에는 적들이 많이 있다. 그중 팜므파탈(femme fatale)은 남성의 약점을 이용하여 파멸적인 상황으로 이끄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여성이다. 오늘날의 남성들도 영웅이 되려는 무의식적 만용으로 인하여 유혹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위험하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죄악된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적 경계를 하지 않는 한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그들은 이성 없는 짐승 같이 본능으로 아는 그것으로 멸망하느니라”(유 1:10) 삼손은 자신의 힘을 잃고 나서야 이성을 되찾고, 하나님께 힘이 회복되는 것과 블레셋 원수를 갚기 위한 마지막 기도를 하였다.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으셨고 그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영웅이 되었다.
이선이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신대학원에서 석사((M.Div), 박사(Th.D. in Missiology) 학위를, 미국 플로리다신학원(FCTS)에서 여성리더십으로 박사(D.Min)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