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서약-욥 부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20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결혼식 때 신랑과 신부는 “나는 당신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라고 서약한다. 대부분 신랑과 신부는 정신없이 들뜬 기분으로, 결혼 서약에 대한 주례자의 물음에 형식적으로 대답하고 그 의미를 잊고 산다. 그러나 결혼 서약은 부부가 예기치 않은 슬픔, 가난, 질병이라는 삶의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한 엄숙한 선언이다.

결혼생활에 닥친 고난을 욥은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욥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사람이었다. 즉 믿음이 돈독한 사람이었다. 욥 부부는 슬하에 7남3녀를 두었다. 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큰 자라 하였다. 생일이 되면 아들들이 각각 자기 집에 아버지를 모셔 화기애애한 잔치를 하였다(욥 1:1-5). 그들은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욥 부부에게 거친 파도가 몰려왔다. 사환이 와서 욥에게 “스바 사람이 갑자기 소와 나귀를 빼앗고 종을 죽였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이 와서 “하나님의 불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양과 종을 살라버렸다”고 했다. 연이어 한 사람이 와서 “갈대아 사람이 세 때를 지어 갑자기 약대에게 달려들어 그것을 빼앗으며 칼로 종을 죽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와서 “주인의 자녀들이 그 맏형의 집에서 식물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더니 거친 들에서 대풍이 와서 집 네 모퉁이를 치매 그 청년들 위에 무너지므로 그들이 죽었다”고 하였다(욥 1:13 -19). 욥 부부는 하루아침에 재산과 자녀를 다 잃어버렸다.

욥은 이러한 시련을 당하면서도,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말하여, 하나님을 어리석게 원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른 고통이 생겼다. 욥의 몸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종기가 생겨서 그는 재 가운데서 질그릇을 가져다가 긁게 되었다. 그 아내가 욥에게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순전을 굳게 지키느뇨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하였다. 욥은 아내에게 “그대의 말이 어리석은 여자 중 하나의 말 같도다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재앙도 받지 아니하겠느뇨” 하고 이 모든 일에 입술로 범죄하지 않았다(욥 2:7-10).

욥의 아내는 닥쳐오는 시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삶의 기반이 다 무너져 버린 그녀는, 죽는 것만이 이 고통을 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욥의 아내가 남편에게 한 말은 단순히 남편을 저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울부짖음이기도 하다.

한계상황에 직면한 욥 부부의 대응방법은 달랐다. 엄청난 시련 앞에 욥은 신앙으로 승리했지만, 그의 아내는 불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욥은 입술로 죄를 범하지 않았지만, 그의 아내는 입술로 죄를 범하였다. 그녀는 아내로서 남편이 가장 어려울 때 함께하고, 사탄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했다.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에 신앙의 연륜이 나타난다.

부부는 시련의 순간이 오면 배우자를 원망하며 상처를 주기 쉽다. 그들은 삶의 어려움 속에 매몰되어 행복했던 순간마저 다 잊어버린다. 남는 것은 “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하며 밀려오는 후회다. 그러나 서약대로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했던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남자, 혹은 어떤 여자도 결혼 후 25년이 지나지 않고서는 완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나님은 시험을 통과한 욥에게 엄청난 축복을 허락하셨다. 자녀와 갑절 재물의 축복이 주어졌다. 욥의 아내에 대한 언급은 마지막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을 헤아리는 하나님께서 욥의 아내를 돌이키게 하고 욥과 함께 기업을 누리게 하시지 않았을까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하나님 앞에 배우자에게 했던, 신뢰에 기초한 사랑의 맹세를 진지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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