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배려-룻과 보아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17

▲이선이 목사.
▲이선이 목사.

속담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뒤웅박이라는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을 뚫어 속을 파내서 바가지를 만들었다. 이 바가지는 부잣집에서는 쌀을 담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을 담는 데 사용되었다. 그래서 뒤웅박 팔자란 여자가 결혼할 때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남자들도 어떤 여성과 결혼하는가에 의해서 뒤웅박 팔자가 되기도 한다.

성경에 “뒤웅박 인생”을 살았던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다. 모압 여인 룻은 이스라엘로부터 모압으로 이주한 유대인 말론과 결혼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십 년이 지난 후 시아버지, 남편 등 그 집안의 남자들은 다 죽고 말았다. 룻은 자녀도 없이 청상과부가 되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며느리들에게 친정으로 가서 재가를 하라고 권유하였다. 오르바 동서는 친정으로 갔지만 룻은 시어머니를 따라 유대 땅 베들레헴으로 왔다(룻 1:1-18).

막막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룻은 들판에 나가서 떨어진 이삭을 주웠다. 그녀는 그 일을 하다가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렀다. 그는 베들레헴 성읍의 유력한 자로서 부와 명망과 인품을 갖춘 사람이었다. 룻은 보아스의 눈에 띄어서 그의 호의를 받게 되었다. 보아스는 룻에게 자기의 밭을 떠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종들에게 그녀를 배려하도록 하였다. 보아스는 그녀의 선한 행위를 칭찬하며, 하나님께서 충분히 보상해 주실 것이라고 격려하였다(룻 2:3-13).

보아스는 엘리멜렉의 친족이었다. 유대 사회에서 친족은 기업 무를 자의 의무를 지는 전통이 있었다. 기업 무를 자는 땅을 잃거나 대가 끊긴 친족을 위해 대신해서 땅을 대신 되찾아 주거나 대를 이를 아이를 낳아주어 친족의 가문이 계속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나오미는 보아스가 친족이라는 것을 알고, 룻에게 보아스가 눕는 곳을 봐서 그의 발치 이불을 들고 누우라고 했다(룻 3:1-13) 말하자면 보아스에 대한 룻의 프러포즈였다!

보아스는 룻에게 기업 무를 자격이 있는 더 가까운 친족이 있으니, 그가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이 하겠노라고 기다리라고 했다. 이것은 그가 젊은 여인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 율법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친족은 자기 기업에 손해가 날까 하여 의무를 보아스에게 넘겼다. 덕망 있고 책임감 있는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맞아, 자식 없이 죽은 친족의 가문을 이어주었다.

룻은 어떻게 보아스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보아스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는 넓은 품을 가진 남성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든든한 경제력과 성적 만족을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자들은 영적으로 성숙한 남자, 인격을 존중해 주는 남자, 친밀하게 대화하며 청종하는 남자, 가정을 돌보는 데 함께하는 남자, 성 이전에 감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최고의 남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즉 여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는 보아스 같은 남자를 원한다.

보아스는 어떻게 룻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룻이 단순히 젊고 예뻐서 기업 무를 자로 자청했을까? 룻은 시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가진 이스라엘에서 칭찬받는 현숙한 여인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외모만을 중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신을 존경하고 인정해주는 여자, 감정적인 지지를 해주는 여자, 남성의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여자, 지적인 공감을 하는 여자, 영원히 곁에 있어 줄 여자를 원한다. 즉 남자를 인정하며 이해하고 배려하는 룻과 같은 여자를 원한다.    

룻과 보아스는 종족과 나이를 넘어서 이해와 배려 속에서 만나는 인격적 만남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강렬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은근히 오래도록 식지 않는 사랑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 부부의 축복된 만남은 장차 도래할 메시아의 가계를 형성한다. 결혼했다고 해서 저절로 성숙한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 앞에 성숙한 인격으로 살아야 부부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다. 부부는 서로에게 축복을 담는 뒤웅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선이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신대학원에서 석사((M.Div), 박사(Th.D. in Missiology) 학위를, 미국 플로리다신학원(FCTS)에서 여성리더십으로 박사(D.Min)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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