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빌라도 부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19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사람은 말 한 마디에 따뜻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한다. 비꼬는 말, 무시하는 말, 화내는 말은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 하지만 이해하는 말, 용서하는 말, 격려하는 말은 관계를 가까이하게 한다. 소통하는 부부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살리지만 불통하는 부부는 침묵 또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어 마음의 벽을 쌓는다.

빌라도가 아내와 소통하는 부부였다면 최소한 “악인의 대명사”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예배 시간마다 하는 사도신경의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구절을 통해 빌라도가 행한 악한 일을 기억하게 된다. 본디오 빌라도는 초기 로마시대 유대지방 총독(주후 26-36)으로 일했다. 그는 로마 군대를 예루살렘의 헤롯 궁으로 옮겼다. 또한 그는 예루살렘에 황제 화상이 있는 군기를 걸고 경배하게 하고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을 학살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들의 고소로 잡혀서 빌라도 앞에 서게 되었다. 빌라도가 “그들이 너를 쳐서 얼마나 많은 것으로 증언하는지 듣지 못하였느냐” 하고 물었으나 예수님이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자 크게 놀라워하였다. 그는 유월절 특사로 예수님을 석방하려 하였다. 왜냐하면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시기로 예수님을 넘겨준 줄 알기 때문이었다(마 27:15-18).

빌라도 총독이 재판정에 앉아 있었다. 그 당시 사형권은 총독에게 있었다. 그 때에 그의 아내가 사람을 그에게 보내어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하여 애를 많이 태웠나이다”라고 당부하였다(마 27:19). 그런데 빌라도의 귀는 아내가 보낸 전갈보다 성난 군중에게 쏠려 있었다. 

빌라도가 “바라바와 예수 둘 중 누구를 놓아주기를 원하느냐?”라고 물으니 군중들은 “바라바로소이다” 하였다. 그가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하고 물으니 그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였다. 그가 다시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물으니 그들은 더욱 소리 질러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였다. 그는 군중의 동요를 두려워하여 아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형 선고를 내려 죽이게 했다(마 27:2 0-26).

빌라도 아내는 남편과 대화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녀는 중책을 맡고 있는 남편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빌라도는 총독의 자리를 잘 유지하는 것이 우선 관심사였다. 빌라도의 인생은 모든 일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자기 직책, 자기 문제, 자기 일정, 자기 식사, 자기 약속 등……. 아내는 부차적인 대상이었을 것이다. 빌라도 부부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부분 아내는 남편과 대화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갈망한다. 남자가 여자를 항상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은 여자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안아주는 것이다. 한편 남편은 아내에게 인정받는 말을 원한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잔소리와 볼멘소리가 아니라, 살맛 나고 기운 나게 하는 말을 원한다. 여자가 남자를 항상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은 기분을 으쓱하게 하는 칭찬을 하는 것이다.

부부가 대화를 하는 데 텔레비전이 방해가 되면 그것을 끄는 것이 좋다. 부부가 기도하는 데 휴대폰이 장애물이라면 그것도 끄는 것이 좋다.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자녀들이 번거롭게 하면 따로 부부가 함께할 시간을 떼어놓는 것이 좋다. 부부는 몸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관계이다. 서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면서 하는 대화는 소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부부가 서로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며 청종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대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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